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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man’ DJ의 딜레마

ABM·NMD 문제로 미 ·러 틈바구니에 낀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this man’ DJ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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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변화는 한국 공군의 SAM-X 사업처럼, 이제 ABM은 세계 15위권의 국가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ABM 제작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는 뜻이 된다. 가격이 낮아졌으니 미국은 더 많은 지역에 ABM을 배치할 수가 있다. ‘불량국가가 쏘는 미사일은 정확도가 떨어져 ABM을 설치하지 않은 곳에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미국 전역에 ABM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미국은 ‘국가 미사일 방어(National Missile Defense)’, 줄여서 NMD라는 것을 구상하게 되었다. NMD는 3단계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는 발사 단계에 있는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발사단계요격(BPI)’이다. 불량국가나 가상적국 주변에 B747을 개조한 대형 비행기를 띄워 놓았다가, 이들 나라에서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면 레이저 빔을 발사해 파괴한다. 이 방어책의 장점은, 파괴된 미사일의 탄두가 적국에 떨어져, 피해는 오히려 미사일을 발사한 적국이 본다는 것이다.

발사단계에서 요격하지 못해 적 미사일이 높은 고도까지 올라오면, ‘전구(戰區) 고고도 공역 방어’ 미사일로 요격한다. 전구 고고도 공역 방어 미사일은 영어로는 ‘THAAD(Theater High Altitude Air Defense) 미사일’이라고 한다. 전구고고도 요격미사일 망도 뚫리면 저고도 방공미사일로 요격하는데, 이것이 바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다. 그런데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적 미사일을 요격하면 적 미사일 탄두 안에 들어 있던 핵과 화학성분, 그리고 파편은 미국에 떨어진다.

현재까지 나온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날아오는 적 미사일 부근에서 자폭해, 이때 생긴 파편으로 적 미사일을 파괴하는 유형이다. 따라서 이때 생긴 낙진과 파편은 미국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 미사일과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엄청난 ‘운동 에너지’로 인해 핵과 화학 성분 그리고 파편까지 다 타버려, 미국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능력이 있는 패트리어트 PAC-Ⅲ ERINT 탄을 개발하고 있다.

3단계 방어책 중에서 1단계는 아직 페이퍼워크 수준이고, 2단계는 초기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 3단계는 마지막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다. 이러한 방어수단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때문에 미국은 NMD가 완성되면 이와 똑같은 TMD를 만들어 동맹국가들도 보호해주겠다며 동맹국들에 NMD 개발 참여를 권유했는데, 현재는 일본만 참여를 약속했다. 중국과 북한 미사일의 위협 아래 있는 대만과 한국은 아직 의견을 밝히지 않은 상태고, 유럽에서는 영국만 긍정적인 의사를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NMD를 개발한 후 과연 TMD까지 만들어 유럽을 보호해줄까 하는 의구심, 그리고 개발에 참여할 경우 개발비 부담이 과중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지, 러시아·중국·북한처럼 NMD의 완전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美 민주-공화 모두 NMD 찬성

적잖은 독자들은 ‘미국의 공화당 정부는 NMD 구축에 찬성하고 민주당 정부는 반대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두 정당의 차이점은, 민주당은 NMD 개발과 배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니, NMD는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알래스카에만 주로 배치하자는 것이고, 공화당은 미국 본토에도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NMD망을 구축하려면, 우선 러시아(구 소련)와 쌍무협정으로 맺은 ABM 제한조약을 개정해야 한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는 무너졌지만 군사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강국이다. 러시아가 계속해서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아직도 미국의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만방에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과 끊임없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 위해서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일단 “노”하고 보아야 한다. 미국이 NMD망을 구축하면 러시아는 군사면에서 최강국 지위마저 놓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러시아는 NMD에 반대하고 ABM 제한조약 개정에도 반대한다. 여기에 중국이 지원 세력으로 참여했다.

중국은 군사강국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이 가진 무기 중에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8기뿐이다. 그런데 미국이 NMD망을 구축하면 18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그 의미가 없어진다. 중국은 이런 사정 때문에 ‘숙적(宿敵)’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면서까지 NMD 반대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력한 후보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세불리기’를 한다. 이렇게 해서 가장 큰 세력을 굳히면 셋째로 큰 세력을 형성한 후보가 ‘한 자리’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투항해 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15대 대선에서 나타난 ‘DJP 공조’다. 김대중(金大中)씨가 이끄는 민주당은 국무총리 등의 자리를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김종필(金鍾泌)씨가 이끄는 자민련을 끌어들여 대권을 차지했다. NMD 구축과 ABM 제한협정 개정을 소재로 한 미국·러시아 갈등이 바로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이 일찌감치 NMD 참여를 선언한 것은 강력한 우승후보인 미국에 먼저 가담함으로써 얻을 이익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프랑스 등은 끝까지 “노”를 외치며 몸값을 올린 후 마지막에 가담하는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NMD망 구축 문제를 계기로 세계가 양분될 때, 세계 15위 권인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없는 우리로서는 최대한 몸값을 올려 강력한 우승후보에게 가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엉뚱한 선택을 한다면, 그 순간 강력한 우승후보로부터 엄청난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2월27일의 한·러 공동성명과 3월7일의 한·미 공동발표문은 이런 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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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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