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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수의 지상고발

전 주권 신공항 건설, 당장 중지하라!

  • 김상진 < 벽성대 · 법학 >

전 주권 신공항 건설, 당장 중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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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전주 신공항 건설의 부당성을 청와대에 호소하기 위해 모 인사의 주선으로 지난해 7월 중순 청와대 비서실에서 한광옥 비서실장을 만났다. 그에게 “대학 430m 옆에 공항이 들어서면 대학은 격납고와 다를 바 없다”고 했더니 “그럴 것이다”고 수긍하면서 “어떻게 된 사정인지 건교부와 전북도에 알아보겠다”고 했으나 지금껏 소식이 없다.

한 달 후에는 전주 신공항 건설관련 예산편성의 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을 면담했다. 하지만 전장관으로부터 “주무부서인 건교부에서 올린 예산안을 놓고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으니 정부가 국회에 예산을 제출하면 국회의원을 설득해 삭감하든지 하라”는 답변을 듣고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획예산처는 국가 예산의 효율적 편성과 집행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 아닌가. 민원성 예산안 등 문제점이 있는 예산에 대해서는 기획예산처의 자체 판단으로 예산을 묶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간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의사당에서 전주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것도 세 차례나 된다. 국회 건교위와 예결위에서 전주 신공항 사업의 문제점은 약방의 감초처럼 거론되면서 일부 의원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정부는 입증하지도 못하는 타당성 조사 결과만 되뇌었다.

이렇듯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정치논리 때문이다. 전북도는 대통령 공약이라는 ‘보검’을 끊임없이 휘둘러댔고, 전북 지역의 몇몇 여당 의원들도 사업의 타당성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직 예산을 따내는 데만 급급했다. 이들은 사업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을 입증하라고 주장한 적이 한번도 없다. 칼자루는 이런 여당 의원들이 쥐고 있으니 야당 의원들이 총공세를 펴본들 예산안이 통과되는 데는 어려울 게 없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건교부가 감사원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교통개발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재의뢰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교통개발연구원은 하청용역을 대우엔지니어링에 줬는데, 교통개발연구원이 처음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도 대우엔지니어링이 하청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실시한 기본설계도 대우엔지니어링에 낙찰됐고, 지금의 말 많고 탈 많은 실시설계도 대우엔지니어링이 맡고 있다.



법에는 재척사유라는 것이 있다. 가령 징계 대상자와 연고가 있거나 징계 사유와 관련된 이는 징계심의에 관여하지 못하는 게 그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사회상규이기도 하다. 건교부는 다른 연구기관이나 연구자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왜 하필이면 감사원으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은 연구기관에 같은 연구를 다시 맡겼을까. 참으로 소가 웃을 일 아닌가.

민관합동조사단 만들어야

이 때문에 그간 전주 신공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과 시장, 시의회, 지역 국회의원들은 1년 전부터 지역주민이 수긍할 수 있는 민관합동조사를 줄기차게 요구했고, 민관합동조사단이 내린 결론은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도 민관합동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해 사업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확보한 연후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얼마 전 건교부 항공국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전주 신공항 토론회를 열기로 해놓고 측량사업을 공고하고 사업예산을 편성하는 이중적인 정부가 어디 있느냐”고 따져물었더니 “국민에겐 집회를 가질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정부는 공권력을 갖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게 과연 민주국가 관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싶었다.

동아일보 인터넷뉴스 ‘내고장 소식’(98년 4월 27일)에 따르면 전주시가 전북의 발전을 도모하고 신공항 건설에 따른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주 인근에 있는 송천비행장에 민항기가 취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교부에 건의한 것이다.

전주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2002년 월드컵 전주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송천동 군부대 비행장에 100인승 규모의 여객기가 취항하도록 해야 하며, 전주지역의 항공수요를 충당하고 지역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도 민항기가 조기 취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바로 여기에서 전주 신공항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외환위기를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렇듯 활용할 공항이 있는데도 대단위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예산낭비와 직결된다.

만약 그래도 전주 신공항을 건설해야겠다면 경제적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물론, 군산공항의 효율적 활용, 지역 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객 유치 계획, 육상교통체계 변화의 적극 수용, 전북지역 내 균형발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생산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육상교통, 항만, 공항 등의 SOC를 구축하겠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밀실행정에다 잘못된 용역 타당성 조사를 가지고 지역의 갈등을 님비현상으로 몰아가며 현 후보지에 공항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전주 신공항과 관련해서는 해결책이 얼마든지 있다. 타당성 조사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서 공항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지역에 건설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타당성 조사는 그 객관성과 합리성, 정당성을 해당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신공항 강행에만 매달리지 말고 하루속히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나서야 한다. 민관합동조사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신동아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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