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추적 취재

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소문난 한의사 5명의 이색 치료법

  • 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3/5
토종의 우리 민간요법을 현대화시켜 효험을 보는 이색 치료법도 있다. 서울 강남의 십장생한의원(원장 심용섭) 부설 좌훈연구소내 좌훈센터. 양쪽이 커튼으로 칸막이가 된 공간에 5∼6명의 환자들이 특수하게 제작된 비데 위에 앉아 있다. 비데에서는 약물을 물에 끓여 발생시킨 수증기가 올라와 환자들의 항문으로 침투한다. 환자들은 편안한 자세로 옆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선보이고 있는 ‘좌훈(座薰)요법’이다.

이 요법 창시자는 불임전문의로 유명한 심용섭원장(한의학박사·대전대 한의대 겸임교수). 좌훈요법을 하기 위해 제작된 비데(좌훈 크리닉비데기)도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대림통상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산학협동 작품이라고 한다. 심원장은 좌훈요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좌훈은 한의학에서의 훈증법(燻蒸法)에 해당하는 것으로, 약물 성분이 있는 수증기를 쐬는 방법을 말한다. 한약재를 끓여 수증기를 자궁, 질 및 항문에 쐬면 그 성분이 체내에서 살균·소염·수축작용 및 영양공급을 하고, 자궁 부속기 및 항문 주위의 혈액 순환을 왕성하게 하여 하복부의 노폐물이나 지방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심원장이 좌훈요법을 창안하게 된 것은 여성 질환을 오래 다뤄왔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여성의 냉대하증이나 음부 소양증, 생리불순 및 생리통, 치질, 하복부 비만 등을 치료해오면서 한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는 하복부나 자궁, 질, 항문에까지 약물이 도달하는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뿐 아니라 효과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

심원장은 이렇게 약물 복용의 한계를 느끼던 차에 우리 조상들이 아이를 낳은 뒤 쑥을 끓여 넣은 요강에 앉아 김을 쏘이던 것에 착안했다. 그래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좌훈치료를 실행해보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유산처럼 전해져온 좌훈치료법(훈증요법)이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사라졌지만 여성 질환 치료에는 매우 효과적이기에 현대인들에게 맞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 요법은 여성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효과가 좋다. 좌훈치료는 강력한 살균작용 및 소염작용이 있기 때문에 남성의 전립선 염, 전립선 비대증, 치질, 그리고 정력 증강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좌훈치료, 즉 훈증법은 한방 문헌들에도 있다고 한다. 한방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황제내경’에는 “여성의 소복(하복부) 통증과 질병은 모두 한기(寒氣)가 모여 딱딱해진 병이니 마땅히 훈증(燻蒸)해야 한다”라고 명쾌히 설명했고, 중국의 명의 장경악(張景岳)의 ‘경악전서’에도 “무릇 병에는 마땅히 탕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뜸이나 침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증울법(蒸鬱法)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라고 하여 훈증법이 하나의 치료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심용섭원장은 첨단 의료진단 시스템을 좌훈요법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질환 환자의 경우 골밀도, 초음파, 체성분 검사를 거치고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와 소변 검사까지 하며, 이런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한방 전통요법인 좌훈치료를 실시한다는 것.

동양과 서양의 조화라고나 할까, 아니면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그는 이력도 독특하다. 한의학박사이면서도 국내 한의사 중 최초로 ‘칼라 질식 초음파’(메디슨 칼라 초음파)를 사용한 사람이자, C-T방식 골밀도 측정기로 불임 원인을 밝혀(미국 놀랜드사)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좌훈요법으로 비만 치료

심원장은 지난해 5월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제10회)에 참석,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나는 ‘불임환자의 골밀도에 관한 연구’이고 또 하나는 ‘좌훈요법이 하복부 비만환자에 미치는 효과’였다.

특히 좌훈요법에 의한 비만 환자 치료는 수많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한 비만환자(35·여)의 체험을 들어보기로 하자.

“나는 처녀 때 약간 통통한 편이었는데 임신을 하고 20kg이 늘더니 아기를 낳고도 10kg이 더 늘어 줄지를 않았다. 체중이 늘어서인지 몸도 무거워서 움직이기가 싫어지고 팔다리가 가끔씩 저렸다. 살을 빼려고 다이어트를 몇가지 해보았다. 그런데 다이어트할 때는 7∼8kg쯤 빠진 것 같다가도 그만두면 금방 체중이 늘어나 오히려 그전보다 4∼5kg 정도 더 찌는 요요현상을 경험했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좌훈치료를 권유받았다. 몇가지 검사를 통해 내분비 기능저하로 인한 비만이라고 진단받았다. 그래서 내분비 기능을 좋게 해주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좌훈치료를 받았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좌훈치료를 하였고, 하루에 1시간 정도 산책을 하였다. 그런데 한달에 한번씩 체성분검사를 통해 체지방이 줄어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살 빼는 재미를 느꼈다. 3개월간 치료 후에 골밀도검사를 하였더니 뼈가 더 튼튼해졌고 체지방은 9kg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팔다리 저린 것과 무릎 아픈 것도 없어져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가뿐해졌다. 지금도 체중이 조금씩 줄고 있어 몇 달후엔 처녀 적에 입던 옷을 입을 생각을 하니 너무 행복하다.”

좌훈치료로 효험을 본 남성 환자도 있다. 김모씨(50)는 몇 년 전부터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볼 때 시원하지 않더니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됐다. 그는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거절하고 좌훈요법을 해보기로 했다. 한약과 좌훈치료를 3개월간 병행한 결과 그는 놀랄만한 변화를 체험했다고 한다.

“소변볼 때 힘이 생기고 소변본 후에도 시원했다. 초음파검사를 하였더니 딱딱하게 굳었던 전립선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크기도 줄어 있었다. 게다가 정력까지 덤으로 좋아졌다. 40대 후반부터 웬지 성욕이 줄어들고 정력도 약해졌는데 좌훈치료를 받은 후 언제부턴가 정력이 좋아져서 아내도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또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하복부가 찬 것이 원인이 돼 질환들을 앓기 때문에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심원장은 좌훈치료를 오랜 시간 꾸준히 해주면 불임 등 여성질환의 완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한 여성 불임환자(33·결혼 5년째)의 체험담.

“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생리가 불규칙했지만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나서 1∼2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아 산부인과에 갔더니 배란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러니까 배란이 잘되는 약을 먹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6개월을 치료받아도 아기가 생기지 않자 인공수정을 권유받았다. 결국 인공수정을 했으나 결과는 실패였고, 마지막으로 시험관아기를 가지고 위해 3번이나 시도했으나 이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매우 낙담해 있던 중 한방식 좌훈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한의원에서는 여러 가지 검진을 하더니 난소기능이 약해 배란이 잘 안되고, 자궁이 딱딱하게 굳어 임신이 잘 안된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난소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자궁을 부드럽게 하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한편으로 좌훈치료를 시작하였다. 등산을 하면 좋다고 해서 매일 아침 등산도 했다. 그런데 좌훈치료를 했더니 아랫배가 따뜻해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졌고 불규칙하던 생리가 규칙적이 됐다. 한의원에서 3개월 정도 치료받던 중 그렇게 기다리던 임신이 됐고 지금은 튼튼한 남자 아기를 낳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편 심원장은 좌훈치료법에서 핵심은 약제에 있다고 밝힌다. 한방 약제가 녹아든 김이 약효를 발휘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름하여 ‘보궁초(補宮草)’. 심원장이 개발한 약제인데,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쑥을 비롯해 비타민P 계열인 루틴성분을 함유한 약초, 익모초, 포공영, 사상자, 괴화 등이 재료로 이용된다. 보궁초는 비만환자, 치질환자, 불임환자 등에 따라 약간씩 조제법을 달리 처방돼 사용된다고 한다.

좌훈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심원장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좌훈치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생리가 불순하고 거무스름한 빛을 띠면서 살이 찐 경우다. 이는 매달 빠져나가야 할 피 찌꺼기가 쌓여 내뿜는 독소로 몸이 붓는 증상이다. 둘째, 똥배만 볼록하게 나온 경우. 이는 대변 등 찌꺼기가 나오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이때 좌훈요법을 하게 되면 변비 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뱃살이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셋째, 뾰루지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잦은 경우다. 위나 장이 좋지 않으면 곧바로 피부에 뾰루지 등 트러블이 일어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넷째, 갑자기 살이 찌는 바람에 불임이 된 경우다. 불임의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이 가운데서도 성호르몬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좌훈요법을 실시하면 살이 빠지면서 난소기능이 살아나 임신이 가능해진다는 원리다.

좌훈요법은 보통 증상에 맞게 조제된 보궁초를 하루에 1∼2차례, 1차례에 30~60분간 비데에 앉아 쏘이면 된다고 한다. 따라서 꼭 한의원이 아니더라도 비데를 집에 설치한 다음 제조된 보궁초로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좌훈치료 목적으로 만든 비데는 반영구적이고 값은 60만원 정도인데, 시중에 나오는 웬만한 비데보다 저렴한 수준이라고 한다.(문의:02-511-5592)

3/5
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목록 닫기

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댓글 창 닫기

2023/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