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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동북아 군비경쟁 부르고 한반도 통일 늦춘다

부시와 MD

  • 이철기 < 동국대 교수·국제정치학 >

동북아 군비경쟁 부르고 한반도 통일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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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안정’의 러시아적 개념이 ‘전략적 안정(strategic stability)’이다. 그러나 ‘전략적 안정’은 군사적 이점(military advantage)의 균형 내지 부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위기안정’보다는 더 적극적인 개념이다.

1972년 미국과 구소련 간에 체결된 ‘ABM(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은 바로 이와 같은 ‘위기안정론’에 따른 전형적인 군축조약이다. 74년 개정된 ABM조약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ABM을 각기 1개 지역에 100기씩만 배치할 수 있다. 이것은 ICBM배치지역이나 인구밀집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체계 전개를 금지하여, 상호 억지력을 증대시켜 ‘위기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제공격시 보복에 대한 취약성을 노출시켜 선제공격의 이점을 없애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MD계획은 바로 부시 대통령이 파기를 시사한 이 ABM조약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ABM조약의 파기는 SALT(전략무기제한협정)와 START(전략무기감축조약) 등 그 동안 미국과 러시아(소련)가 체결한 핵군축조약들과 NPT(핵무기확산방지조약)체제와 같은 국제적인 핵비확산 노력을 완전히 뒤엎고 그 전략적 기반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

상호 선제공격의 이점을 상실케 하기 위한 ABM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위기안정’과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며, 핵무기통제 및 비확산에 대한 국제적 노력의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작년 4월 NPT(핵무기비확산조약) 평가회의 최종문서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MD, 군비경쟁 유발 우려



따라서 MD계획의 추진은 미국이 핵무기 선제공격능력을 독점적으로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예를 들면,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상대의 보복공격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없이 언제든지 상대를 선제공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세계적인 핵억지력의 안정을 깰 뿐만 아니라, 당연히 핵강대국간에 군비경쟁을 유발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증강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은 자명하다.

둘째, 미국의 MD계획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도는 21세기 미국의 세계적인 패권에 도전할 잠재력을 지닌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최대 장점인 군사력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특히 핵전력 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해 선제핵공격능력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중국 견제전략에는 중국과 군비경쟁을 일으켜, 중국이 경제력을 군사비에 소진케 해서 중국의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지연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중국의 경제력이 2020년 이후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레이건 시대의 향수에 깊이 젖어 있는 공화당 고위인사들은 소련이 붕괴한 것은 당시 소련을 압박한 군비경쟁 때문이었다고 믿고 있다. 미국과의 군비경쟁으로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넘어선 군사비를 지출한 것이 소련 붕괴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층들은 중국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하려 한다. 미국이 MD계획을 통해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비를 무리하게 지출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결국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21세기 중반에도 미국이 세계에서 독점적인 패권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셋째, MD계획 배후에 공화당 자금줄이자 지지기반인 군수산업체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탈냉전 후 무기수요가 줄어들고 유럽 군수산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 위협받던 미국의 군수산업체들은 최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MD계획의 최대 수혜자는 300만 명의 피고용자와 로비스트 1만을 거느린 이들 군수산업체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프로젝트인 MD계획으로 미국 군수산업체들은 대박이 터진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지상 NMD에 드는 비용만 600억 달러로 추산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해상과 공중을 포괄하는 MD 구축에는 24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군수산업계의 빅4인 보잉,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TRW는 돈벼락을 맞게 생겼다. 보잉은 MD 구성요소의 개발과 통합을 담당하고, 록히드 마틴은 미사일 탄두 추진체를,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잘 알려진 레이시온은 요격미사일 개발, TRW는 위성정보통신 분야와 전투운용시스템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넷째, 미국은 MD계획을 통해 전세계의 정보통신망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MD를 위해서는 전세계를 커버하는 조기경보위성과 지상레이더망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것은 전세계의 정보통신망이 미국의 통제와 지배하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메일까지 포착하는 통신감청체제인 ‘에셀론(Echelon)’을 능가하는 전지구적 규모의 정보통신망을 장악하면 미국은 명실상부한 ‘빅브라더(Big Brother)’가 될 것이다. 미국의 MD계획과 관련해 서유럽국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미국의 패권주의적 야망은 당장 남북관계와 한반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미국은 MD계획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계속 강조하고 과장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변화하는 북한’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는 MD계획의 명분 상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에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MD의 명분이 손상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과 미사일협상을 진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로서는 ‘변화하지 않는 북한’ ‘깡패국가 북한’ ‘테러지원국 북한’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인 북한’이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모처럼 조성된 화해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역사를 뒤로 되돌리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의 MD계획은 동북아에 군비경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통일을 늦출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MD 지지와 참여는 중국 및 러시아와 군사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지상레이더기지를 설치할 제1후보지역으로 일본과 함께 한국을 꼽고 있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미국의 MD계획에 말려든다면,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 적으로 삼게 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잠재적인 공격목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핵미사일이 우리를 겨냥할 것이다. 미국의 무모한 패권주의적 야망에 우리 민족의 생존이 휘말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신동아 200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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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기 < 동국대 교수·국제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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