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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특집|역사의 대전환, 남북화해시대

北의 낚시전술 vs 南의 그물전술

국내외 인사 20인이 말하는 통일게임의 전망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北의 낚시전술 vs 南의 그물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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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된 것이다’는 의견을 보인 이동복 전 자민련 의원은 “북한은 남측 언론 매체를 김정일 홍보수단으로 삼기 위해 주민을 동원한 것이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시인 김정란씨는 “북한 시민 환영에서는 조작 냄새가 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도 성의와 열의를 보인데 일정 정도 평가를 해야 한다. 솔직히 감격했다”고 답변했다.

북한연구소 김창순 이사장은 “북한은 결코 공산주의 사회도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6·25 남침 범죄자라는 기억과 인상을 지워 버리기 위해 열기를 과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민병돈 예비역 육군 중장은 “북한 주민들이 DJ를 어떻게 알아? 김정일이 김대통령의 방북을 주민들에게 알렸다는 것이 6월11일인데 그렇게 많은 시민이 나온 것은 전부 동원됐다는 뜻이다. 동원된 북한 주민을 보고 ‘측은하다’ ‘겁이 난다’고 하면 몰라도 ‘감동·감격했다’고 한다면 그는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 모기업 대표 B씨는 남북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김정일이 서울에 오면 이를 환영해야 한다고 대답한 그는 “북한은 환영하라고 하면 환영하는 나라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환대에 대한 보답을 분명히 요구할 것”이라며 뜻밖의 사항을 지적했다.

“6월13일 저녁 첫 공식만찬에 주인인 김정일이 나오지 않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용순 비서만 나왔다. 아무리 남북관계가 특수하다고 해도 공식만찬에 주인이 안 나오는 것은 비정상이다. 김정일은 딴 생각이 있어 안 나온 것이다. 김대통령과의 회담 격을 떨어뜨리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주빈인 김대통령은 ‘나도 오늘은 매우 피곤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좋았다. 그랬더라면 김정일도 깜짝 놀라 이후 대화 양상이 달라지고, 김대통령은 쉬 대화 주도권을 잡았을 것이다.”



김정일이 서울에 오면 환영하러 나가겠다고 답변한 사람은 11명, 환영하지 않겠다가 6명, 대답을 피한 경우는 5명이었다. 대답을 피한 사람도 김정일 방문을 환영하지 않을 터이므로 ‘환영하겠다’와 ‘환영하지 않겠다’는 동수가 된다. 환영하러 나가겠다며 적극성을 보인 사람도 통일에 대한 희망 때문이지 김정일이 좋아서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토를 단 경우가 많았다(4명).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외신은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다. 핵이나 미사일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한 대표는 이따금 “산께이(북한 사람들은 이렇게 발음한다) 기자가 있으면 나가달라”고까지 할 정도다. 산케이신문 한국 특파원인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반도 전문기자다. 그는 “김정일이 서울에 온다면 구경하러 나가겠다” 는 답변을 보내왔다.

제3번 질문 ‘김정일이 서울에 오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전원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라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몇몇은 특정 장소를 들었는데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성남에 있는 새마을 연수원에 데려가 새마을 지도자 열변을 듣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NGO 활동상을 보여주고, 남북 대결로 죽어간 순국 선열을 모신 성지를 순례시키자”는 답변을 보내왔다.

대북 교섭을 위해 수 차례 비밀 방북했던 C씨는 “국립묘지부터 참배시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YS시절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김정남씨도 “역설적으로 펼쳐진 야만이 우리를 어떠한 비극과 슬픔으로 몰았는지 보여주고 또 이를 참회케 하기 위해 김정일을 국립묘지로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돈 예비역 육군 중장은 “전쟁은 제 아버지가 벌였다고 하더라도, 김정일은 300만 북한 주민을 아사(餓死)시키고 대한항공 858기와 아웅산 폭파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그런 그가 이제 와서는 김대통령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을 후보로 거론되는데, 웃기는 이야기다. 반인륜적 범죄를 범한 그를 재판장에 세우고 싶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엇갈리는 보안법 처리문제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는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가장 치열한 주제 중의 하나였다. 제4번 문제는 국가보안법에 관한 질문이었다. 전화 통화가 이뤄진 일부 답변자에게는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보고, 김정일을 이 단체의 수괴로 보고 있다. 그러한 단체의 수괴가 서울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국가보안법을 어긴 것인데,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가장 많은 대답(10명)은 ‘보안법을 유지하자’는 것이었고 ‘폐지하자’는 두 번째인 5명, ‘폐지하지는 말고 개정하자’는 4명이었다(3명은 무응답). 보안법을 유지와 개정 내지는 폐지 주장이 균형을 이뤘다.

김일성대 출신 탈북자 A씨는 “북한 노동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 10대 원칙에 김정일이 바라는 대남사업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원칙이 살아 있는데 왜 보안법을 해체하는가? 보안법이 통일에 반대하는 반통일법인가?”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보안법은 수 차례 고쳐서 지금은 마지노선에 와 있다. 북한 노동당 규약에는 남한을 적화통일 대상으로 본다고 박혀 있는데 어찌 우리 보안법만 폐지하는가. 남과 북이 다른 체제를 유지하는 한 보안법은 철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철폐 의견을 보인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가 보안법을 사문화한 것이다. 보안(保安)문제는 다른 법을 보완(補完)해서 풀어 나가고, 보안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란 시인은 “적성국가인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한다면 보안법에도 분명 변화가 있어야 한다. 보안법은 점진적으로 철폐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의견을 표시한 대북사업가 B씨는 “대통령 방북과 김정일 서울 방문은 보안법 차원을 넘는 고도의 통치행위에 속한다. 김정일의 서울 방문은 보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면제 대상인 것이다. 지금 우리의 헌법 이하 모든 법률은 분단 상황에 맞춰진 것이다. 따라서 상황변화에 따라 법을 개정한다면 헌법부터 고쳐야 한다. 또 북한에도 보안법 이상의 법 조항이 있으므로 북한 변화를 봐가며 대처해야 한다. 보안법을 당장에 철폐하는 것은 곤란하고, 시대 변화를 보면서 고쳐 나가야 한다. 보안법은 외국 간첩을 다루는 법으로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6·15공동선언은 제2항에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자’고 합의했다. 이러합의는 한반도에 각기 다른 체제를 가진 두 개 국가(2국2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장차 국가를 통합한 후(1국가 2체제, 세칭 ‘일국양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체제(1국1제)로 가는 통일을 지향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견 분분한 1국양제

따라서 이 합의의 성공 여부는 ‘현재 2국2제인 남북한이 1국양제로 발전할 수 있느냐, 남과 북의 주민들이 1국양제를 수용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김정일이 중국 방문에서 1국양제에 관심을 보였다는 보도도 있었던 만큼, 제5번 질문으로 ‘선생님은 1국양제를 거쳐 통일로 가는 것에 찬성하십니까’를 던져 보았다.

이에 대해 일부 인사는 1국양제보다는 2국양제, 느슨한 국가 연합을 거쳐 통일로 가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을 1국양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분류할 경우 찬성한 사람은 12명이고, ‘현실성이 없다’며 반대한 사람은 10명이었다. 찬성 의견을 보인 사람들은 대개 무력 통일이 아닌 한 1국양제 외에는 통일 방안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을 보였다. 흥미 있는 것은 반대 의견을 보인 이들의 논리였다.

이동복 전 자민련 의원은 “한반도 통일은 북측 주민이 시장경제와 서구식 민주주의에 적응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린 만큼 북한 주민이 적응력을 갖출 때까지는 1국양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측의 고려연방제는 남측이 사전에 공산화 내지 용공화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이는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 1국양제는 현재의 북한 지도체제가 살아있는 한 실현가능성이 없고 북한 지도체제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사업가 B씨는 “남한 60만 대군과 북한 100만 대군을 그대로 두고 국호만 합친다고 통일이 되는가. 현재의 분단은 군사 충돌로 생긴 것인데, 이러한 군사 요소를 그대로 두고 1국양제와 2국양제를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이 홍콩을 상대로 1국양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홍콩에 군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은 그래도 최소 폭이 160㎞나 되는 자연 분계선인 바다가 있어 1국양제나 2국2제를 해볼 만하지만, 우리는 땅으로 맞붙어 있는데 어떻게 양제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1국양제와 2국2제를 거론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라고 지적했다.

대북 밀사로 활약했던 C씨도 “베트남이나 독일, 예멘을 보면 그 어떤 분단국도 단계를 밟아 통일로 가지 못했다.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설득 방안이라면 몰라도 1국양제가 유일한 통일방안이어서는 곤란하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남북 통일을 위한 통일 회담은 복잡한 주제인만큼 여기서 잠깐 중간 점검을 하기로 하자. 각각의 질문에서 1등과 근소한 차이로 2등이 된 것을 조합해 보면, ‘한반도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체제 구축이다. 평양시민의 환영은 동원된 환영이었고 김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을 찬양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김정일이 서울에 온다면 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 국가보안법은 일부 조항을 개정하더라도 (당분간은) 유지해야 한다. 1국양제 통일안은 해볼만 하나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가 된다.

대북 경제 지원은 해야

이러한 결론은 전체적으로 급격한 통일보다는 차분한 통일을 바라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견은 김대통령의 통일 방향이나 6·15 남북공동선언과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6번 질문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규모와 이러한 지원이 김정일 정권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인가’란 내용 이었다.

가장 적은 숫자가 나온 것은 경제 지원을 하지 말자는 쪽이었다(4명). 나머지 18명은 지원하자는 쪽으로 훨씬 많았다. 그러나 적극적인 지원 또는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 2명이었다. 나머지는 인도주의적 교류, 남과 북이 오고가는 교류 차원의 지원 등을 지지했다.

대북 경제지원이 통일을 방해할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단 2명이고, 두 사람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가장 많은 사람(8명)은 “대북 경제지원은 일차적으로는 김정일 권력을 공고히 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대답을 보내왔다. 순수하게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한 사람은 6명이었고, 김정일 권력 강화에만 도움이 된다고 대답한 사람은 4명이었다(무응답 4명).

응답자들의 이러한 판단은 김정일을 통일협상 파트너로 인정해서 김정일 체제하의 경제를 어느 정도 부흥시켜 주자는 것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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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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