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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취재

“포철 뛰어들고 LG 물러간다”

청와대 直報 비밀 문건을 통해 본 통신산업 구조조정 시나리오

  • 이나리 byeme@donga.com

“포철 뛰어들고 LG 물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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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일각에선 유회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국 포철은 동기식 IMT2000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세를 얻고 있다.

2월14일, 모 통신업체의 정보 담당 임원은 포철 핵심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라며 “포철이 동기식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구체적 방안까지 논의중이라는 것. 가장 큰 난관은 3월16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다. 주주들의 반발을 피하려면 주총이 끝난 다음 컨소시엄 참여를 공식화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일정이 여의치 않다.

동기식 사업자 신청 기간은 2월26~28일이다. 주총을 피하려면 사업서 제출이 끝난 다음에나 컨소시엄 참여를 발표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동기식 사업자가 선정된 후 참여할 길을 찾는다. 둘째는 ‘대리인’ 노릇을 할 회사를 찾아 지분을 할당받은 뒤, 사업자 결정 후 다시 넘겨받는 수순이다. 둘 다 무리가 따르는 방식이라 실제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그야말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그렇더라도 정통부 주무부서는 물론 업계에서도, 시기가 문제일 뿐 포철의 동기식 참여를 ‘피할 수 없는 일’로 보고 있다. 하나로통신 신윤식 사장도 “금년 상반기에는 업계 진출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포철 실무진은 “동기식 참여와 관련한 어떠한 지시도 받은 바 없다”며 사업 참여설을 부인했다.



LG는 어디로 가는가

포철이 동기식 컨소시엄, 나아가 통신 산업에 ‘정식 데뷔’하는 것은 현재의 업계 구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력을 지닌다. LG텔레콤, 하나로통신, 파워콤 등 포철의 행보에 따라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물론이요, 지난해부터 공공연히 ‘새 주인’을 찾고 있는 두루넷 드림라인 온세통신 등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통신과 SK에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의미한다. 포철이 전면에 나설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업계 지도는 어떻게 변할까.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LG그룹의 방향 설정이다. 비동기식 사업자 선정 탈락 후 LG그룹은 통신사업 포기와 고수를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의 ‘의중’은 이미 통신 부문 철수 쪽으로 굳어진 듯하다는 것이 측근의 전언이다.

그룹 관련 사장단의 신년하례 자리에서 한 CEO가 “통신 사업은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자 “통신의 ‘통’자도 꺼내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이 농장에 칩거중인 구자경 전 회장에게 문안차 들렀다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는 류의 입바른 소문도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그만큼 구회장과 LG의 상처가 크고 깊다는 의미일 것이다.

LG에는 통신사업관련 경영진 회의가 상시 운영된다. 변규칠 LG텔레콤 회장과 남용 사장, 박운서 LG글로콤 부회장, 강유식 구조조정본부 사장 등이 주 멤버다. 이들은 요즘 LG텔레콤의 미래를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구조본부가 통신사업을 접자는 쪽이라면, LG텔레콤은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접자’는 쪽의 논리는 “서비스는 포기하되 LG전자를 통해 비동기식 장비 시장을 선점하자”는 것이다. 반면 ‘계속 가자’는 쪽은 “아직 살길은 있다. 어떻게든 정통부가 쥐고 있는 동기식 카드를 비동기로 바꿔 그룹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결정난듯 하다. 그룹의 한 고위간부는 “정리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동기식 사업권을 딸 확률보다 장비 시장을 노리는 편이 훨씬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동기식 컨소시엄 참여와 관련해서도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사업자 선정은 LG텔레콤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컨소시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LG텔레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참여하겠다. 예를 들면 현물 출자, 정확히 말해 LG텔레콤 주식을 일부 넘기는 형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당 가치를 현재 주가 수준으로 산정한다면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증시 가격이 기업 가치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통신사업 철수를 말하면서 동기식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 두고 있는 속내는 무엇일까. LG텔레콤을 ‘문 닫게’ 할 작정이 아닌 이상 적당한 매수자를 찾는 것이야말로 시급한 일. 이때 좋은 값을 받기 위해서는 길을 잘 골라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을 디뎌야 한다. 다시 말해 LG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형태의 IMT2000사업 참여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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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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