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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

유통점 판매고 세계기록 수립의 선봉장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

  • 장인석 < CEO 전문리포터 >

유통점 판매고 세계기록 수립의 선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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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 최초로 ‘SI(Store Identity)’를 개발, 점포 외관을 비롯해 인테리어 디자인, 색상, 레이아웃 등에서 다른 할인점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의 안전과 쾌적한 공간을 고려한 설계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건물을 짓는 데 돈을 너무 많이 들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많습니다. 물건을 싸게 파는 할인점인데 그렇게 투자를 많이 하면 이윤이 줄지 않을까 우려돼서 하는 질문인데,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건축에 대해 깊이 파고들다 보면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돼요. 쓸 데 없는 낭비를 최대한 줄이면 적은 비용으로도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사장은 “부지 확보를 위해서는 비용을 다른 할인점보다 더 들였지만, 건축비는 오히려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가령 건물 바닥재의 경우, C사는 비싼 테라초(대리석 부스러기를 박은 다음 닦아서 윤을 낸 인조석)를 사용해 많은 돈을 썼지만, 홈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P타일을 사용하는 대신 왁스처리 등으로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해 내구성을 향상, 인조석과 같은 효과를 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경사로도 운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정기준인 16°보다 훨씬 낮은 12°로 설계, 더 많은 공간을 써 투자비가 더 많이 든 것 같지만 공간미학을 최대로 발휘해 16°경사로보다 적게 들었다고 한다.

또한 물류에서도 창고와 영업매장이 직결되도록 시스템화하고, 5t이나 10t 트럭을 여러 번 사용하기보다는 15t 트럭으로 한꺼번에 물건을 운반하게 해 효율을 높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물류 출입로를 15t 트럭에 맞게 설계했다. 이는 물류비용을 상당히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승한 사장은 이를 ‘밸류 엔지니어링(Value engineering)’이라 표현하며, 유통이 과학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홈플러스가 밸류 엔지니어링 기법과 SI를 도입해 건축비를 절감한 것은 이사장 개인 능력에서 비롯됐다는 게 직원들의 한결같은 칭찬이다. 그는 삼성물산(건설) 개발본부장과 회장비서실 보좌역 부사장으로 있을 때 건축전문가 못지않은 안목과 실력을 갖췄다고 한다. 현재 한양대에서 도시계획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며, “다시 태어난다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서울 소공동 삼성플라자와 옛 화신백화점 자리에 세워진 종로타워(국세청이 입주한 건물)도 이사장의 작품이다.



“이건희 회장께서 화신백화점 자리에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지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는 공간이 좁은데다 맞은편에 제일은행 본점 건물이 가로막고 있어 아무리 고민해도 눈에 띄는 건물을 짓기 힘들 것 같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기둥 세 개가 UFO를 떠받치는 형상으로 하면 좁은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컨셉트를 잡고 설계를 의뢰했습니다.”

혀 내두른 모건스탠리

차별화된 점포 이미지와 가치점이란 전략을 내세운 홈플러스는 개점 때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초로 설립한 대구점은 하루 평균 7억1000만 원의 매출로 국내는 물론 세계 할인점 업계 최고 매출을 기록중이며, 2000년에 오픈한 안산점과 북수원점, 영통점, 창원점은 잇따라 개업일 매출 신기록 행진을 벌여 업계를 경악케 했다. 김해점은 할인점과 패션몰이 합쳐진 국내 최초의 퓨전점을 지향, 또 다른 유통형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7개점 모두 성공한 것은 홈플러스의 장기 비전인 ‘전국 55개 점포의 2005년 이내 완공’을 가시화하고 있다. 외국 유수의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가 참석한 IR(기업설명회) 결과 8000억 원의 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은 그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도이치방크는 “삼성테스코는 아시아에서 가장 유망한 유통기업으로 보인다”고 평했으며, 모건스탠리도 “홈플러스의 매출은 믿기 힘들 정도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는 12월이면 홈플러스의 서울 입성이 시작된다. 영등포점이 개점하면 서울시민들도 소문만 무성한 가치점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영등포점의 성공 여부는 이승한 사장의 ‘바둑’이 중원 싸움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승한 사장은 97년 12월 초 이건희 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삼성물산 유통부문을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삼성그룹 입사 27년 만에 대표이사가 됐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난관이 닥쳐왔다. 사업을 벌이기도 전에 외환위기가 터지자 유통처럼 투자비가 많이 드는 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유동성 위기로 핵심 사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가 구조조정 대상이 됐지요. 당시 꼬리를 끊어서라도 일단 생존을 확보한 뒤 다시 잘린 꼬리를 재생하는 ‘도마뱀 경영’과, 설령 다이아몬드를 바다에 내던지더라도 배가 가라앉아서는 안 된다는 ‘선상투하 경영’이 외환위기를 헤쳐나가는 삼성그룹의 경영전략이 됐습니다. 그 일환으로 외자유치가 결정됐고, 해외 파트너 선정작업을 추진하게 됐지요.”

하지만 세계 유수의 다국적 할인점 중에서 파트너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사장은 미국의 월마트를 비롯, 독일의 메트로, 프랑스의 까르푸, 프로모데, 일본의 이토요카토, 영국의 세인스베리, 테스코 등과 협상에 들어갔다. 그 결과 테스코가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고, 삼성과의 전략적·문화적 차이도 가장 적었다. 이사장은 유통업에서는 시장과 고객전략이 철저히 로컬화돼야 한다는 지론을 폈고, 그 점이 다른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에 비해 테스코는 매우 호의적이었어요. 경영권을 공평하게 나눠 갖자는 데 합의했고, 지분도 50 대 50으로 하자는 등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요. 하지만 테스코가 더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영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라는 동질성과 테스코의 기업철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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