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호

슈퍼파워 美國軍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입력2005-05-24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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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 1월 출범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미국의 국방정책을 바꾸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월25일 부시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윈-윈 전략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국방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윈-윈 전략을 포기하겠다, 해외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고 한 데 대해 국내의 일부 보수주의자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축소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여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중 하나는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한다면, 이는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김대중 정부에게 플러스가 될 것인가, 마이너스가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다.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미국을 만들겠다며 MD(Missile Defense: 미사일 방어체제) 건설을 강행하려는 사람인데, 그러한 그가 미국군을 줄이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지금까지 부시는 대북(對北)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었는데 6월6일 그는 핵과 미사일·재래식 무기 등을 주제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할 것 같던 강경론자가 대화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는 그가 생각하는 군비축소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려면, 우리가 아닌 미국의 시각에서 세계를 볼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이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미국군이 있기 때문이므로, 미국군이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은 한마디로, ‘미국을 적대시하는 적성국(敵性國)을 없애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에서 이김으로써, 2차 대전 직후에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해 적성국을 봉쇄(containment)함으로써, 미국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 때문에 이 시기 미국은 막대한 군사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70년대 미국은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봉쇄정책에서 긴장도가 낮은 개입(engagement)정책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1972년 2월21일에 있었던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중국을 방문한 닉슨은 2월28일 중국 지도부와 함께 ‘상하이(上海)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상하이 공동성명은 평화 5원칙과 더불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대신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고, 여기서 절약된 국력을 미국 경제를 부흥하는데 돌렸다. 이러한 변화를 당시 언론은 ‘데탕트(detente)’라고 불렀다. 미국의 데탕트 외교는 중국이나 소련 같은 적성국가와 교류하며, 그 나라에 조금씩 미국의 체제를 집어넣는 것인데, 이를 학문적으로는 ‘개입정책’이라고 한다. 이후 미국은 개입정책을 지속해 89년엔 동유럽, 91년에는 소련을 붕괴시키고, 미국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민주국가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1993년 북한이 핵위기를 일으켰을 때도 미국은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개입정책을 펼쳤다. 갈루치 미 국무부 차관보와 강석주 북한 외교부 부부장은 오랜 협상 끝에 1994년 10월 미북 기본합의서(제네바 합의서)를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봉쇄를 일부 해제한다’고 합의함으로써 북한에 대해서도 개입정책을 택했음을 보여주었다.

    냉전주의자 부시?

    따지고 보면 한국도 북방정책을 펼친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때 이미 개입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발표한 6·15공동선언이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정책과 김대중 정부의 개입정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제네바 합의서에서 드러났듯 미국의 개입정책은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경제 봉쇄를 일부 해제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단’ 정책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우리가 먼저 베풀면 북한도 따라서 변할 것이다’는 전제 하에 ‘조건 없는’ 개입정책(일명 햇볕정책)을 펼치고 있다.

    적성국가를 우호국가로 돌려 세우는데 조건부 개입정책이 좋으냐, 조건 없는 개입정책이 좋으냐에 대해, 이미 미국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조건부 개입정책이 좋다는 쪽으로 결론을 낸 지 오래다. 클린턴도 적성국가에 대해 조건부 개입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부시는 클린턴보다 엄격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국내의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부시를 냉전주의자로 규정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부시=조건부 개입정책 지지자로 이해할 경우 ‘그렇다면 부시는 왜 MD를 강행하려고 하는가?’란 궁금증이 남는다. 이 의문도 진보적 지식인들이 MD를 잘못 해석함으로써 생겨난 오해다.

    국방력은 크게 방어력(defense)과 억제력(deterrence)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방어력은 적군의 공격을 방어하는 힘으로 쉽게 이해되지만, 억제력은 좀 깊이 생각해야 이해할 수 있다. 억제력(抑制

    力)은 한마디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힘을 갖고 있으면 상대는 보복공격이 두려워 공격을 포기하게 된다. 사용하지 않은 공격력을 억제력이라고 하는데 억제력은 방어력처럼 자국을 방어하는 기능이 있어 국방력으로 분류된다.

    방어력과 억제력 중에 돈이 훨씬 더 많이 드는 것은 억제력이다.

    MD는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막기만 하는 방어무기다. 미국이 MD를 개발하겠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드는 방어력으로 미국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MD가 완성되면 중국을 비롯해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가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무용지물이 돼, 이들은 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방어력만으로 나라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방어력으로는 미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협을 막아낼 수가 없다. 이들이 MD 개발에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MD는 공격무기가 아니다.

    MD를 개발하려면 미국은 먼저 러시아와 체결한 ABM(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미국은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 “MD를 개발하는 대신 미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치고 나왔다. 이렇게 제안하자 러시아는 미국과 ABM 제한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절대 반대에서 절반의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부시는, MD는 구축하고 미군은 줄이는 국방개혁을 펼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국방비 지출국

    부시가 생각하는 안보전략을 이해했다면 구체적으로 미국군의 실체를 살펴보고, 앞으로 미국군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해 보기로 한다. 미국군의 힘은 ‘돈’에서 나온다. 미국군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는 군대다. ‘밀리터리 밸런스’에 따르면 1998년 미국군은 2659억 달러를 국방비로 사용했다. 이는 국방비 순위 2위(러시아 539억 달러)부터 7위(이탈리아 226억 달러)까지의 나라 국방비를 합친 것(2590억 달러)보다 많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2등에서부터 7등이 합세해 덤벼도 이길 수 없는 것이 미국인 것이다(한국 국방비는 129억 달러로 세계 11위다).

    둘째로 미국군의 힘은 교육받은 대로 움직이는 장병들의 태도에서 나온다. 지난 4월1일 중국 하이난(海南)섬 동남쪽 공해상에서 발생한 미 해군의 EP-3 정찰기와 중국 공군의 섬(殲)-8 전투기 간의 공중충돌 사건이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충돌사고 직후 EP-3는 엔진과 날개가 파손돼 추락했으나, 조종사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 비행할 수 있었다. 국제항공기구 등은 비상 상황에 놓인 항공기는, 전투기와 민항기를 막론하고, 비상신호인 “메이 데이(May Day)”를 외치며 가장 가까이 있는 공항에 착륙을 시도할 수 있고, 이 경우 공항은 이 항공기부터 착륙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P-3 조종사는 20여 차례 “메이 데이”를 외치며 가장 가까운 하이난섬의 링슈이 공항으로 날아가 착륙했다. 이러한 비상착륙을 영공 침범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무식한 이야기가 된다.

    미국군은 정찰기가 적성국가에 나포되거나 비상착륙했을 때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입수한 첩보와 첩보 수집 장치를 파괴하도록 가르친다. 링슈이 공항으로 가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EP-3 승무원들은 입수한 첩보와 첩보 수집 장치를 수칙대로 철저히 파괴했다. 흔히 미군을 FM(Field Manual: 야전교범)대로 하는 군대라고 하는데, 교범대로 하는 군대만큼 강한 군대는 없다. 때문에 중국은 이 정찰기에서 얻을 정보가 거의 없었다. 사고 발생 11일 만인 4월12일, 중국이 슬그머니 24명의 EP-3의 승무원 전원을 미국에 돌려보내고, 이어 EP-3 기체까지 반환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다국적기업과의 비교도 미국군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된다. 1999년 매출액으로 본 세계 최대 기업은 엑슨 모빌과 포드·GE·GM 순이었다. 이 기업들의 매출액은 각각 1650억·1630억·1440억·1120억 달러인데, 미국 국방예산(2700억달러)은 1위와 4위 기업의 매출액을 합친 것(2770억달러)과 비슷했다.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미국군은 세계 최대의 다국적기업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다.

    미국군은 전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유일한 세계군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미국군의 5대 통합군사령부(unified command)의 책임구역(area of responsibility: 약칭 AOR)을 표시한다. 5대 통합군사령부는 미국군의 9대 통합군사령부 중에 지역을 무대로 한 사령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지역사령부’로 표기하기로 한다. 반면 나머지 4대 통합군사령부는 특수한 기능을 위주로 편제된 것이라 ‘특수사령부’로 표기한다.

    에서 알 수 있듯이 5대 지역사령부는 미국 본토와 캐나다·멕시코로 이어지는 북미대륙과 러시아를 제외한 전세계를 책임구역으로 삼고 있다. 뒤에서 상세히 밝히겠지만, 북미대륙은 4대 특수사령부와 육해공군본부 직속 전투부대가 훨씬 정교히 방어한다. 또 러시아 지역은 5대 지역사령부 중의 하나인 유럽사령부의 관심구역(area of interest: 약칭 AOI)에는 들어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군은 전세계를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랭킹 2위이자 한때 미국군과 필사적으로 경쟁했던 러시아군도 전세계를 책임구역이나 관심구역으로 삼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러시아는 그들의 영토 위에 일곱 개 군관구와 두 개의 특별군사지역을 두고 있을 뿐이다. 중국군도 그들 영토를 일곱 개 군구로 나눠 방어하고 있다. 미국군만이 세계를 커버하는 유일한 ‘세계군’이다.

    미국군이 그은 ‘책임구역(AOR)’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라마다 영토 주권이 있는데 미국군은 무슨 권한으로 남의 영토와 공해(公海)를 책임구역으로 분류한 것인가. 정답은 아주 간단하다. 책임구역은 ‘엿장수 맘대로’ 식으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은 것이다. 책임구역을 획정하는 데 미국이 다른 나라와 상의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러시아군이나 한국군도 전세계를 무대로 마음대로 책임구역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구역을 정하는 것과 책임구역을 관리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현재는 오직 미국군만이 전세계를 책임구역으로 관리할 능력이 있다.

    미국군이 책임구역을 획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소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책임구역으로 설정했다. 1991년 12월25일 소련은 붕괴했으나 소련을 봉쇄하던 시절의 관성이 남아 있어 지금도 러시아를 책임구역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9명의 최고 군령권者

    지역을 기반으로 한 5대 지역사령부와 기능을 중심으로 한 4대 특수사령부는 미국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만 명령을 받는다. 군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나 육해공군 총장이 아니라 민간인인 대통령과 국방장관으로 구성된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의 지시를 받는 것인데, 이는 ‘군인에 대한 문민(文民)의 우위’를 보여준다. 문민 우위의 전통을 지켜온 것이 미국군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한국에서는 ‘통합군’ 논의가 있어 왔다. 육군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군이 9대 통합군사령부를 운영하고 있으니, 한국군도 통합군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공군은 결사적으로 “지금처럼 합동군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합동군이란 육해공군에 각각 최고사령관(참모총장)을 두고, 육해공군을 나누어 지휘하는 것이다. 반면 통합군은 한 명의 최고사령관(합참의장)이 육해공군 전체를 지휘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육군 장교의 통합군 주장은 미국군 체제를 잘못 이해한 데서 나왔다.

    이 미국군의 9대 통합군사령부에는 육해공군이 합동군으로 들어와 있다. 이러한 육해공군은 행정적으로는 육해공군 총장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작전을 할 경우에는 통합군사령관이 육해공군을 통합지휘한다. 5대 지역사령부 중의 하나인 태평양사령부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태평양사령부에는 태평양육군·태평양해군·태평양공군으로 명명된 육해공군이 합동군으로 들어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한국군의 합참의장처럼 이들을 작전 지휘하는 태평양사령관이 있다.’ 통합군 사령관은 군령권을 가진 한국군의 합참의장과 비슷한 자리다. 따라서 “한국군도 미국군처럼 통합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전세계를 커버하는 5대 지역사령부는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미국의 육해공군 체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시야가 필요하다. 설명이 다소 복잡해지므로 주의 집중이 요구된다. 통합군 사령부와 육해공군 사령부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엮이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군의 체제를 알지 못하면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방정책의 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므로 상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5대 지역사령부 중 하나인 유럽사령부(US European Command: 약칭 USEUROCOM)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유럽사령부는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과 지중해 그리고 아프리카와 그 주변 수역을 책임구역으로 한다. 유럽사령부에는 유럽육군과 유럽공군·유럽해군이 있다. 유럽육군 사령관에는 대장이 취임하는데, 그가 거느린 육군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본부를 둔 7군과 10군단, 그리고 1기갑사단과 1기계화보병사단뿐이다.

    유럽육군에 7군이 있다는 것은 미국 육군에도 한국육군의 1군·2군·3군처럼 여러 개의 군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육군에는 1군·3군·5군·7군·8군이 있다. 그러나 군은 최고 전투사령부의 기능을 상실해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개입한 큰 전쟁은 한국전-월남전-걸프전-코소보전인데, 현대로 올수록 전쟁 규모가 현저히 작아진다. 전쟁이 적어지고 규모도 작아졌다는 것은 곧 육군에게 있어 군사령부가 작전할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해 미국 육군은 군을 최고 전투사령부 편제에서 배제했다.

    태평양司, 지구면적 50% 담당

    이와 대비되는 경우가 한국과 북한 육군이다. 6·25전쟁이 50년이나 지난 지금 한반도의 군사 긴장도는 전쟁 당시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육군과 북한 육군은 고집스럽게 50만과 100만이라는 엄청난 대군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육군은 3개 군사령부에 11개 군단, 49개 사단을 갖고 있으며, 북한 육군은 80여 개 여단/사단에 20여 개 군단을 갖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육군은 편제가 너무 복잡하고 비대하다고 판단해 1군과 3군을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합하고, 2개 군단을 없앤다고 했으나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육군은 위협을 평가해 부대를 줄여도 되면 과감히 부대를 해체(deactivate)하거나 주방위군으로 떨어뜨린다. 그러다 필요하면 재편성(reactivate)하거나 주방위군 부대를 현역 부대로 재편한다. 이러한 전통이 있으므로 미국 육군은 과감히 군을 전투부대에서 제외한 것이다. 미국 육군이 군단을 최고 전투사령부로 올려놓았다고 해서 군단을 늘렸다고 생각하면 이는 큰 오산이다. 미국 육군에는 1·3·10군단과 18공수군단의 단 네 개 군단만 존재한다. 사단은 불과 10개다.

    부시 대통령이 미군 감축을 거론한 것은 4개 군단 10개 사단의 육군 체제를 더 줄이겠다는 뜻이다. 소식통들은 부시가 미국 육군을 3개 군단 8개 사단 규모로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1개 군단, 2개 사단의 유럽육군을 1개 사단으로 줄인다. 이어 본토의 육군전력사령부 휘하 사단도 한 개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때 한국에 있는 한 개 사단(2사단)은 규모가 여단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 있는 미 육군 2사단은 카터 대통령 시절 예하 3여단을 미국 워싱턴주로 옮겨, 산하에는 2개 여단만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군 카투사 부대가 본토로 건너간 3여단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다. 따라서 한개 여단만 추가로 빼내면 2사단은 여단 규모로 축소할 수가 있다. 이렇게 미군 축소를 지향하는 부시를 냉전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래도 어불성설이다.

    또 다른 지역사령부인 태평양사령부로 시선을 옮겨보자. 이 사령부는 지구 표면적의 50% 이상을 책임구역으로 갖고 있다. 이러한 태평양육군사령부가 거느린 부대는 하와이에 주둔한 25경보병사단 한 개뿐이다. 한국은 태평양사령부의 책임구역이지만, 한반도는 미국과 한국이 만든 한미연합사령부가 관할하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에 주둔하는 2사단은 태평양육군에서 배제된다.

    독일에 있는 1개 군단과 2개 사단, 한국에 있는 1개 사단, 하와이의 1개 사단을 제외한 나머지 미국 육군 전투부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부대들은 전부 미국 본토에 있으며 미국 육군 직속의 ‘전력사령부(Forces Com)’에 속해 있다. 껍데기만 남은 1군·3군·5군도 육군전력사령부 소속이다. 이중 3군은 중동지역을 담당한 통합군인 중부사령부(USCENTCOM)가 가동되면, 이 사령부의 육군사령부로 전환 배치된다. 육군 전력사령부는 순수하게 육군에 속하는 전투부대이기 때문에 반드시 ‘육군’을 앞에 붙여 ‘육군전력사령부’라고 부른다.

    조지아주 맥퍼슨에 본부를 둔 육군전력사령부는 미국 육군 전력의 핵심이다. 이 사령부 소속 부대들은 평시에는 교육·훈련을 반복하다가, 유사시에는 분쟁지역으로 달려가는 ‘증원군(增援軍)’이 된다. 과거 한미연합군이 한국에서 팀스피리트 훈련을 벌일 때마다 미국 육군은 육군전략사령부 소속 부대를 증원군으로 한국에 파견했다. 특수작전이 필요하면 육군특수작전사령부 산하 부대도 증원군으로 달려간다.

    증원군을 분쟁지역으로 가장 빨리 보내는 방법은 항공기로 옮기는 것이다. 이러한 수송을 위해 미국군은 4대 특수사령부에 속하는 ‘수송사령부(US Transpor-tation Command: 약칭 USTRANSCOM)’를 창설 운영하고 있다.

    병력은 수송기로 급히 실어 나를 수 있지만 전차와 장갑차 같은 대형 장비와 유류·실탄·식량 등 부피가 큰 물품은 수송기로 옮기기 힘들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 장비와 소모품은 분쟁이 예상되는 곳에 미리 배치해 둔다. 이러한 배치를 해두려면 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와 사전 협정을 맺어야 한다. 미국은 이러한 문제를 상호방위조약 등 군사동맹조약을 맺음으로써 해결한다. 유럽 국가와는 단체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동맹을 맺고, 동북아에서는 한국·일본·호주 등과 개별적으로 동맹을 맺고 있다.

    수송사령부의 능력이 뛰어나면 미국군은 한 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틀어막은 후 증원군을 빼내 다른 곳에서 일어난 분쟁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수송사령부는 기동력이 가장 좋은 공군 위주로 편성했다.

    이를 위해 미국 공군은 ‘공군기동사령부(Air Mobility Command: 약칭 AMC)’를 편성했다. 공군기동사령부 예하에는 두 개의 번호공군(numbered air force)이 있고, 번호공군 밑에는 공수비행단·공중기동비행단·공중급유비행단 등으로 명명된 7∼8개의 비행단이 있다(번호공군은 뒤에서 설명한다). 이러한 비행단에는 C-7과 C-17 등 대형 수송기와 KC-135와 KC-10 등 공중급유기가 있어, 많은 병력을 신속히 실어 나를 수 있다.

    대형 장비와 물품은 육상에는 기차로, 바다에서는 함정으로 수송해야 하므로, 수송사령부에는 육군과 해군부대도 들어와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공군이 가장 중요하므로 공군기동사령관(대장)이 수송사령관을 겸한다.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군의 사령관이 통합군사령부의 사령관을 맡는 것은 미국군의 전통이다.

    77개 비행단의 미국 공군

    태평양사령부가 불과 한 개의 육군사단만 갖고 책임구역을 관장할 수 있는 것은 수송사령부가 본토의 육군전력사령부 예하부대를 신속히 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동성 때문에 미국은 병력을 줄여갈 수 있었다.

    유럽사령부와 태평양사령부에는 육군과 공군의 전투부대가 배속돼 있으나, 나머지 3개 지역사령부인 ‘남부사령부’와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US Central Command: 약칭 USCENTCOM)’, 북대서양 수역을 아우르는 ‘합동전력사령부(US Joint Forces Command: 약칭 USJFCOM)’에는 아예 육군이나 공군의 전투부대가 배속돼 있지 않다. 이러한 사령부에는 유사시 수송사령부가 육군전력사나 공군전투사 소속 전투부대를 증원군으로 옮겨준다.

    한국군 최고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에는 공군에서 나온 한 명(李養鎬)을 제외하면 전원 육군 대장이 취임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군이 지나치게 육군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군은 3군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 9대 통합군사령관을 육해공 3군에게 고루 배분하고 있다. 육군 대장은 합동전력사령관과 중부군사령관에 취임하고, 유럽사령관과 수송사령관·우주사령관·특수작전사령관에는 공군 대장을 임명한다. 태평양사령관과 전략사령관에는 해군 대장, 그리고 남부사령관에는 해병대 대장을 보임하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 공군 체제를 살펴보자. 한국 공군은 공군작전사령부가 각 비행단을 지휘하는 단순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 공군은 주요 공군 사령부가 있고 그 밑에 번호공군이 있으며, 그 아래 비행단이 있는 구조다. 번호공군은 한국 공군과 비교하면 공군작전사령부에 해당한다. 미국은 본토 내에만 네개의 시간대가 있을 정도로 면적이 넓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비행단을 한 군데서 지휘할 수가 없다. 따라서 몇 개의 비행단을 묶어 작전사령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번호공군이다.

    미국 공군은 16개 번호공군과 77개 비행단을 거느리고 있다(반면 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비행단은 9개다). 16개 번호공군 중의 하나인 7공군은 한국 오산에 배치돼 있는데, 데프콘 2 이상의 전시가 되면 7공군과 한국 공군작전사령부는 한미연합공군사령부를 구성한다. 이때 7공군사령관이 한미연합공군사령관을, 한국공군작전사령관은 부사령관을 맡는다. 쉽게 말해서 한국 공군보다 16배 이상 강한 것이 미국 공군인 것이다.

    번호공군은 육군의 군단에 견줄 수 있으므로 중장이 사령관을 맡는다. 미국 공군은 이러한 번호공군을 지역이나 특성에 따라 다시 묶어 8개 사령부를 편성한다. 한국에 있는 7공군과 일본에 있는 5공군, 알래스카의 11공군, 괌의 13공군을 묶어 태평양공군(PACAF)을 구성하는데, 이 공군은 태평양사령부를 만드는 공군구성군이 된다.

    美 공군의 핵심, 공군전투사령부

    유럽에는 3공군(영국 주둔)과 16공군(이탈리아)이 있는데 이들을 묶어 유럽공군(USAFE)을 만든다. 유럽공군은 유럽사령부를 구성하는 공군이 된다. 지역사령부에 배속된 공군은 태평양공군과 유럽공군뿐이다. 나머지 번호공군은 미국 본토에 있는데, 이들은 특수사령부에 배속돼 있거나 공군에 바로 속해 있다.

    은 미국 공군의 주요 사령부를 정리한 것이다. 맨 오른쪽에 있는 두 개 사령부가 지역사령부인 태평양과 유럽사령부에 배속된 태평양공군과 유럽공군이다. 이 표에서 주목할 것은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본부를 둔 공군전투사령부(Air Combat Command: 약칭 ACC)다. 미국 육군의 핵심 전력이 육군 직속부대인 육군전력사령부에 모여 있듯이, 미국 공군의 핵심 전력은 미국 공군 직속의 공군전투사령부에 모여 있다.

    공군전투사령부에는 1·8·9·12 네 개의 번호공군이 있다. 각각의 번호공군에는 3∼6개의 비행단이 있어, 총 24개 비행단이 이 사령부에 배속돼 있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비행단이 9개에 불과하니 이 사령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령부는 F-15와 F-16 등 전투기 372대, B-1, B-2 등의 폭격기 109대, 지상군과 시설을 공격하는 A-10과 F-111 등의 공격기 117대, KC-135 등 공중급유기 6대, EF-111 따위의 전자전기 12대 등 도합 803대의 공군기를 보유하고 있다(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는 540대다). 이렇게 다양한 공군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군전투사령부는 공군 작전의 꽃이라고 하는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Package Strike)’을 감행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공군전투사령부는 유사시 예하 전력을 5대 지역사령부에 제공하는 증원군 구실을 한다.

    공군기동사령부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특수사령부인 수송사령부의 핵심 전력이다. 공군물자사령부(AFMC)는 공군 내의 군수·보급을 담당하고, 공군교육훈련사령부는 조종사에 대한 비행 훈련을 전담한다. 다섯 번째로 나오는 공군우주사령부(Air Force Space Command: 약칭 AFSPC)는 미국군의 특징을 보여주는 아주 특이한 사령부다. 콜로라도주 피터슨에 본부를 둔 이 사령부는 외계인과 벌이는 우주전쟁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는 3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에도 자주 나온다.

    미국에서 발사되는 로켓 뉴스를 유심히 들어보면 대개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나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지를 관리하는 곳이 공군우주사령부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이 발사한 크루즈 미사일인 ‘토마호크’는 목표 건물의 환기창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명중률이 높았다. 이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이 토마호크에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었기 때문인데 GPS 위성을 발사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곳에서 한다. 공군우주사령부는 28개 GPS 위성을 갖고 있다. 그 외 통신용 위성 19개와 기상 관측을 위한 위성도 6개 보유하고 있다.

    6월 중순 유럽 순방에 나선 부시 대통령은 2004년 말까지 초보적인 MD(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MD체제가 구축되면 이를 관리하는 곳도 공군우주사령부가 될 전망이다. 미사일을 막는 미사일의 대표로 꼽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미국군에서는 육군이 관리한다(그러나 한국군에서는 이를 도입하면 공군이 관리한다). 이러한 패트리어트 부대와 미 육군이 보유한 미사일 탐지부대, 그리고 해군의 탐지부대는 공군우주사령부와 함께 4대 특수사령부 중의 하나인 우주사령부(US Space Command: 약칭 USSPACECOM)를 구성한다. 그러나 우주사령부에서는 공군우주사령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군우주사령관이 우주사령관을 겸한다.

    공군우주사령관은 또 미국과 캐나다·멕시코를 방어하는 북미방어사령관을 겸직한다. 북미방어사령부의 영어 약칭은 ‘노라드(NORAD)’인데 노라드는 북미대륙을 소재로 한 전쟁 영화의 단골 소재다. 미국의 5대 지역사령부 책임지역에서 빠진 북미 대륙을 방어하는 책임자가 공군우주사령관인 것이다.

    한국을 방어하는 주력군은 육군인데 미국을 방어하는 중추는 공군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인력에 의존하는 육군에서 과학군인 해공군으로 군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부시의 방침대로 국방개혁이 진행된다면 다른 사령부의 전력은 줄어들어도 우주사령부는 MD를 담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공군특수작전사령부(Air Force Special Operations Command: 약칭 AFSOC)도 주목할 대상이다. 이 사령부는 한국 육군의 특전사처럼 게릴라전을 펼치며 마약 퇴치 작전과 심리전을 벌이는 부대다. 이 사령부의 주 장비는 수송기와 헬기다. 이 사령부는 육군의 특수작전사령부, 해군의 특수전사령부와 함께 4대 특수사령부 중의 하나인 특수작전사령부(US Special Operations Command: 약칭 USSOCOM)를 구성한다.

    미국 육군과 공군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5개 지역사령부와 3개 특수사령부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특수사령부 중의 하나인 전략사령부(US Strategic Command: 약칭 USSTRATCOM)다. 전략사령부는 미국을 선제 공격한 나라를 ‘박살’낼 수 있는 공격 무기를 관리한다.

    이러한 공격 무기에는 첫째로 공격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트라이던트(Trident) 탄도미사일이 있다. 둘째로는 미니트맨(minuteman)과 피스키퍼(peacekeeper) 등으로 명명된 지상에서 발사하는 580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니트맨은 와이오밍주의 R.E. 워렌 공군기지, 몬태나주의 맘스톰 공군기지, 노스 다코타주 미노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피스키퍼는 와이오밍주 R.E. 워렌 공군기지에 있다.

    셋째로는 핵폭탄을 투하하거나 공중발사 핵미사일을 쏠 수 있는 B-52와 B-1B, 그리고 스텔스 폭격기로 유명한 B-2 따위의 전략폭격기다. 이러한 폭격기는 공군전투사령부(ACC) 산하 8공군에 주로 모여 있다.

    이러한 세 종류의 전략무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감히 미국을 선제 가격하지 못하는데, 미국은 이러한 무기를 ‘3원 핵전력’(Triad)으로 부르고 있다. 이중에서 특히 무서운 것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다. 현재까지의 과학으로는 잠수함을 탐지할 수 없다. 미국의 가상적국은 미국의 공격잠수함이 언제 어느 바다에서 탄도미사일을 쏠지 알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미국을 선제 공격하지 못한다. 때문에 전략사령부 사령관에는 전통적으로 해군 대장이 취임한다.

    미국은 MD(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전제로 지상에 배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으므로, MD 구축은 전략사령부의 전력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미국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전력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가 말한 국방개혁은 육군에 이어 공군력 감소로도 이어질 것이다. 1990년부터 미국 공군은 이미 규모를 줄여왔다. 즉 1992년 미국 공군은 542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했으나, 1997년에는 4500여 대로 12% 가량 줄였다. 그러나 개개 항공기 성능은 더 높아진다. 현재 미국 공군은 고급 전투기로 F-15, 저급 전투기로 F-16을 쓰고 있는데, 이를 F-22와 JSF로 교체한다. F-22와 JSF는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라 보유대수를 줄여도 전력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공군의 판단이다.

    From the Sea를 시현하는 해군

    육군과 공군을 설명하는 과정에 미국의 9대 통합군사령부에 대한 설명도 마무리됐으므로 해군을 살펴보기로 하자. 육군과 공군은 핵심 전력을 미국 본토에 두고 있지만, 해군은 바다가 무대이니 만큼 핵심 전력을 미국 영해가 아닌 공해상에 배치해 놓고 있다.

    또 미국 해군은, 해군 안에 육해공군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미국 해군이 갖고 있는 육군은 해병대이고, 공군은 항모에 탑재하는 항공기다. 이에 따라 미국 해군은 해군 자체만으로 적성국가를 억제하고 공격할 수 있다. 바다에 떠 있는 해군만으로 적성국을 압도하는 것을 가리켜 ‘From the Sea(바다로부터)’라고 하는데, From the Sea는 미국 해군의 철학이자 전체 미국군의 전략이기도 하다. 해군이 없다면 미국군은 세계군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미국 해군은 3군 중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 해병대를 포함하면 해군은 병력 면에서도 가장 큰 군대다(전체 병력 대비 약 40%).

    From the Sea를 시현하는 미국 해군의 핵심 사령부를 정리한 것이다. 이중에서 해군특수전사령부와 해상수송사령부는 특수사령부인 특수작전사령부(USSSOCOM)와 수송사령부(USTRANS-COM)에도 배속된다.

    해군 주전력은 미국의 동·서해인 대서양과 태평양에 모여 있다. 즉 대서양함대와 태평양함대가 미국 해군의 양대 기둥이다. 그러다 보니 대서양함대와 태평양함대는 여러 통합군사령부에 동시에 배속돼 있다. 대서양함대와 태평양함대는 지역사령부인 남부사령부(USSOUTHCOM)와 태평양사령부(USPACOM)에 해군 구성군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두 함대는 탄도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 부대를 거느리고 있어 3원 핵전력을 관리하는 전략사령부(USSTARTCOM)의 해군 구성군으로도 참여한다.

    이런 점은 공군에서도 발견된다. 공군우주사는 통합군사령부인 우주사와 전략사에 동시에 속해 있다. 미국의 9대 통합군 사령부에 어떤 사령부와 함대가 구성군으로 참여하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대서양함대와 태평양함대는 휘하에 해군항공사령부·해군수상함사령부·해군잠수함사령부, 그리고 번호함대를 거느리고 있다. 해군항공사령부는 ‘해군 속의 공군’, 해군수상함사령부와 해군잠수함사령부는 ‘해군 속의 해군’이 된다. 그리고 함대사령부에는 속해 있지 않으나 해군과 밀접한 해병대가 지상군을 맡는다. 이 네 개 사령부를 묶으면 해군은 자기 세력만으로도 충분히 육해공군을 구성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해군

    해군항공사령부는 항공모함과 해군 항공기지에 뜨고 내리는 항공기를 관리한다. 여기에는 C-9 따위의 수송기, E-2와 E-6 등의 조기 경보기, EA-6과 EP-3 같은 전자전기와 정찰기, F-14와 F/A-18 전투기, P-3 대잠 초계기 등 공중급유기와 폭격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항공기가 모여 있다. 해군항공사령부는 대서양함대와 태평양함대가 보유한 전략공군인 셈이다. 10만t급인 니미츠급 항모는 한 개 비행단(80여 대) 규모의 항공기를 탑재한다. 항모에 실린 해군항공사 예하 비행단은 미국 공군기지가 없는 곳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감행한다.

    해군수상함사령부는 해군이 보유한 항공모함·순양함·구축함·호위함·초계함·기뢰함·소해함·상륙함·헬기 항모·보급함 등 다양한 함정을 관리한다. 그리고 번호함대와 전단·전대에 이러한 함정들을 보내줌으로써 해상 작전을 가능케 한다.

    미 해군이 보유한 함정 중 주목할 것은 항모와 이지스(Aegi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방패)함이다. 미 해군은 11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3척은 기름을 때서 움직이는 재래식 항모(CV)이고, 나머지는 원자로를 움직여 가동하는 핵추진 항모(CVN)다.

    항모는 비행단을 이착함시키는 기능만 발달했으므로, 자기 방어 능력은 취약하다. 이러한 항모가 적 수상함이나 항공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면 실려 있던 항공기마저 잃어버리므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항모를 보낼 때는 적성국 함정의 공격을 막기 위해, 순양함과 구축함·호위함 등이 겹겹이 에워싼다.

    이때 적성국의 항공기가 날아와 항모를 공격할 수도 있으므로 항공기를 막는 배가 따라가는데, 이것이 바로 이지스함이다. 이지스는 16대의 적 항공기를 동시에 공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지스도 탄도미사일만큼은 너무 빨리 날아오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 때문에 미국은 DD-21로 명명된 새로운 이지스를 개발하고 있다. DD-21은 해군용 MD(미사일 방어체제)의 핵심 전력이 될 전망이다.

    해군항공사령부가 공중전력, 해군수상함사령부가 수상전력을 제공한다면, 해군잠수함사령부는 수중전력을 제공한다. 하늘에서는 600㎞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도 탐지할 수 있지만, 물 속에서는 수km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도 탐지하지 못한다.

    때문에 잠수함은 가장 탐지하기 힘든 무기, 즉 가장 억제력이 큰 무기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해군잠수함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해군은 신형인 시울프급 잠수함을 배치함으로써 잠수함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잠수함사는 항모 전단이 기동할 때 수중에서 항모 전단을 공격하려는 적 잠수함을 방어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해병대는 반은 해군이지만, 통합군사령부에는 육해공군과 같은 자격의 구성군으로 참여한다. 해병대는 통합군사령부 중 4대 특수사령부에는 구성군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5대 지역사령부에는 구성군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함대사령부가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작은 통합군이라면, 해병대 전투부대는 육군과 공군, 그리고 지원부대로 구성된 더 작은 통합군이다.

    미 해병대에서는 상륙작전을 펼치는 일반 해병대를 ‘보병’이라 부른다. 미 해병대 전투부대에는 이러한 보병(지상군 역할)과 해병대 항공단(공군 역할), 그리고 지원부대(보급 부대)가 섞여 있다.

    미 해병대가 항공부대를 갖고 있는 데 대해 의아히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미 해병대는 ‘해리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수직이착륙기 AV-8B와 F/A-18 전투기, 그리고 수많은 헬기를 갖고 있다. 상륙작전이 벌어지면 미 해병대는 AV-8B와 F/A-18 등을 미 해군 항모에 싣고 가 적 해안과 적 항공부대부터 초토화한다.

    미 해병대가 상륙작전을 준비하면 적군은 상륙작전이 예상되는 곳 앞바다에 기뢰를 부설하고, 해안에는 지뢰를 매설할 가능성이 높다. 미 해병대는 이를 피해 상륙작전을 펼쳐야 한다. 항공작전이 끝나면 해병대는 상륙모함(헬기 항모)에 싣고 온 헬기에 보병을 태워, 기뢰가 부설된 바다와 지뢰가 매설된 해안선을 지나 고지(高地)나 적군 심장부에 바로 보병을 떨어뜨린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 해병대는 항공부대를 갖고 있다.

    이러한 공중강습작전이 끝난 후 보병이 공기부양정(LCAC) 등을 타고 본격적으로 상륙한다. 이들이 지뢰를 제거하면 수륙양용장갑차와 전차·155㎜ 포 등을 내려 내륙으로 진격하는 것이다.

    작전에 들어간 보병 1개 사단은 하루에 4t 트럭으로 250대분의 식량과 물자를 소모한다. 그러므로 보병이 상륙한 뒤에는 바로 보급품을 공급하는 지원부대가 따라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미 해병대는 항공과 보병·지원부대가 한 덩어리가 돼 내륙으로 진격하는 작전개념을 만들었다. 이처럼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항공기를 이용해 상륙작전을 펼쳐 내륙으로 들어가는 것을, 미 해병대는 ‘초(超)수평선 상륙작전’이라 부른다.

    미 해병대는 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전투부대이기 때문에 해병대 원정군(Marine Expeditionary Force)으로 불린다. 해병대 원정군은 영어 약칭인 MEF로 표기되는데, MEF에는 해병대 보병 1개 사단, 1개 해병대 비행단, 연대 규모의 지원부대가 참여한다.

    미 해병대는 세 개 MEF를 운영하고 있는데, ⅠMEF(‘원 멥’으로 읽는다: 제1 해병대 원정군)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펜델톤에, ⅡMEF은 대서양 쪽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캠프 리준, ⅢMEF은 일본 오키나와에 있다. 해병대 원정군은 상륙작전의 규모가 아주 클 때나 출동하고, 대개는 해병대 원정여단(MEB)이나 해병대 원정단(MEU)이 출동한다.

    해병대 원정단(Marine Expeditionary Unit)은 상륙작전을 펼치는 기본 부대인데, 미국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MEU를 신속대응군(Quick Response Force)으로 지정한다. 오키나와의 제3해병대 원정군에서는 31 MEU가 신속대응군으로 지정돼 있다. 유사시 이 부대가 가장 먼저 한반도로 달려오는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미 해병대는 31 MEU가 신속히 움직이도록 이들이 사용할 전차와 장갑차를 미리 배에 실어 놓고 있다(사전 배치). 신속대응군으로 지정된 31 MEU 병사들은 전원이 완전 군장을 한 채로 24시간 연병장에서 먹고 자며 출동을 대기한다고 한다.

    미국 정규군 중에는 해병대가 가장 훈련이 세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미 해병대는 가장 단결력이 강한 군대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군에서는 탈영이나 사고로 인해 매년 3.21% 정도씩 병력이 줄어드는데, 해병대는 가장 적은 0.91%를 기록하고 있다. 미 해병대의 단결력이 강한 것은 허언(虛言)이 아닌 것이다.

    편조 개념의 미국군

    다시 해군으로 주제를 옮겨오자. 태평양과 대서양함대사령부에는 해군항공사와 해군수상함사·해군잠수함사 외에 7함대 3함대식으로 번호를 붙인 번호함대를 운용한다.

    미 해군은 전통적으로 미국 동쪽 바다(대서양 쪽)에는 짝수 번호함대를, 서쪽 바다(태평양 쪽)에는 홀수 번호함대를 배치해왔다. 미국의 동쪽인 대서양과 지중해에는 2함대와 6함대가 있고, 서쪽인 태평양과 인도양·걸프만 등에는 3함대·7함대·5함대가 있다.

    함대는 항공사령부와 수상함사령부의 세력을 받아 적절히 구성하는데 이러한 함대 중에 가장 큰 것이 번호함대다. 작은 규모로 편성할 때는 전대(Task Force)나 전단으로 편성해 파견한다. 항모를 빼고 전대와 전단을 구성할 때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바다인 태평양과 세 번째로 넓은 인도양까지 아우르는 태평양함대는 3함대와 7함대라는 두 개의 번호함대를 갖고 있다. 3함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모항으로 해, 미국 서해안에서부터 날짜 변경선까지의 동태평양을 관장한다. 7함대는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해, 날짜변경선 서쪽의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관장한다. 7함대는 한반도에서 데프콘 2가 선포되면 한국 해군과 함께 연합해군을 구성한다. 이때 7함대 사령관은 연합해군의 사령관이 되고 한국 해군의 작전사령관은 부사령관이 된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해군의 규모도 줄일 것인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항공모함을 필두로 이미 미 해군은 함정과 병력을 줄여왔다. DD-21로 명명된 새로운 이지스 함정을 만들면 미국 해군은 더욱 큰 폭으로 함정을 줄일 것이다. 그러나 시울프(Sea Wolf)급의 핵추진 공격잠수함과 해병대는 억제 효과가 커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은 편제(編制) 개념으로 부대를 운영한다. 육군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군 밑에 피라미드 꼴로 군단-사단-연대가 있는 식이다. 한국군에서는 사단 이상이라야 독립작전을 한다. 이러다 보니 폐쇄적인 조직이 돼, 능력이 있든 없든 상급자는 항상 명령하고, 하급자는 명령을 듣는 수직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급자는 전투능력 배양보다는 상급자가 돋보이도록 의전 행사를 잘하는 데 주력한다. 그래야 진급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군은 편조(編造) 개념이다. 전쟁 규모가 크면 육군에서는 군단이나 사단, 해군에서는 번호함대, 공군에서는 번호공군을 뽑아 전투사령부를 만든다. 전쟁 규모가 아주 작으면 육군에서는 대대, 해군에서는 전대, 공군에서는 비행대대로 전투사령부를 만든다. 해군이 특별히 많이 필요하면 해군은 번호함대로 참여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군은 부대 규모가 들쭉날쭉이다. 그러다 전쟁이 끝나면 제각기 원부대로 흩어진다. 때문에 미국군은 하급자도 지휘관이나 참모로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다. 이들은 결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세계 최강이 된 것이 아니다.

    통일이냐, 자주냐

    미국군을 소재로 한 국제정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러시아는 ABM 제한 조약 개정에 반대하지만 ABM 개정을 위한 협상에는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그들의 능력으로는 이제는 미국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기에 미국군은 유럽 주둔 미군을 대폭 감소하려는 것이다. 윈-윈 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미 한쪽(유럽과 중동)서는 이겼으니 이제는 다른 한쪽(동북아)에서만 이기겠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무너진 지금 미국의 최대 경쟁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를 잘 알기에 조약 당사자가 아닌데도 ABM 제한 조약에 반대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에 개입해 중국을 미국에 반대하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WTO 가입과 최혜국 대우 등이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당근’이라면 미국군은 ‘채찍’에 해당한다. 채찍을 휘두르는 과정에 발생한 것이 EP-3기 사건이었다.

    중국의 국가목표는 대만을 흡수통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통일 정책은 ‘패권국가’ 미국의 대(對)중국 개입정책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힌다. 그러나 역시 통일을 국가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 이러한 장애가 없다. 북한을 친미국가로 만들겠다는 미국의 대(對)북한 개입정책은 한국 주도의 통일을 이루는데 플러스 요인이다. 우리의 통일정책은 오히려 반미(反美)성향의 중국이 방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을 등에 업고 통일해가는 과정이, 한국은 계속해서 미국의 영향권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자주성’을 강조하는 지식인들은 MD반대를 외치는 것이다.

    학자들은 “여기서 우리는 미국에 예속되는 한이 있더라도 통일을 먼저 추진할 것이냐, 아니면 통일보다는 자주성을 먼저 회복할 것이냐란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인가? 학자들은 “남북한 접촉이 강화될수록 이 문제는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할 주제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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