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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동지를 사수하라”

김정일 서울답방 2박3일 총력 경호작전

  • 이정훈 hoon@donga.com

“1호 동지를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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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직원들은 같은 급수의 재무부 공무원은 물론이고 FBI 요원보다도 연봉이 많다. 그러나 CIA 요원보다는 약간 적은데, CIA 요원들은 출장과 해외 주재가 잦아, 대졸자들은 SS 입사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5년 이상 근무한 SS 요원의 연봉은 5만 달러(약 6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좋은 봉급 때문에 매년 SS에는 하버드나 예일 등 명문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미국 명문대학 졸업자들은 대개 한두 가지 이상의 운동을 할 줄 알아 사격과 무도는 가르치면 금방 따라온다. 이것이 SS가 세계 최고의 경호 기관이 된 이유다.

SS는 총무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부’, 위폐 등 경제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부’, 특수수사관(Special Agent)들로 구성된 ‘경호운용부’, 자체적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며 FBI와 CIA로부터 경호 요주의 인물에 관한 자료를 넘겨 받아 분석하는 ‘경호조사부’, 그리고 백악관 등을 경비하는 ‘제복경찰부’로 구성돼 있다. SS의 총인원은 4500여명이고, 경호에 투입되는 특수수사관과 일반 경제 범죄를 다루는 일반 수사관은 1200명 정도다. 나머지는 총무(관리)일을 맡거나 수집한 정보를 판단·분석하는 일을 한다.

1·21사태와 문세광 사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암살자들은 모두 혁명을 꿈꾸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특공대는 청와대를 공격하면 남조선에서 혁명이 일어나, 그들은 무사히 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중앙정보부로 압송돼 김기춘(金淇春) 검사에게 조사받던 문세광은 이따금씩 “밖이 조용하냐?”라고 거듭 물어 혁명이 일어났는지를 체크했다고 한다. 암살자들이 갖는 혁명의 꿈은 10·26사건 때 또 한번 드러난다. 10·26사건은 잠시후에 분석하기로 한다.

문세광 사건이 던져준 교훈을 제대로 분석했다면, 경호실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호실장이 박종규에서 차지철(車智澈)로 바뀌었을 뿐, 경호실의 질적인 성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차실장 시절 경호실은 오히려 퇴보했다. 차실장은 경호 연구에 주력하지 않고, 대통령의 권세를 이용해 야전부대 사령관을 불러 사열을 받는,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즐겼다. 경호실을 사병(私兵) 집단화한 것이다.

이 시기 채용된 경호 요원 중에는 무도 학교 출신이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全敬煥)씨다. 두뇌가 아니라 여전히 무도를 중요시한 것이다. 한 소식통은 “당시 경호실에는 ‘깍두기 형님’으로 불리던 격투기 대회 우승자도 있었다. 경호실은 충성심 강한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팔팔한 주먹들의 집합소였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한국은 또 한번 값비싼 희생을 치르게 된다. 5년 후 대통령이 피격돼 사망하는 10·26사건을 맞는 것이다.



미국의 도청을 허용한 경호실

그러나 경호실의 무능은 이미 10·26사건 전부터 드러나고 있었다. 이 시기 박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축소시키려는 카터 미 대통령과 심각한 불화를 빚고 있었다. 1·21사태 후 박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외치며 방위력 건설에 매진했는데, 카터는 이러한 박정희를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인물로 보았다. 이 시기 박대통령 집무실 유리창에서 미국의 정보 기관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도청기가 발견됐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대통령 신변을 경호하는 것이 경호의 전부가 아니다. 청와대에서 주고 받는 대화와 통신이 누설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경호다. 도청기가 발견된 후 경호실은 모든 화분의 흙을 뒤집어 보고, 책상과 탁자 밑에 도청기가 붙어 있는지 샅샅이 조사했다. 이 일을 계기로 대통령 집무실에는 비화기(秘話機)가 설치됐다. 비화기는 사람 음성을 불규칙하게 증폭해 ‘꽥꽥’ 거리게 한다. 도청기로는 대화 내용을 엿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외국 정보기관의 청와대 도청을 허용할 정도로 경호실 실력은 한심했다.”

그 얼마 후 10·26사건이 일어났다. 중앙정보부와 대통령경호실 요원들이 두 패로 나뉘어 한바탕 총질을 한 이 사건은,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여성 연예인이 현장에 있었다, 宴會 도중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사실 등)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경호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분석해 들어가면 상식을 깨는 결론이 나온다.

첫째, 이 사건은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경호 요원이 대통령을 저격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앞서 밝혔듯 경호실은 중앙정보부에서 갈라져 나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정보부는 대통령의 외부 행사가 있으면 경호실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경호에 나선다. 2선과 3선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과 군을 통제하는 것도 업무 조정권이 있는 정보부다(정보부 과장은 다른 부처의 과장보다 직급이 높아 타 부서 사람을 지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들어 이런 권한은 사라졌다).

‘경호원’ 김재규는 왜 박대통령을 저격했을까. 호사가들은 ‘박정희의 총애를 차지하기 위한 차지철과의 갈등을 이유로 거론한다. 다른 호사가들은 박정희와 김재규 간의 갈등을 거론하기도 한다. 박정희는 김재규보다 9살이 많지만, 같은 고향(경북 선산)에 경비사관학교(육사의 전신) 2기 동기생이다. 김재규는 부잣집 아들이고 박정희는 가난한 집 아들이다. 그런데 5·16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됐다. 때문에 이들은 “박정희보다 못할 게 없다는 김재규의 열등감이 박대통령 저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가원수를 저격한 경호원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재판정에서 한 김재규의 말이다. 김재규는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행동을 ‘혁명’이라고 자평했다. 김재규는 차지철과의 갈등, 박정희에 대한 열등감이 아니라 혁명을 위해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혁명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10·26사건은 1·21사태 그리고 문세광 사건과 공통점이 있다. ‘혁명을 위한 저격’, 이는 대통령 암살자들이 품고 있는 중요한 저격 이유 중에 하나다. 이념 지향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혁명이라는 명분 때문에 대통령을 저격하는 경우가 많다.

경호원이 국가원수를 저격한 사례는 이스라엘에서도 일어났다. 1994년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 아라파트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과 함께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 사례처럼 이스라엘의 보수파는 라빈이 평화 정착을 이유로 PLO 측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불만을 품었다. 그리고 1년 후인 95년 11월4일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암살되었다.

라빈 암살 직후 이스라엘은 “극우 청년이 총리를 저격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극우 청년이 라빈을 암살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총리 암살이라는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스라엘은 왜 자세한 암살 배경을 밝히지 않았을까?

이스라엘에서의 총리 신변 경호는 ‘신베스(Shin Beth·보안대)’가 담당한다. 라빈 주위에는 항상 무장한 신베스 요원들이 포진해 있다. 구조적으로 암살자들이 쉬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들은 ‘이스라엘이 국가 위신 때문에 사건 배경을 정확히 발표하지 않았다. 라빈은 신베스 소속 경호원에 의해 암살되었다’고 판단한다.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 공안기관은 총리를 육탄 방어해야 하는 신베스 요원이 총리를 암살했다고 발표할 수가 없어, 극우 청년이 암살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극우청년은 라빈 총리의 평화 정착 노선에 반대한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라빈 총리가 PLO와 평화회담을 강하게 추진할수록, 이스라엘 내의 보수파도 강하게 결집한 것이다. 한 전문가의 말이다. “예를 들어 정치에서 좌와 우만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최고 지도자가 극좌나 극우 어느 한쪽으로 강하게 쏠리면 그만큼 저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세광 사건도 박대통령이 근대화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유신을 선포해 민주주의를 너무 억눌렀기 때문에 일어났다. 1·21사건도 박대통령이 극단의 반공주의를 고수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사다트 피격도 사다트 대통령이 평화협정 추진 쪽으로 과도히 쏠렸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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