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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취재

“포철 뛰어들고 LG 물러간다”

청와대 直報 비밀 문건을 통해 본 통신산업 구조조정 시나리오

  • 이나리 byeme@donga.com

“포철 뛰어들고 LG 물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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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이처럼 상대적으로 느긋하고 유보적일 수 있는 것은, 동기식 IMT2000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LG텔레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LG텔레콤망을 활용해야만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한국통신, SK와의 가격 및 고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 만한 ‘기본 체격’을 갖출 수 있다.

또 LG텔레콤의 참여 없이 사업을 시작할 경우 사실상 4강(한국통신·SK·LG·동기식 컨소시엄) 구도가 형성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하나로통신이 LG그룹을 향해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도 이것이다.

애초 하나로통신은 동기식 IMT2000 컨소시엄의 구도로 포철 등 대기업 지분 10%+α,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PICCA) 10%+α, 하나로통신 10%, 일반 중견기업 10%, 소액 주주 20%, 외자 40%의 조합를 상정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국내 단말기 업체인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는 물론 해외이동통신업체인 미국 버라이존, 스프린트PCS, 일본 KDDI, 중국 차이나텔레콤, 동기식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퀄컴 등과 다각도의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버라이존 등 해외 업체들은 “경쟁력이 낮은 만큼 1조1500억 원으로 돼 있는 출연금을 정부가 2200억 원으로 수준으로 낮춰줘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한국통신과 SK가 IMT2000 사업 상용화 시기를 애초 약속한 2002년 5월이 아닌 그 이후로 연기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통신시장은 사실상 2.5세대 동기(기존 2세대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 대(對) 3세대 동기의 대결구도가 된다.

통신전문가들에 따르면 2.5세대와 3세대 사이에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되면 동기식 IMT2000컨소시엄은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붓고도 동기-비동기 사업을 병행하는 한국통신, SK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파워콤 “꽃단장하고 기다리겠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14일, 동기식 컨소시엄 참여 예정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CDMA(동기식)2000그랜드컨소시엄 추진위원회’는 1차 회의를 열고 컨소시엄 구성업체들에 참여 지분을 배정했다. 하나로통신이 애초 구상했던 모양새와는 여러 모로 차이가 컸다. 무엇보다 포철, 버라이존, LG텔레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1차로 결정된 사항은 하나로통신 10%, 삼성(1% 미만)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 20%, PICCA 등 중소벤처기업 30%, 국민주 10%, 퀄컴(10%미만) 등 해외투자자 30% 등이다. 비록 상징적인 수준이지만 삼성전자의 컨소시엄 참여가 결정됐으니만큼 LG전자도 비슷한 수준에서 참여하게 되리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한편 추진위는 같은 달 15일, 정통부에 출연금을 2200억 원으로 감면해주고 LG텔레콤 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했다.

정통부로서는,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위해선 출연금 삭감 또는 분할상환 요구를 수용해야 할 상황이나 그랬다간 특혜 시비가 일 것이 뻔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동기식 컨소니엄측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민영화 시한에 쫓기고 있는 파워콤도 내심 포철의 통신업계 진출을 고대하는 분위기다. SK가 무선통신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한데다, LG 쪽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믿을 만한 매수 예상 세력은 포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 임원은 지금 파워콤의 상태를 ‘신랑에게 사랑 받기를 고대하며 꽃단장하고 앉은 신부’에 비유했다. “이런 난세에는 이름을 높이려 나댈 것이 아니라 내실을 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두루넷은 어떨까. 한때 나스닥에서 84달러를 호가하던 주가는 3~5달러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90%가 넘는 대폭락이다. 최근 대주주가 삼보컴퓨터에서 일본의 소프트방크로 바뀌고 korea.com의 분사를 결정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의 한 인사는 “지난해 두루넷 측에서 매수 의사를 타진해왔다. 다른 몇 개 업체에도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루넷 측에서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것은 두루넷만이 아니다. 초고속통신망 서비스회사인 드림라인, 시외·국제전화와 초고속망사업을 병행하는 온세통신도 국내외 여러 업체를 상대로 자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적자폭이 큰 데다, ‘큰 집’으로 통합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현실인식 때문이다.

이제 큰 그림을 그려보자. 포철이 통신시장에 뛰어들 경우와 그러지 않을 경우, 한국 통신업계 구조는 어떻게 재편될까.

포철이 뒤늦게나마 동기식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사업자 선정 후 하나로통신 외국자본 LG텔레콤 등의 지분을 인수해 사실상 동기식 컨소시엄의 주도세력으로 떠오를 경우, 통신업계는 신윤식 사장의 제안대로 3대 종합통신그룹체제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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