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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10년내 미국 추월’노리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中關村

  • 이종환 동아일보 북경특파원

‘10년내 미국 추월’노리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中關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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롄샹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는 슝루이(熊銳) 박사는 “중국어 워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현재 원제밖에 없다”며 “원제는 롄샹의 해피리눅스 판매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독점적으로 공급해온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를 대체하기 위해 소스 코드가 공개돼 있는 리눅스 운영체제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올해 전국 초·중등학교에 리눅스를 보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리눅스는 이에 따라 3∼4년 내에 중국 시장 규모가 한국의 10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롄샹그룹과 공동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롱빌딩에 인접한 태평양빌딩에도 한국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대부분 올들어 입주한 업체들이다. 이 지역 일대에 한국 벤처기업들이 모인 코리아벤처타운도 생길 전망이다. 한국의 벤처컨설팅업체인 (주)오비스(대표 朴盛顯)사는 지난 4월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베이징시 및 창핑(昌平)현 정부 등과 코리아벤처타운 설립을 내용으로 하는 ‘한국성(城) 프로젝트’ 조인식을 갖고 본격적인 코리아벤처타운 조성에 들어갔다.

이날 조인된 코리아벤처타운 조성지역은 베이징 중관춘에서 창핑현 첨단과학기술구에 이르는 16㎢. 향후 이 지역에 입주하거나 투자하는 한국 벤처기업들은 각종 세제혜택과 함께 정보 인력자원 판로 등 다방면에서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는 게 오비스측의 설명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한국 첨단기술기업의 대중국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 장기적으로 중관춘과 베이징시 근교에 위치한 사허전(沙河鎭)반도체연구소 단지, 창핑현 과학기술개발구 단지에 한·중합자기업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중관춘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 밸리 조성계획을 세운 이래 외국 첨단기술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성 프로젝트도 이 계획의 주요 부분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 한국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인 성진전자와 인터넷업체인 바라인터내셔널 등이 현재 중국측과 합자계약을 마치고 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우진전자 등이 음성부호 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전화 단말기 부품 공장 설립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관춘을 대만의 신주(新竹)반도체단지나 미국 실리콘 밸리를 따라잡는 중국 IT산업의 중심지로 삼겠다는 것이 중국의 야심찬 21세기 구상. 중국은 과연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우선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관춘은 아직 대만의 신주반도체단지에 미치지 못하고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는 크게 뒤진다. 정보기술, 생물기술 분야에서도 내세울 게 없다. 롄샹의 컴퓨터를 제외하고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품도 없다.

대만의 신주단지는 다르다. 신주에서 생산하는 스캐너와 모니터, 마우스는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걸프전쟁 당시 취재를 위해 모여든 세계 각국 기자들은 아무도 본국에 현장 상황을 전할 수 없었다. 오직 CNN만이 가능했다. CNN 기자가 가진 설비는 위성과 곧바로 연결될 수 있는 것으로 신주의 한 공장에서 제작한 것이었다.

항공용 컨테이너를 생산하는 신주반도체단지의 한 회사는 전세계에서 가장 크며 IBM, 컴팩, 휴렛팩커드 등 굴지의 회사에서도 모두 이 회사 제품을 찾는다. 이렇게 전세계를 선도하는 업체가 중관춘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영향력 면에서도 중관춘은 실리콘 밸리나 신주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다. 아시아 금융 위기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대만의 손실은 극히 미미했다. 신주반도체단지가 대만경제에 지렛대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신주의 기술개발 능력과 세계시장 개척 능력이 아시아 금융 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한 것이다.

실리콘 밸리는 미국경제가 9년 동안 지속적으로 고성장, 고취업, 고수익을 이루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중관춘은 아직 중국 시장에서조차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996년 말 현재 신주단지에 있는 200개 회사의 총매출액은 110억달러였다. 당시 중관춘에는 5000개 기업이 있었으나 매출액은 49억달러에 불과했다.

중관춘에 있는 가게나 기업의 주요수입도 해외 유명 브랜드 대리영업이나 조립으로 인한 게 대부분이다. 중국 컴퓨터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다팡정의 주된 수입원도 매킨토시 중국 총판을 맡아 올리는 판매수익이다. IBM은 여전히 가장 비싸고 인기도 있다. IBM이 투자해 세운 컴퓨터 애프터서비스업체인 ‘란서리에처(藍色列車)’는 서비스업체의 모델로 떠오르며 전국망을 구축했다. 중관춘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인터넷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에서 지금 한창 VCD가 판매되고 있으나 VCD의 주요 칩은 모두 실리콘 밸리에서 생산된 것이다. 중국의 업체들이 VCD 판매에서 벌어들인 돈은 사실상 실리콘 밸리로 넘어가는 셈이다. 컴퓨터를 팔아도 컴퓨터 속의 램은 70%가 한국산이다. CPU는 미국산, PCB는 대만산이다. 중국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이다.

최대 장점은 고급인력

그러나 중관춘이 가진 훨씬 유리한 조건도 있다. 바로 고급기술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신주단지의 고급기술인력은 채 5만명에 못 미친다. 실리콘 밸리도 20만명 정도다. 그러나 중관춘에는 대졸 이상의 고급인력이 36만명에 이른다. 주변에 있는 70개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이와 같은 인적 자원에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관춘에 들어서면 곳곳이 공사중이다. 도로망도 새로 뚫리고, 대형빌딩도 속속 건설되고 있다. 중관춘 발전을 위한 기반시설 정비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 10여년 중관춘은 베이징의 한적한 교외에서 중국 IT산업을 선도하는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변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21세기 중국 경제의 질적인 변화를 꿈꾸고 있다. 첨단기술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 첨단기술기업의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앞으로 10년 후면 중관춘은 세계 IT산업 중심지로 우뚝 솟을 것이라는 게 중국 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신동아 200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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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동아일보 북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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