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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현지취재|규슈(九州)의 생태 산촌마을

숲과 사람이 어우러진 그린토피아

  • 하태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숲과 사람이 어우러진 그린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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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산촌 만들기 모임은?

푸른 숲과 생활의 편리함이 조화를 이룬 산촌을 꿈꾸며

‘생태산촌 만들기 모임’(대표 양병이·楊秉彛·서울대교수)은 자연과 조화되고 지속가능한 생산기반을 갖춘 생태적인 산촌을 조성하여 산촌활성화에 기여하고 이를 토대로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로 지난 3월 학계와 시민운동단체, 귀농전문학교, 산촌민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설립됐다.

이 모임이 추구하는 사업내용은 ▲생태적인 산촌 조성을 위한 설계 및 시범마을 만들기 ▲생태관광을 통한 산촌문화의 진흥 ▲도농간 연계를 통한 협력관계 증진 등이다. 산촌의 중요성과 산촌마을의 미래상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 및 국내외 산촌마을의 연대 및 교류에도 노력한다.

지난 8월 20일 유한킴벌리와 대한주택공사의 후원으로 처음으로 해외 탐방길에 올라 일본 규슈(九州)지역 오이타현(大分縣)과 미야자키현(宮崎縣)내 다섯 군데의 산촌마을을 살펴보았다. 이번 방문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세워진 친환경적 산촌종합개발의 실체를 살펴보고 일본 산촌주민들의 생태환경적 의식의 형성과정과 사회적 배경을 파악한다는 것을 방문 목적으로 삼았다. 또한 5개 정촌(町村)과 한국의 읍 또는 면 단위의 산촌마을과 민간교류를 맺어 일본 생태산촌 마을의 노하우를 전수 받을 준비도 마쳤다.



생태산촌만들기 모임측은 3박 4일간의 일본 방문기간 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일본산촌마을 진흥전략 및 산촌의 형성과정 ▲일본산촌마을의 그린투어리즘 ▲귀농현상 등 7개 소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묶어 책자로 발간할 예정이다. 모임은 이 밖에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산림정책 기본법의 하위법으로 편성될 생태산촌진흥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양병이 교수와 문국현(文國現·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공동운영위원장) 유한킴벌리사장을 비롯해 김선주(金善柱) 건국대교수, 김성일(金星一) 서울대교수, 김재현(金才賢) 건국대교수, 박재일(朴才一) 한살림공동체회장, 성여경(成如慶) 귀농본부 사무처장, 유상오(兪常) 대한주택공사 도시개발기획단 부장, 이명우(李明雨) 전북대교수, 이병철(李炳哲) 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이은희(李恩姬) 서울여대교수, 이해경(李海經) 실상사 귀농전문학교 교감, 장우환(張宇煥)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 전영우(全瑛宇)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공동운영위원장, 한대웅(韓大雄) 숲해설가협회 부회장 등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취재후기]만화 ‘토토로’의 고향 우메정(宇目町)

대자본도 부럽지 않은 지역주민의 마을사랑

8월 21일 생태산촌마을 만들기 일본 탐방팀을 태운 버스는 잠시 ‘외도’를 했다. 일본 산촌마을을 보는 대신 오이타현(大分縣) 우메정(宇目町)에 있는 ‘토토로 숲’으로 발길을 옮긴 것. ‘토토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 감독의 88년 작품 ‘이웃의 토토로’에 나오는 가상의 동물.

세계 최고라 일컬어지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 68년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을 발표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후 30여 년간 ‘빨간 돼지’, ‘명탐정 홈즈’, ‘바람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마녀 우편배달부 키키’, ‘헤이세이 너구리 대작전 폼포코’, ‘원령공주’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성공을 거뒀다. ‘미래소년 코난’도 그의 작품 중 하나.

이틀 내내 울창한 산림만 보아온 기자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평소 미야자키 감독의 팬이기도 했지만 흔한 편의점이나 생맥주집 하나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두메산골에서 ‘슈퍼스타’ 토토로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차창 너머로 보이는 이정표를 읽어가며 ‘토토로 숲’이 나오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버스는 좁은 길로만 내달렸다. 심지어 차 두 대가 비껴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비포장도로를 지나자 길 좌측에 자그마한 버스 정류장 하나가 나타났다. 나무로 짠 틀 위에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슬라브 지붕을 입힌 토토로 정류장은 광풍이라도 불라치면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초라한 모습이었다. ‘애걔’란 말이 절로 흘러 나왔다.

버스에서 내려 둘러본 ‘토토로 숲’은 정말로 보잘것 없었다. 나무판에 미야자키 감독의 캐릭터를 그려 세워둔 정류장과 벤치가 몇 개 있었고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가의 나무에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토토로 인형 수백 개가 놓여 있을 뿐이다. 관리자는 물론 이곳을 설명하는 안내원도 없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중화장실이 하나 마련됐을 뿐이다.

하지만 기자가 10여분에 걸쳐 ‘토토로 숲’을 둘러보는 사이에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사진을 찍기도 하고 토토로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잔잔한 즐거움을 전해 주는 듯했다.

이쯤해서 생태산촌 모임의 안내역을 맡은 우메정의 야나이(柳井) 계장에게 이곳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토토로 숲이라는 것이 야나이 계장의 설명.

88년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이웃의 토로로’를 보면서 배경이 자신들의 마을과 꼭 닮았다고 생각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손수 인형을 만들어 주면서 토토로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는 것.

이와 같은 소문은 일본 열도 전역에 퍼졌고 1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우메정의 토토로 숲이 토토로의 고향처럼 알려졌다. 토토로의 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토토로 그림을 가지고 와 이곳에 놓아두었고 크고 작은 토토로 인형이 나뭇가지마다 놓여졌다. 인공적으로 시설물을 설치한 것도 아니지만 많은 날은 5000여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야나이 계장은 “이곳 마을 주민들은 돈을 벌기위해 토토로 숲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와서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오히려 산간벽지에 있는 마을을 찾아주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일본의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자매와 숲의 정령들의 교류를 그린 ‘이웃의 토토로’. 나무와 풀의 정확한 묘사 또는 계절감의 표현 등을 통해 일본 산촌마을의 생태적인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한 토토로의 정령을 사랑하는 우메정 사람들은 토토로의 숲을 가장 ‘생태적’이고 ‘토토로적’으로 꾸며가고 있었다.


신동아 200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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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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