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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민주화 동지들의 직격탄

구세력·자민련·가신 3대 고리를 끊어라

‘동교동 분열’ 이후 민주당 권력지도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구세력·자민련·가신 3대 고리를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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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과 80년 김대통령과 같이 감옥살이를 했던 이목사는 그러나 “김대통령은 지금까지 원칙을 버리거나 비난받을 일을 한 적은 없는 분”이라면서 “다만 옷로비사건이나 한빛은행사건 송자장관의 도덕성시비 등에서 보듯 밑의 인사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목사는 특히 “개혁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불만은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개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역시 인사를 통한 면모의 일신”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이목사는 그러나 “정말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김대통령이 아니라 남에게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쉽게 말하면서 정작 자기가 개혁대상이 될 때는 ‘고통분담’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 이기심”이라고 꼬집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개혁을 위한 실효성있는 프로그램의 제시’를 강조하고 있다. 사제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별도의 모임을 갖지는 않았지만 지난 8월초 청와대에 들어가서 말하던 때와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따라서 사제단 입장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지난 8월 김대통령 면담 때 준비해둔 문건에서 “임기중에 개혁을 모두 완성할 수는 없다”면서 실효성 있는 개혁프로그램의 제시를 주문했다.

“…독재시대의 잔재 청산마저도 실효성 없는 영남껴안기로 좌절하고 있다. 의약분업 문제도 국민건강을 걱정하기 이전에 한국적으로 100여년간 정착된 제도였으므로 정치적 기반이 약한 ‘국민의 정부’로서는 중기(中期)적 프로그램만 제시했어야 할 문제다. (그동안의 의약분업 추진방식은) 사회적 혼란과 공권력 경시풍조만 용인하는 식이 되었다. 이제 할 대상을 명확히 하고 다른 개혁은 대안제시로 가야 한다”

사제단의 일원인 함세웅신부는 특히 “구세력과의 고리를 끊고 개혁세력을 등용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옷로비사건 등 현 정부를 곤경에 몰아넣은 일련의 사건들이 대체로 DJ가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끌어안은 구세력들에 의해 일어난 일이며 DJ는 이제라도 면모를 일신해서 개혁으로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신부는 한때 이런 의견을 청와대측에 적극 전달하기도 했으나 청와대측의 뜨악한 반응에 부딪히자 최근에는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함신부와 가까운 한 인사는 전했다. 지난해 옷로비사건 때는 김대통령과 가까운 ‘민주화동지’가 몇 사람을 모아 시중의 분노여론을 전했으나 김대통령은 “서운하다. 당신들마저…”라는 반응이었다고.

국민정치연구회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소설가 유시춘씨는 “김대중정부가 구세력 청산과 개혁기반 구축에 실패함으로써 적잖은 개혁지지층이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정권에서 개혁지지층이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얼마 전 열린 서울관악민주포럼 행사를 들 수 있다. 70~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한 서울대출신들의 모임인 관악민주포럼 행사에 한나라당은 현역의원만도 심재철(沈在哲) 원희룡(元喜龍) 김부겸(金富謙)의원 등 4명에다가 서울대 운동권 출신 원외위원장들도 대거 참석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정부가 더 이상 과거 야당시절처럼 정통 민주화개혁세력의 대변자를 자임하기 어려워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개혁세력 아닌 동교동의 집권

유씨는 “현 정부가 동서화합을 내세워 구세력과 기득권세력 위주로 끌어안았고 인재등용 방식도 시스템 또는 공적인 형태가 아니라 사적인 의논관계에 의존하는 등 인재풀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의 장래나 개혁세력의 운명보다 동교동의 기득권에만 관심을 두는 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유씨는 “개혁세력이 집권한 줄 알았더니 동교동만 집권했더라”면서 “영남쪽 사람도 개혁적인 사람이 아니라 옛날에 다 ‘해먹던’ 사람들, 감옥가기 싫어서 줄바꿔선 사람들만 그대로 껴안아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직후 한때는 영남에서도 ‘DJ가 됐으니 한 번 확 뒤비질(뒤집어질, 바뀔)거라는, 변화에 대한 나름의 기대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꿈을 꾸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국민대 유승남교수(柳勝男·행정학)도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게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재들로 국정 면모를 일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교수는 친(親)DJ 지식인 그룹인 지정회(智井會) 멤버이다. 유교수는 “국민의 지지기반을 확대해나가면서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데 점진적 개량적 방식으로 해나가다 보니 개혁지지층의 지지가 약해졌다”면서 “더욱이 정부가 체감경제나 사회개혁 등에서 단기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국민의 지지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부터 김대통령과 철학 및 역사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국정에 이를 반영할 기회를 봉쇄당했던 지식인들의 참여와 연대를 강화하는 것, 그리고 재임중 할 수 있는 일과 다음 정권이 할 일에 대한 프로그램을 다시 짜서 구조개혁과 변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 이것이 유교수가 내놓은 해법이다.

김상근(金祥根) 제2건국위 상임위원장은 무엇보다 “정권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몸을 던져 권한과 책임을 다하려 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차관이나 실국장 등 중간책임자들이 과거와 같은 (강압적)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니까 국민들이 이들 책임자들을 제끼고 막바로 대통령을 상대하려 든다. 한편 민간인들은 지금도 정권과 뜻을 같이 하면 무조건 ‘관변’으로 생각하고 야당은 무조건 대여투쟁을 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려면 정치가, 정당이 제 구실을 해줘야 한다. 대통령은 전지전능하거나 모든 걸 다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현장에 몸 던지는 정치인이 없다

김위원장은 며칠전 최장집(崔章集)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주장한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람이 운전을 하다보면 시속 100㎞를 넘어 무심코 130㎞까지 속도가 날 수도 있는 거다. 정치가 제 구실을 해줘야 한다. 대통령더러 속도조절을 하라는데, 정치가 제 구실하면 브레이크는 걸리는 것이다. 대통령 눈치나 보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다. 소장파 13인의 ‘반란’은 잘한 거다. 그러나 투쟁에 그쳐서만은 안된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 예컨대 의약분업도 이렇게 심각하다면 당내에서 불만만 토로해선 안된다. 의사들을 붙잡고, 약사들을 붙잡고 밤새 씨름을 해서라도 조정하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런 것도 전부 대통령한테 책임을 미루고 불평만 하고 있어서는 해결이 안된다. 지금 정치인 중에 정치현안이 있는 현장에 몸을 던져 밤을 새워가며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가 누가 있는가. 전부 대통령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대통령이 너무 많은 것을 ‘전지전능하게’ 알고 계시다는 생각이 드니까 뭐 어디 감히 나서서 스탭을 못 밟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너무 똑똑하셔서…

“설사 그렇다 해도 얘기해야 한다. 장차관이나 수석들도 마찬가지다.”

─회의 때나 보고 때나 대통령께서 먼저 누가 얘길해도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정도로’ 결론을 쫙 정리해 주시는데 어찌 ‘뱁새’들이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는가? 누가 감히 ‘아니오’라고 아뢸 수 있겠는가.”

“꼭 대통령 앞에서 ‘아니오’라고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정치인이나 행정부당국자들이 현장에 먼저 몸을 던져 풀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자세가 없으니까 고민도 덜하고 공부도 덜하고, 각오도 덜한 상태에서, 대통령 앞에 선다. 그러니 대통령은 답답하다. 답답해서 먼저 얘길 꺼낼 거다.” 김대통령은 야당시절 의원들에게 ‘숙제’내주기로 유명했다. 회의 때 참석자들이 하도 얘길 안하니까 김대통령이 ‘당신은 이 문제 좀 검토해오시오’ ‘당신은 저 문제 좀 검토해 오시오’ 하고 숙제를 내준다. 당사자들은 잊어 먹고 있다가 나중에 김대통령이 ‘김의원, 그거 어떻게 됐습니까?”라고 ‘숙제검사’를 하는 바람에 곤혼스러워하던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우리가 무슨 어린 학생도 아닌데…”라고 볼멘 소리도 하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말을 꺼내시는 정도가 아니라 결론까지 모두 정리를 해주시니 수석이든 장관이든 그저 ‘아, 예’하고 메모지 꺼내서 받아적어 나오기 바쁜 것 아닌가?

“참 한심한 일이다. 사람들이 결국 저 양반(김대통령) 얘기가 맞더라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니까 그러는 건데,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이 먼저 할 얘기와 설득시킬 얘기를 준비해가서 관철시켜야 한다. 이걸 않는 것은 자기 맡은 일을 팽개치는 거다. 괜히 헛소리했다가 찍히기나 할까봐 눈치볼 게 아니라 책임지고 맡은 일 얘길 하고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 지시·교시만 받겠다는 자세는 곤란하다. 물론 대통령도 되도록 수석이나 장관, 기타 아랫사람들이 먼저 말할 수 있게 들어주는 게 좋을 것이다.

신동아 200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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