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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판매왕 4인의 성공스토리

“나는 판다. 고로 존재한다”

  • 김기영 hades@donga.com

“나는 판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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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보험왕은 이미 예영숙 팀장이 예약해놓았습니다. 1등은 정해졌고 누가 2등을 하느냐가 오히려 더 관심사일 겁니다.”

삼성생명의 보험왕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회사 관계자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삼성생명 소속 보험설계사가 대략 6만여 명인데 그들 가운데서도 마땅히 견줄 만한 경쟁자가 없는 1등 설계사라는 소개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삼성생명측이 보내온 자료를 보면서 그만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2000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 해 신계약 건수만 608건으로 월 51건. 같은 기간 거둬들인 보험료가 무려 130억원. 이를 월 단위로 쪼개면 한 달에 평균 10억8300만원. 예상 되는 연봉이 7억5000만 원으로 월 6300만 원꼴….

보통 보험업계의 회계단위는 매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삼성생명의 2000년 회계연도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2000년 1월부터 12월까지 만을 따로 잘라내 설계사들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예영숙 팀장(여·42·삼성생명 대구지점 대륜영업소)과 견줄만한 경쟁자는 없다는 것이 삼성생명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예 팀장은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2000년 5월 삼성생명 연도상 시상식에서 연도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주위의 부러움을 산 데 이어 10월에는 저축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00년 11월 현재 삼성생명 지역본부여왕 9연패의 대기록도 세웠다.



이에 앞서 지난 98년에도 삼성생명 전국 여왕상을 받았고 그해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보험인들의 세계 기구인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 백만불 원탁회의)의 정회원에 가입하는 영광도 누렸다. 이듬해인 99년에는 대구방송이 선정하는 ‘보험 신지식인’에 뽑히는 등 다채로운 수상경력을 쌓았다.

한마디로 예 팀장은 보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삼성생명 홍보팀이 언론에 배포한 소개자료에는 예 팀장을 ‘움직이는 영업소’로 표현하고 있다. 예 팀장 한 사람의 보험 영업실적이 웬만한 영업소의 전체 실적을 능가한다는 데서 붙인 별명이다.



연봉만 7억5000만원 추정

이런 화려한 수식어의 주인공인 예 팀장은 우연히 보험설계사가 됐다고 한다. 삼성생명 입사 전까지만 해도 예 팀장은 시(詩)를 즐겨 쓰는 전업주부였다. 국영기업체 간부인 남편과 두 아이의 뒷바라지로 하루 해가 뜨고 지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성이었다. 그러던 93년 늦은 봄 어느 날 남편이 가입한 보험의 내용이 궁금해 보험사를 찾은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말았다.

“솔직히 보험을 판매하러 다니는 설계사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회사를 방문해보니 교육프로그램이 있기에 보험상식이나 배워볼까 해서 등록을 했는데 그게 오늘날에 이른 계기가 됐어요.”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이 남의 권유로 이 일을 하게 된 데 비해 예 팀장은 철저히 자기판단에 따라 보험설계사가 됐다. 어떤 일이든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 판단에서 시작할 때 효율이 높은 법. 예 팀장은 출발에서부터 남들과 다른 자세와 각오,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유지율 99%의 신화

예 팀장은 무작정 아는 사람을 찾아가 보험에 들라고 떼쓰는 식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판매에 앞서 고객의 직업, 취미, 생활환경, 가족사항, 성격까지 필요한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체크한다. 그리고는 고객의 사정에 따라 저축형 플랜, 연금형 플랜, 보장성 플랜 등으로 나눠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즉 고객의 처지와 조건에 따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당사자에게 꼭 필요한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심한 배려 속에서 상품을 권유받은 고객이 감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나아가 주변 사람을 소개해주는 소개계약으로 이어진다. 7년간 보험설계사 생활을 하면서 예 팀장과 이렇게 인연을 맺은 고객은 1000명이 넘는데 이들 모두가 한번 보험에 가입하면 좀처럼 해약을 하지 않는 고객들이라고 한다.

“강요가 아니라 자기 필요에 보험상품을 선택했기 때문에 해약률이 낮을 수밖에 없죠. 저희 고객들의 보험 유지율은 99%라고 자신합니다.”

예 팀장은 고객을 설득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보험설계사들이 계약을 하고 나면 ‘이젠 끝, 다음 목표를 찾아 출발’하는 데 반해 예 팀장은 본격적인 고객관리를 계약과 함께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사전준비와 설득으로 계약을 성사시킨다고 해서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93년 입사 초기 예 팀장은 1건의 개인연금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9개월이나 꾸준히 고객을 방문하며 공을 들인 적 있다. 즉 한 번 시작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끈기 역시 보험설계사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자질이라는 것이다.

예 팀장은 자신의 영업철학을 “만나면 무언가 도움이 되는 설계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보험 영업인이 아니라 고객의 금융컨설턴트 노릇을 할 정도로 전문 식견을 갖춰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 예 팀장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있다. 어떤 고객을 만나더라도 ‘눈높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기본. 그래서 신문 읽기는 설계사 입문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은 일과라고 한다. 이런 노력 덕택에 예 팀장은 경제에서 프로야구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만물 박사로 통한다.

고객 개척 등으로 분주한 하루를 보내면서도 예 팀장은 자신의 팀원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예 팀장이 사원을 관리하는 주 포인트는 기본자세와 상품교육, 그리고 배우자인 남편 면담이다. 설계사들의 활동에 가장 큰 장애는 남편들의 반대인데 그럴 경우 예 팀장은 배우자를 직접 만나 설득해 협력자로 만든다. 팀 회식 때도 식사 이외에 따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일을 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다.

‘용장(勇將)’ 밑에 ‘약졸(弱卒)’없다고 하던가. 이런 훈련을 거쳐서인지 예 팀장의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우수 설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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