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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대논쟁! 페미니즘

“우리는 가부장제와 전면전으로 간다”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현주소

  • 조성식 mairso2@donga.com

“우리는 가부장제와 전면전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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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산점제는 공무원 채용시험시 군필자에게 총점의 5%를 보태주는 제도로 그동안 여성계의 반발을 사왔다. 군 가산점제 폐지의 대안은 두 가지. 첫째, 공무원 시험에서 응시제한연령을 군입대 기간만큼 늘려주는 방안. 둘째는 임금과 호봉 계산시 군복무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해 산입하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많은 기업체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다만 그 동안 기업 자율에 맡겼던 것을 앞으론 법적 의무로 만들어 강제 시행한다는 것이다.

1월4일 오후 7시. 서울 청담동에 있는 여성 인터넷 사이트 ‘여자와닷컴(www. yeozawa.com)’ 사무실을 방문했다. 컨텐츠 3팀장인 박미라씨(37)는 “영 페미니스트 운동에 대한 백래시(backlash: 반격)가 시작됐다”고 입을 열었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젊은 남자나 늙은 남자 할 것 없이 페미니스트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여자와닷컴’은 여성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여성운동을 대중화한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호주제 폐지와 같은 여성계의 이슈를 알리는 것 외에 사랑과 성, 재테크, 건강 미용, 패션, 인테리어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사이트에 날마다 올린다. 여성신문 기자를 거쳐 ‘if’ 편집장을 역임한 박씨는 “여성지 독자층은 한정돼 있지만 ‘여자와닷컴’의 독자층은 무한하다”며 “인터넷을 통해 여성운동의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자와닷컴’ 회원 수는 30만 명에 이른다.

박씨는 영 페미니스트 운동의 기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의 여성운동엔 내가 희생해 사회개혁을 이룬다는, 학생운동 방식의 개념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다. 먼저 나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하는 개개인이 행복해야 여성운동도 성공할 수 있다. 페미니즘을 접한 이후로 행복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예전엔 드러내지 않던 은밀하고 사적인 문제를 이슈화한다. 페미니즘 진영 내부에서 여성의 성욕은 참아야 하는 것으로만 얘기돼 왔다. 그렇지만 우리도 성적 욕구가 있고 가꾸고 싶어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은가.”

박씨는 영 페미니스트답게 여성운동의 주요 이슈에 대해 진보적 견해를 나타냈다. 일부일처제에 대해선 “전적으로 여성에 불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여성계에서 오랫동안 반대해온 간통죄 폐지에 대해선 “성인 남녀의 사랑이나 성을 법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군 가산점제에 대해선 “육아에 대한 부담만 덜어준다면 여자도 군대 갈 수 있다”고 되받았다.

페미니스트도 성욕 있다

포르노에 대한 생각도 기자의 선입관을 벗어난 것이었다. 박씨는 “무조건 억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포르노에 대해 여성을 상품화하고 성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여자들이 포르노를 보면 안 된다는 것은 결국 여성을 미성숙한 존재로 본다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부 페미니즘 운동가들은 여성용 포르노 영화의 가치를 인정한다. 포르노가 오히려 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며 포르노 ‘부분 긍정론’을 펼쳤다. 포르노에 흔히 등장하는 변태 성행위가 끼치는 영향에 대해선 “어떤 행태의 성행위든 남녀가 합의하고 상대방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면 변태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박씨는 페미니즘 운동의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예전엔 남자들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자들이 변하면 남자들이 바뀐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5년 전만 해도 명절 때 친정에 가느냐 시댁에 가느냐를 두고 다툴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명절 때 남녀가 같이 일하자든가, 제사를 지내지 말자든가 하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페니미즘 운동은 결국 삶의 습관을 바꾸자는 것이다. 신세대 여성 중엔 전업주부가 좋다는 사람도 많다. 평화의 열쇠는 여자들이 쥐고 있는 것이다.”

1월5일 오후 2시. 홍익대 앞 카페에서 최창희씨(39)를 만났다. 여성신문 기자 출신인 최씨는 1996년 신낙균 현 민주당 최고위원을 따라 국회에 들어갔다. 당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이었던 신위원은 국회여성특별위원장과 문화관광부장관을 지냈다. 최씨는 보좌관으로서 여성정책과 관련한 일을 하다가 신위원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1999년 9월 국회에서 나왔다.

현재 최씨는 ‘에코 페미니스트 유니온’이라는 자유기고가 모임의 회원으로 방송 출연, 기고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에코 페미니즘은 생태주의 또는 환경주의 관점의 여성운동이론으로 여성해방과 자연해방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에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억압과 자연 파괴의 원인을 가부장제 또는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중요한 개념인 가부장적 자본주의에서 찾는다. 에코 페미니즘 시각에서는 자연과 여성은 둘 다 남성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남성=문화/ 여성=자연의 등식이 에코 페미니즘의 기본 시각이다.

따라서 에코 페미니즘에서는 여성성 회복이 중요한 과제다. 모성 감성 직관 등 여성적 본성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힘을 가질 때 여성해방과 환경복원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최씨는 “여성 억압의 역사와 자연 또는 환경 파괴의 역사는 일치한다”고 말했다.

“자식을 지키려는 모성 본능과 자연을 보호하려는 본능은 통한다. 물질보다 정신에 더 가치를 두고 생명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여성의 영성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엔 여성성이 여성 억압의 원인으로 지적됐으나 지금은 오히려 여성 해방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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