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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점검·김대중정권 國富유출시비

해외자본 ‘한국점령’명세서

생리대회사에서 첨단빌딩까지

  • 박태견 < 경제 애널리스트 >

해외자본 ‘한국점령’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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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외국계의 움직임은 상당 부분 의도적이었고 과장됐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목적이 깔린 위기감의 표출’이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 후 상황은 외국계에 유리한 국면으로 돌아갔고, 외국계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포드의 인수포기 후 GM이 인수협상에 뛰어든 대우자동차건만 해도 그렇다.

포드가 GM 등 경쟁자를 제치고 대우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해 6월29일.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신규로 지원된 자금만 2조5000억원에 달하고 매달 10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던 ‘돈 먹는 하마’ 대우차가 포드에게 매각될 시점에, 정부는 이제 큰 짐을 벗게 됐다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과정에 국제관행을 깨고 포드의 입찰가격(70억달러)을 공개하는 등 마치 “우리가 큰 건을 하나 성사시켰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하는 실수를 연발했다.

채권단과 대우경영진 역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모든 게 끝났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로 일관, 포드의 실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해 8월 임·단협에서 노사 양측은 “향후 5년간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고용안정 특별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다. 아니나 다를까, 포드는 인수가격을 당초 제시했던 7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깎아줄 것을 요구했고 사전에 입찰가를 언론에 공개했던 까닭에 여론을 의식해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9월 말 미련없이 대우차 인수 포기를 발표, 한국경제를 일순간에 밑동째 뒤흔들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포드의 인수 포기 선언 후 GM이 협상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대우차 매각협상은 한가닥 희망을 갖게 했다. 그러나 앞날은 여전히 암담하다.

GM의 탁월한 협상력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GM이 협상참여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해 10월8일자 칼럼에서 “대우자동차 채권단이 모든 교섭력(bargaining power)을 거의 잃은 반면 GM은 대우자동차 인수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포드가 70억달러에 인수키로 한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훨씬 더 민감한 가격 수준으로 협상의 관심이 옮겨졌다”면서 “30억 달러 이상이면 가격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요컨대 “매각협상의 일방적 승자(Winner)는 GM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GM이 어떤 회사인가. 지난 80년대 말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했을 때 일이다. GM은 국영기업체의 민영화를 선언한 동구권 여러 나라 중에서도 폴란드의 국영공장 인수에 군침을 흘렸다. 특히 폴란드의 국영자동차 공장이던 FSO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동구권 최고의 기술력과 제품생산력을 갖춘 FSO를 인수할 경우 동구권 자동차 시장 공략의 주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은 FSO 인수협상을 시작한 이래 폴란드 정부와 장장 4년간 지리한 줄다리기를 했다. 한푼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대우의 김우중(金宇中) 회장이 중간에 끼어들어 FSO를 가로채지 않았다면, 아마도 폴란드 정부는 고철값도 안되는 헐값에 FSO를 GM에 넘겼을 것이다. GM은 이처럼 ‘가격 후려치기’에 관한 한 국제무대에서 정평이 나 있는 프로페셔널이다. 실제로 대우차 입찰 당시 3조3000억원을 썼던 GM은 지난해 말 채권단과의 비공식석상에서 인수가격으로 종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000억원을 불렀으며, 최근 들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설비가 낡은 부평공장과 해외법인은 제외하고 군산공장 등 일부 최첨단 시설 공장만 분할 인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대우차는 헐값에 매각되거나 최악의 경우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제일은행을 뉴브릿지 캐피털에 매각하면서 매각 시기를 1년 늦추는 바람에 6조원의 추가부담을 떠안아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또 한 차례 대우자동차의 구조조정 적기를 놓침으로써 자승자박의 처지에 몰린 것이다.

현재 AIG와 막판 인수협상을 진행중인 현대투자신탁 문제도 사정이 복잡하기는 대우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현대투신은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와 함께 2000년 들어 불거진 ‘현대사태’ 진원지 중 하나였다. 현대는 2000년 5월부터 한달 터울로 계속된 ‘왕자의 난’ 등 이른바 현대사태로 그룹 전체가 동반 침몰할 절대 위기에 몰리자, 8월21일 10억 달러의 외자유치를 전제로 로스차일드 등 6개 외국계 금융자본의 컨소시엄인 AIG그룹에 현대투신의 경영권 및 지분을 매각하기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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