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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취재

“1호 동지를 사수하라”

김정일 서울답방 2박3일 총력 경호작전

  • 이정훈 hoon@donga.com

“1호 동지를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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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서야 좌석 전열에 앉아 있던 경찰관이 일어나 뒤에서 문세광을 덮쳐, 문은 마지막 총알을 쏘지 못하고 검거되었다. 이때까지 박실장은 대적자세를 취했을 뿐 실탄은 발사하지 않았다. 연단 위에는 박실장 외에도 이상렬(李相烈) 수행과장과 박상범(朴相範) 수행계장 등 경호원 네 명이 좌우로 걷은 커튼 뒤에 숨어 있었다. ‘잘못된 경호’이긴 하지만 박실장이 권총을 들고 뛰어나왔다면, 이들 또한 총을 뽑아들고 뛰어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 한국 경호 역사상 지우기 힘든 치욕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커튼 뒤에서 뛰어나오던 한 경호원이 총소리에 ‘겁을 먹었는지’ 다시 커튼 뒤로 도망간 것이다.

경호원들은 문세광이 제압된 후에야 전부 연단 위로 쏟아져 나와 박대통령이 숨어 있는 연설대 주변을 호위했다. 이때 한 경호원이 ‘너무 긴장했는지’ 객석을 향해 총을 쏴, 합창단원으로 와 있던 성동여실고 2학년 장봉화양을 절명케 했다. 그 바람에 현장 분위기는 더욱 긴장되었다. 문세광과 육여사가 들려 나가자, 팽팽한 긴장감을 깨려는 듯 박대통령이 연설대 밑에서 일어나 연설문의 중단된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 읽어나갔다. 연설문을 끝까지 읽은 그는 육여사의 고무신을 주워 들고 손을 흔들며 연단을 내려갔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담대한 박정희’라고 평가했지만, 경호 측면에서는 이것도 빵점이다. 암살 세력은 실패에 대비해 현장에 제2, 제3의 암살자를 투입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호원들은 사고가 나면 대통령을 사고 현장에서 무조건 빨리 대피시켜야 한다.

정상을 지켜야 하는 경호원들이 암살자가 쏜 총소리에 겁을 먹고 피하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 경호 행태다. 이와 똑같은 광경이 81년 10월6일 이집트에서 연출됐다.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사다트는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치러온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78년 두 사람은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킨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집트 군부 강경파는 이 협상을 굴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사다트는, 평화 정착을 자축하는 의미로 이날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다.

퍼레이드 도중 트럭 적재함에 타고 사열대 앞을 지나가던 일단의 군인들이 트럭에서 뛰어내려 총을 쏘며 사열대로 돌진했다. 그 순간 경호원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겁을 먹고 몸을 숙였고, 이들은 사다트를 찾아내 사살했다.

총소리가 들리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그러나 경호원은 이러한 본능을 이겨내고 대통령을 향해 몸을 날려야 한다. 이러한 능력이 없다면, 경호원이랍시고 어깨에 힘주고 다닐 이유가 없다. 사다트 피격과 문세광 사건은 무도(武道)만 익힌 경호원은 보통 사람들보다 ‘반사신경’이 빨라, 위급 상황에는 오히려 먼저 몸을 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가 81년 3월30일 미국 워싱턴의 힐튼호텔 앞에서 발생한 레이건 대통령 저격 사건이다. 저격범 힝클리는 레이건 대통령이 다음 행사를 위해 전용차를 타려는 순간 지근거리에서 연속해서 세 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이중 한 발이 레이건 대통령의 왼쪽 가슴을 뚫고 들어가 허파에 박혔다. 다른 한 발은 브래들리 백악관 대변인을 맞혔고, 또 한 발은 경호 임무를 위해 현장에 나와 있던 사복 경찰관을 맞혔다.

앞서도 설명했듯 미국 대통령 경호는 재무부 산하 비밀수사국(SS)이 담당한다. 총소리가 들린 순간 SS 요원들은 총을 쏜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미식축구 선수처럼 레이건 대통령을 향해 몸을 날렸다. 육탄 방어망이 형성되자 한 요원이 전용차 문을 열고 레이건 대통령을 ‘집어 던졌다’. 전용차는 바로 출발했는데, 정확히 2분30초 만에 조지워싱턴대학 병원 응급실에 레이건 대통령을 내려 놓았다. 그때까지도 레이건은 자신이 총알을 맞은 줄 몰랐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권총알을 맞은 사실을 모를 경우, 사람들은 대개 총알을 맞은 부위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총알을 맞은 부위에서 나오는 피를 보고 겁을 먹었을 때 비로소 고통을 느끼는데, 이것은 육체적 아픔이 아니라 대개는 심리적인 고통이다”고 말한다.

문세광 사건 때 경호원들은 문세광을 제압할 때까지 육여사를 후송하지 못했다. 반면 레이건 대통령은 2분30초밖에 걸리지 않은 신속한 후송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우리 경호원들은 문세광을 덮친 후 박대통령을 보호했지만, SS 요원들은 레이건을 보호한 후 힝클리를 덮쳤다. 이는 양국의 경호 수준 차이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SS 요원들의 육탄 방어

어떻게 SS 요원들은 본능을 억누르고 몸을 날릴 수 있을까. 정답은 ‘조건반사’에 있다. SS 요원들은 “총성이 들리는 순간 대통령을 덮치는” 교육을 반복해서 받는다. 전문가들은 “총성이 울리는 순간 대통령을 위해 몸을 날리는 경호원은 사생관(死生觀)과 직업관이 서 있는 사람들이다”고 말한다. 조건반사를 만드는 반복 훈련과 더불어 사생관·직업관을 세우는 교육을 거듭해서 받았기 때문에 이들은 몸을 날리는 것이다. 전문적인 식격이 있으므로 이들은 대통령의 몸을 손 대기 어려운 ‘옥체(玉體)’가 아니라, 집어 던져서라도 보호해야 하는 경호 대상체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SS는 이 사건을 ‘경호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하고 있다. 이유는 그 어떤 요원도 힝클리가 총을 뽑는 순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호원의 시선은 경호 대상자(대통령)가 아니라 경호 환경(모여 있는 사람)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이 다음 이동지로 가기 위해 차에 타려고 할 때인지라, SS 요원들은 저도 모르게 대통령을 쳐다 보았다. SS는 요원들의 시선 이동까지 체크하는데, 우리 경호 요원은 본능을 억누른 육탄 방어조차 못한 것이 당시의 한국과 미국의 경호 수준 차이였다.

SS는 한국 경호실이 추구하는 목표점이자, 한국 경호실의 ‘선생’이다. 한국 경호실이 영문 이름을 PSS로 정한 이유도 이것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SS는 어떤 기관인가? 경호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잠시 SS의 실체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미 재무부 산하 비밀수사기관인 SS(Secret Service)가 미 대통령을 경호하게 된 역사적 배경부터 추적해보자. 이 과정에 ‘SS는 미국 정보·수사 기관의 모태’라는 뜻밖의 사실이 발견된다. 이야기는 19세기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1년부터 1865년 사이 4년간 미국은 ‘남북전쟁’을 치르느라,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때는 서부영화에 나오는 건맨들이 활개치던 시절, 뒤집어 말하면 미국 연방정부의 권한이 매우 약하던 때다. 이 시기 미국 연방정부의 권한은 외교·국방·화폐 발행·우편 등 몇 개로 한정돼 있었고, 치안을 비롯한 민생 업무는 주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었다. 이 시대 미국인들은, 주민 중에서 가장 총을 잘 쏘는 사람을 ‘보안관(Sheriff)’으로 뽑아 치안을 맡기고 있었다. 국가경찰 제도가 없었던 것이다.

연방정부가 화폐 발행권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금화나 은화 등 경화(硬貨) 발행에 한정된 것이었다. ‘은행권’이라고 하는 지폐는, 은행이 주정부의 허가를 받아 독자적으로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무려 7000여 종의 은행권(지폐)이 유통되었다. 이런 상황에 남북전쟁이 일어났으니, 위폐 발행이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위폐는 수세에 몰린 남부 미국에서 조직적으로 제작되었다. 남부 미국은 이 위폐로 전비를 마련하고 북부 미국(연방정부)의 경제 질서를 마비시키려고 했다.

위폐 단속반으로 출발한 SS

주정부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터라, 위폐를 단속할 여력이 없었다. 이렇게 되자1865년 4월14일 링컨 연방정부 대통령이 연방 재무부에 “위폐 단속 기관을 설립하라”고 명령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링컨은 암살되었다. 링컨은 사망했지만 이 명령은 시행돼, 1865년 7월5일 재무부는 W.P. 우드를 국장으로 한 위폐단속 기관을 만들었다. 이 기관은 사법경찰권(수사권)을 가진 사복(私服) 요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Secret Service’로 명명되었다(시크릿 서비스를 우리 말로 직역하면 ‘비밀수사국’ 정도가 된다). SS는 미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최초로 생긴 수사기관이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4년이 흐른 1869년, 미 연방의회는 위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국정화폐 발행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국정화폐를 발행하자 위폐 유통이 크게 줄어들었다. 1901년 9월14일. 이런 가운데 링컨에 이어 맥킨리 대통령이 암살돼 연방대통령 경호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연방대통령에 대한 경호 강화는, 연방대통령의 권한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연방의회는 연방대통령 경호 기관을 만드는데 협조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차일피일 시간만 지나자, 1906년 견디다 못한 연방대통령 비서관이 재무부 장관을 만나 “연방정부 유일의 수사기관인 재무부의 SS가 대통령을 경호한다”는 합의를 도출해냈다. 경호기관을 만들지 않고도 대통령을 경호하는 방안을 만들어내자, 연방의회는 이를 반겼다. 연방의회는 SS가 대통령을 경호할 수 있도록 재무부의 근거법인 ‘일반경비(經費)법’을 개정했다. SS에 의한 대통령 경호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연방정부 내 유일한 수사기관인만큼 SS는 법무부에도 요원을 파견했다. 이런 식으로 SS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자, 연방의회는 SS의 활동 범위를 제약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이로써 SS의 파견이 어려워지자 법무부는 “파견나온 SS 요원을 아예 법무부로 이적시켜 달라”고 요구해 허락을 받아내고, 1909년 이들을 모태로 수사국을 창설했다. 1935년 이 기구가 그 유명한 ‘연방수사국(FBI)’으로 개칭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FBI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수사기관인 중앙정보국(CIA)은 2차대전 후인 1947년 영국의 비밀정보부(SIS) 등을 본따 만든 것이다.

후버 대통령 시절인 1930년 5월13일 한 관광객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백악관 대통령 식당까지 침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까지 SS는 대통령 신변만 경호하고, 백악관 건물 경비는 제복을 입는 별도의 경찰조직이 담당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복을 입는 별도의 경찰조직이 SS에 편입되었다. SS가 대통령 신변 경호뿐만 아니라 백악관 건물까지 경비하게 된 것이다.

1940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유럽 정상들은 미국으로 달려와, 도움을 요청했다. 전쟁중인 나라의 정상들은 경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 경호도 SS에 맡겼다. SS의 경호 영역이 더욱 넓어진 것이다. 그러나 SS의 주 임무는 어디까지나 위폐 단속이다. SS는 늘어나는 경호 업무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수사관(Special Agent)’을 만들었다. 특별수사관은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고, 일반 수사관은 위폐 단속에 전념케 한 것이다. 특별수사관과 일반 수사관은 수시로 순환시켰다.

활동 영역이 넓어졌지만 SS는 독자적인 근거 법률을 갖지 못하고, ‘예산법(一般經費法의 후신)’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었다. 1951년 바우프만 SS 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의회를 움직여 SS 근거법을 만들게 했다. 이로써 SS의 활동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위폐 수사와 경호 같은 기존 업무 외에도, 재정 범죄·신용카드 사기범죄·컴퓨터를 이용한 범죄도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는 SS가 대통령을 경호하는 데는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 있었다. 대통령 암살자들은 대개 SS의 정보 수집에 사각지대인 경제외의 분야에서 배출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1963년 11월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암살되면서 극명히 드러났다. 이 사건 직후 ‘워렌위원회’가 설치돼, 사건 진상을 밝히고 암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랜 조사 끝에 워렌위원회는 SS에 경제 외의 분야에 대한 정보 수집에 주력하는 FBI나 CIA와 정보를 교류하라고 권유했다. SS의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이후 SS는 FBI와 CIA로부터 방대한 자료를 제공받아 대통령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에 관한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경호기관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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