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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하이스코 ‘철강전쟁’ 내막

  •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 daum@donga.com

포스코·현대하이스코 ‘철강전쟁’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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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3자가 보기에는 포스코가 자기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나, 현대하이스코가 유독 포스코 제품을 요구하는 것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철강업체들이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마당에 우리끼리 ‘팔아라’ ‘못팔겠다’고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간의 ‘철강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현대는 지난 97년 경남 하동에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했다가 좌절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철강제품의 과잉생산을 이유로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는 “당시 포스코연구소와 KDI가 공동으로 ‘기존 시설만으로도 연간 400만t이 남아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것이 현대의 제철소 건설을 막는데 이론적으로 기여했다”고 한다.

현대는 제철소를 짓는 것은 좌초됐지만 철강소재의 자체 조달을 위해 전남 율촌에 냉연공장을 착공했다. 이때부터 현대와 포스코 사이에서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시 현대가 짓는 냉연공장의 설비는 연속공정이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이 차질없이 계속 가동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열연코일이 생산라인에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열연코일을 대줄 여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현대에서 포스코 제품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포스코 관계자)

“당시 현대는 포스코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400만t이 남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냉연공장을 지으면 열연코일을 공급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습니다.”(현대하이스코 관계자)



일단 냉연공장을 지은 현대강관은 98년부터 10차례에 걸쳐 포스코에 열연코일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포스코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자 현대하이스코는 해외에서 열연코일을 수입,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 가와사키제철과도 제휴를 모색, 지난해 12월 중순 13%의 지분참여와 함께 연간 50만t 규모의 열연코일을 공급받기로 했다.

그런데 현대하이스코가 포스코에 계속 공급을 요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하이스코 이상수 부장은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퀵 딜리버리(quick delivery)’ 때문입니다. 주문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 안정적인 열연코일을 제공받아야 하는데 수입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포스코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되므로 빨리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해외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업체에만 의존하는 경우 가격협상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처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대하이스코는 해외업체로부터 열연코일을 수입해 자동차 냉연강판 생산량을 꾸준히 증가시켜 왔다. 현대하이스코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공급하는 냉연강판의 비중은 99년 21%, 2000년 31%, 올해는 60%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비해 포스코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공급하는 냉연강판의 비중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98년에는 74%였으나 99년 56%, 2000년 53%, 올해는 26%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차피 추세가 이렇다면 포스코는 냉연강판 생산을 줄이고 자동차용 열연코일을 현대하이스코에 공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에 대한 포스코 관계자의 항변이다.

“그렇게 하면 그동안 포스코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한 시설비용과 노하우는 물거품이 됩니다. 지금까지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이 기술개발비와 시설투자비를 합해 1조1700억 원입니다.”

결국 포스코에게는 그동안 투자해서 확보해놓은 주요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절박한 사정이 있고, 현대하이스코에게는 시장을 확보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절실한 사정이 있는 셈이다.

포스코의 경우 2000년 자동차 냉연강판 매출액은 9642억 원이었다. 그런데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에 자동차용 열연코일을 공급할 경우 연간 피해 예상액은 523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포스코로부터 양질의 열연코일을 제공받지 못하면 일본 등 해외제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과 낭비를 염려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 주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양사가 모두 상대편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용 열연코일을 현대하이스코에 공급하는 순간부터 자동차 냉연강판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빼앗긴다고 우려하고 있고, 현대하이스코는 포스코의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냉연강판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포스코의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로 남겨두고, 과연 우리나라 철강업계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현대하이스코는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동차용 냉연강판 분야의 복수경쟁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자동차 강판시장은 포스코가 사실상 독점해왔고 가전이나 건자재강판 시장은 포스코가 동부나 연합과 상호보완적 경쟁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기존의 시장은 경쟁체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현대하이스코 관계자의 말이다.

“매년 20만t 이상의 고급 자동차용 강판이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이것은 포스코가 독점적 위치의 안이함에 젖어 기술 향상과 제품 개발을 등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현대하이스코가 현대자동차 계열사라는 이점을 이용해 냉연강판 시장에 뛰어든 것이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지, 그동안 이 분야에서 기술과 설비투자를 해온 포스코가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다. 일부 고급 자동차강판은 설비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을 하지 않는 것이지 기술 개발을 게을리했기 때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제 세계화 시대는 ‘독점’으로는 버티기 힘들고 ‘경쟁’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포스코도 복수 경쟁체제를 거부할 명분은 없을 것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현대하이스코가 열연코일은 포스코에 의존하고 자동차 냉연강판은 수직적 계열화로 독점하려는 것은 진정한 복수 경쟁체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제철소를 지으려다 좌절한 적이 있는 현대하이스코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의 시각에서만 보면 포스코나 현대하이스코는 서로 한치도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시대에 경쟁력을 가지려면 핵심역량만 남기고 나머지는 국제적으로 아웃소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포스코나 현대하이스코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나머지는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신동아 200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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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 da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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