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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자료실|5·6공 ‘일선기관장회의’ 참고자료

위장취업자 식별요령, 운동권 생활실태

”담배 권하는 남자, 군것질하는 여자는 위장취업자일 가능성이 높다”

  • 육성철 sixman@donga.com

위장취업자 식별요령, 운동권 생활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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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건은 86년 말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86년 10월까지의 ‘좌경세력’ 통계가 잡혀 있고, 87년 노동계의 동향을 예상하고 있다). 당시 노동계는 지역 단위로 노동조합이 연대하면서 대규모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것은 뒷날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렇다면 5공 정권은 노동계의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문건을 보자.

문건에는 우선 44개 문제단체와 대표자의 이름이 나온다(노동계 16, 종교계 11, 재야 4, 야학 13). 여기에는 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故 제정구 의원(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회), 방용석 전의원(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도 있다. 문건에는 또한 각 지역별로 ‘위장취업자’ 699명을 파악했다고 적혀 있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246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181명), 경기(178명) 순으로 돼 있다.

문건은 ‘위장취업자’를 ‘사회주의 혁명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10·26 사태 이후 좌경학생운동을 획책하다 제적된 학생이 중심이 되어 사회주의 혁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학생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노동자, 농민, 학생의 상호연계 투쟁만이 가능하다고 판단…’

문건에는 86년 4월 이후 위장취업자의 활동이 다소 소강상태에 빠졌다고 씌어 있다. 그 이유로 사전예방으로 767명을 적발하였고, 상당수의 위장취업자가 순화 또는 보직변경 과정에 자진퇴사했다는 것이다. 또 당국이 일선 기관에 지시한 문제단체와 위장취업자에 대한 대책도 적혀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당국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수집한 상태에서 노동계의 움직임을 보고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단체는 지방사무소 보고 및 유관기관의 협조에 의한 자료로서 현재 상황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임.

―실제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는 ‘별첨양식’에 의거 보고할 것.

―기존단체 중 해체하였거나 활동이 전혀 없는 단체는 별개로 명단을 작성 보고할 것.

―재야단체인 민통련, 민추협의 경우는 동 단체지부가 직접 노사문제에 개입할 경우에만 작성하여 보고할 것.

―위장취업자는 현황숫자가 상이할 경우 본부 상황실에 배치된 명단과 확인하여 정리할 것.

―재조사한 관내 취약사업장 명단은 기보고한 양식에 의거 보고할 것.

▶ 좌경세력 실상

이 문건은 89년 6월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좌경 세력에 대한 각종 통계가 6월까지 잡혀 있다). 89년 초반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파업이 최대의 사건이었다. 이후 문익환 목사의 방북 사건이 터졌고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이 문건은 당시의 서슬 퍼런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문건의 주요 내용을 싣는다.

▲대학과 노동조합의 자매결연

―고대와 청계피복 노조

―서강대와 세창물산 노조

―서울대 법대와 대한광학, 사회대와 중원전자, 사범대와 서울엔진베어링, 자연대·경영대와 텔레비디오, 약대와 동신전자

▲민족학교 등 의식화학교 교육내용

―자유민주주의:“허상과 환상에 찬 민주주의” (충북대 교수 서관모)

―현 정치체제:“부르주아 파쇼 지배 체제” (전민련 대변인 박계동)

―민주화:“민족모순, 계급모순의 극복” (전민련 고문 문익환)

▲출판사와 서점

―제적생 등 학원가 운동권 출신자가 출판사와 서점을 경영한다. 북한 원전 등을 파는 문제의 출판사는 전체 4164개 중 2%(90개), 문제 서점은 전체 3600개의 2%(73개)

▲초·중·고 의식화교육 내용

―의식화 교육 학교 현황(전국 58개교, 초등 10, 중등 19, 고등 29)

―김일성:‘독립운동가’, ‘민족주의자’

―6·25 남침:‘미국에 의한 북침’

―북한주민 생활:‘남한보다 풍요’

―문익환 입북:‘통일을 위한 위대한 발걸음’

―대학 진학:‘이 강산 좀 먹어가는 관료후보생’

▲해외 친북교역자의 북한실상 왜곡 사례

―2차 방북한 바 있는 미국 장로교 세계 신교부 총무 이승만(당시 57살)은 ‘한겨레신문’(88년 10월 22일자)에 평양의 신축 교회 상당’ 제하의 북한 방문기를 연재

―81년 방북한 바 있는 재미교포 홍동근(당시 62살)은 88년 8월 30일 북한체제 찬양 내용인 기행문 ‘미완의 귀향일기’를 출간

―84년 방북한 바 있는 미국 산호세 한인 천주교회 고종옥(당시 58살) 신부는 북한 종교실상을 왜곡, 찬양한 내용의 기행문 ‘아, 조국과 민족은 하나인데’를 출간

▲좌경세력의 투쟁 특징

―북한의 대남 흑색방송 ‘구국의 소리 방송’을 ‘사상적 길잡이’라고 규정하는 등 북한방송을 투쟁지침화

―김일성을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김정일을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이라고 부른다.

신동아 200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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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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