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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개혁 없이 기업 구조조정 없다

영국경제 구조개혁에 비춰본 한국경제 개혁의 해법

  • 원종근

공공부문 개혁 없이 기업 구조조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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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지방정부는 1980년부터 강제적 경쟁참여제도인 CCT(Compulsory Competitive Tendering)를 통해 업무추진에 경쟁개념을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1988년 이후 크게 활성화됐는데, 법이 지정하는 일정한 공공서비스에 대하여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입찰에 참여하고 입찰에서 낙찰된 기관이 공공 서비스를 공급하게 되어 있다.

CCT제도 도입 초기에는 그 대상사업이 일부 도로사업, 상·하수도 사업 등에 국한되었으나 그 후 점차 확대돼 거리청소, 쓰레기 수거, 스포츠·여가시설의 유지 및 관리 업무 등이 편입되었고, 1992년 이후에는 법률서비스, 재무서비스, 정보기술, 긴급공사를 제외한 모든 일반 도로공사 등 전문서비스 업무에까지 확대되었다.

CCT 사업 중에 쓰레기 수거, 학교 급식, 건물 청소 및 가로등 등 기타 청소업무 등이 비교적 규모가 큰 분야다. CCT 사업규모는 1990년대 이전에는 연간 10억파운드 미만이었으나, 90년대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여 1994년에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CCT 사업규모가 연간 60억 파운드 수준으로 급증하였다. CCT제도의 도입으로 지방 공공부문에 기업경영 방식이 채택되었으며, 경쟁 촉진으로 인해 지방 행정업무에 소비자·고객정신이 창출되는 현상이 생겨났다.

영국의 지방정부는 주택 및 교육부문에서도 기업식 경영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영국의 지방정부는 전통적으로 주택의 신축, 증·개축, 재개발, 주택임대 같은 주택업무를 수행해 왔는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이런 기능을 축소시키고, 민간기업들의 주택공급기능을 확대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실제로 대처 총리는 재임 초기 수십만채의 공공주택(council house)을 세입자들에게 헐값으로 분양하였다. 그 결과 영국민의 주택소유율은 68%로 유럽 내에서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교육기능도 축소되었다. 영국정부는 1988년 교육법 도입을 계기로 지방정부의 교육기능과 권한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고 교육재정 관리에도 효율성과 기업식 경영방식 도입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의 자율성이 크게 제고돼 고용하는 교사의 수와 유형 및 예산 사용에 자율권을 가진다.

CCT 제도가 가장 크게 공헌한 부분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방정부의 행정업무 수행에서 ‘행정서비스의 공급자인 지방정부 대(對) 행정서비스의 수요자인 시민’이라는 고객개념이 창출되었다는 것이다.



행정서비스의 기준

정부의 행정서비스 품질에 대한 최종판단은 수요자인 국민의 몫이다. 메이저 행정부는 1992년 영국 국민들이 정부의 행정서비스에 대한 최종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시민헌장’ 제도를 도입하였다. 시민헌장 제도는 다음 여섯 가지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①서비스의 기준: 국민 개개인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기준은 반드시 명확하게 설정하고 공표해야 한다.

② 정보제공: 국민 개개인이 제공받는 행정서비스의 내용과 기준을 다른 서비스와 비교할 수 있도록, 모든 관련된 정보는 쉽게 읽을 수 있는 평이한 언어로 제공되어야 한다.

③ 국민과 협의: 행정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행정서비스의 수준과 품질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소비자인 국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④ 공무원의 책임: 공무원은 서신 전화 면담 등 어떤 형태의 대(對)국민 접촉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공무원은 언제나 정중하게 도움을 제공하여야 한다.

⑤ 불만 시정: 행정서비스의 기준이 맞지 않거나 실수가 있을 경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시정하여야 하며 아울러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불만처리 시스템에 대한 접근은 쉬워야 하고 반응은 신속해야 한다.

⑥ 예산 자원의 가치 보장: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인 절차는 배격되어야 하고 행정서비스는 예산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가 재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민헌장 개념은 모든 공공분야에 적용된다. 시민헌장의 기준은 매년 상향 조정된다. 예를 들어 런던지하철과 철도는 정확성과 신뢰성 기준을 계속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 제공할 보상제도를 도입했으며, 전국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는 약속된 수술이 불가피하게 취소될 경우 일정기간 내에 자동으로 입원할 수 있는 보증제도를 도입했다. 또 NHS는 긴급하지 않은 수술대기환자들의 대기기간도 그들이 무한정 기다리지 않도록 그 한계 목표를 설정했다.

경찰은 긴급호출에 응하는 목표 시간을 제시하였다. 학교들은 자기 학교 학생들의 공적 시험(public examination) 결과를 신문에 게재하여 학부모들로 하여금 다른 학교들과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이와 같은 시민헌장 제도는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행정서비스의 소비자인 시민들이 직접 평가하게 함으로써 영국의 대외경쟁력을 향상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상과 같은 영국의 공공부문 개혁은 1980년 이래 서서히 진행되었으나, 선택 대안들은 가히 극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처리즘의 정책들은 중도노선보다는 양 극단을 택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는 하지 않으나 일단 시작된 개혁조치들은 그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추진하는 것이 영국 공공부문 개혁의 본질이다.

영국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스스로 불안하게 하는’ 정책 대안을 선택했다. 스스로 불안하게 하고, 스스로 경쟁에 몰아넣는 자기희생적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영국의 공공부문 개혁은 성공할 수 있었다. 영국의 공공부문은 스스로 자기보호막을 걷어버림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정부의 전형으로 거듭난 것이다.

영국 경제개혁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초점은 강력한 공기업 민영화다. 영국은 경제개혁 작업을 이끌어가면서 영국석유(British Petroleum), 영국가스(British Gas), 영국통신(British Telecom), 영국항공(British Airways), Rover자동차 등 거의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이런 민영화를 통해서 과거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던 공기업들이 이제는 수익을 올려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즉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들은 더욱 효율성 있고 생산성 있는 민간기업으로 변환된 것이다. 민영화된 공기업 중 많은 기업이 현재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global competitiveness)을 보유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영국정부는 세 가지 원칙을 지켰다. 첫째, 민영화 대상 사업과 서비스를 최대한 경쟁에 노출시켜 민영화 이전에 충분한 경쟁여건을 조성한다는 것. 이러한 경쟁은 효율성을 촉진하고 고객들에게 이익을 고르게 배분하는 효과가 있다. 경쟁여건을 조성하지 않고 민영화를 서두르면, 이는 일부계층이나 부문에 불평등한 이익(windfall profits)을 안겨줄 뿐이다.

민영화의 둘째 원칙은 가능한 한 국민들의 주식소유를 최대한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영국정부는 특히 종업원들의 주식소유를 장려하기 위한 광범위한 유인책을 고안했는데, 이는 민영화에 따른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며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원칙을 지킨 결과 주식을 소유한 국민들의 숫자가 급증했다.

민영화의 셋째 원칙은 매각대상 사업이나 서비스의 민영화 추진과정에 최대의 매각수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 건전화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납세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영국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 증대, 공공부문의 차입 수요감축, 기업경영에 대한 정부간섭 배제, 공공부문의 임금 결정 부담 경감, 주식대중화와 종업원지주제 장려 및 정치적 이익의 획득을 추구했다.

영국 공기업 민영화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쟁을 통한 기업의 효율성 제고라고 말할 수 있다. 공공부문의 획기적인 효율성 향상과 더불어 기업부문에서도 세계 수준의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을 통한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영국정부는 우선 경쟁상대가 있는 공기업은 그 소유권을 민간에 이양함으로써 산업 내 경쟁을 촉진시켰다. 독점 공기업의 경우에는 민영화 이후 경영합리화를 유도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인상을 억제하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향상을 도모하는 제도적 보완책을 동시에 강구했다.

영국의 공기업 민영화는 시기에 따라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제1단계는 1979∼83년으로, 이 시기에는 주로 규모가 작고 이미 경쟁여건이 조성된 공기업들을 민영화했다. 이 기간에 총 12개 공기업이 민영화했으며 이들 공기업의 매각수입은 총 16억 2500만 파운드에 달했다.

이 기간에 영국정부는 민영화 대상기업의 경쟁여건 조성을 위해 일부 관련 법규를 제정하거나 개정했다. 1980년의 교통법, 81년의 통신법, 82년의 석유 및 가스법, 83년의 에너지법 등이 그 좋은 예다. 이 법들은 각기 교통 통신 석유 전기 등 비교적 독점적 성격이 강한 산업분야에서 기존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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