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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민건강보험공단 박태영 이사장

노사개혁 없이 공기업 개혁없다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노사개혁 없이 공기업 개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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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바로 감사원의 특별감사에서 공단이 정근수당 31억원과 시간외수당 135억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단의 재정위기가 부각된 시점에 거액의 돈이 지출됐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 결과를 보니까 1월에 전 직원에게 100%의 정근수당을 지급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파업이 있었고, 이사장께서는 파업기간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1월에 지급한 정근수당이 하반기에 근로한 사람에게 주는 일종의 ‘상여금’이라고 볼 때 논리적으로 모순이 생깁니다.

“정근수당은 공무원 보수규정 제7조와 공단보수규정 제8조 규정에 나와있는 ‘12월1일 이전부터 봉급이 지급되는 자에 대해서는 정상 지급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파업기간에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정근수당을 삭감하겠다’는 공문을 노조에 보낸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규정에 따라 주게 돼 있는 걸 어떻게 삭감합니까? 노조도 공문에 대해서 콧방귀를 뀌고 일절 대응하지 않았어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는데, 정근수당 지급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고 법적으로 당연히 지급해야 할 정려(停勵)수당에 해당합니다. 정당한 지급이거든요.”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단이 1월부터 3월까지 시간외수당을 무려 135억원이나 지급했어요. 이것을 두고 공단이 지금 “자기 식구들 챙길 만큼 한가로우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시간외수당은 1년 동안 얼마를 주게끔 공단 예산으로 총액이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왜 3월까지 많이 지급했느냐? 파업이 끝난 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통합전산망 개발,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체납보험료 징수, 수진자 조회, 진료비 부담내역 통지업무 강화 등 미진한 업무를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수당 지급을 앞당겼던 겁니다. 공단 직원들의 시간외 노동이 많았기 때문에 수당이 늘어난 거지, 일도 안했는데 돈을 준 건 아닙니다. 참고로 통합전산망 개발이 끝난 4월 이후엔 시간외수당 지급이 전면 중단됐어요.”



박 이사장은 부임 직후부터 “국민들에게 최상의 건강보험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업무파악을 하기도 전에 파업이 벌어져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도입은 12월 이후로 미루어졌다. 박이사장은 이 점을 상당히 아쉬워하며 “지금부터라도 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의 서비스 문제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게 직원들의 불친절입니다. 국민들의 민원 만족도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십니까.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봅니다. 전화 민원에 불친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그걸 보완하기 위해 ARS제도를 각 지사마다 도입하고, 콜센터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서비스가 좋아지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해요. 서비스의 생명은 신속과 정확이거든요. 그래서 작년부터 전직원을 상대로 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전국을 연결하는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금년 내에 갖출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자격심사에서부터 보험료 부과, 급여 등을 어디에서나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최대의 역점사업이죠.”

“나는 검증받은 경영자”

―공단의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공단의 노력에도 국민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년에 통합하면서 조직간 갈등이 심각했습니다. 직장 쪽은 통합하지 말자는 거고, 지역 쪽은 통합하자고 그러고. 상식적으로 보면 업무량에 비례해서 합리적으로 인원을 배치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공단은 현재 그렇게 못하고 있습니다. 그건 할 수가 없어요. 자칫하면 직원간 갈등을 부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곳에는 인원이 턱없이 모자라고, 또 어떤 곳에는 여유가 있고…. 앞으로 노조와 얘기하면서 하나씩 풀어야 할 숙제겠죠.”

정부는 최근 진료비 심사 강화, 급여제도 합리화, 약제비 절감, 본임부담금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것은 의보재정 적자폭이 예상 밖으로 커지자 정부가 서둘러 마련한 종합대책이다.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 상황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와 의·약계, 국민 4자가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로 재정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의약계는 벌써부터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들도 부담이 늘었다는 점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종합대책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십니까.

“최선의 대책은 아니지만, 일단 이해집단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만들었잖아요.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겠죠. 각 집단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고 제도의 장점을 살려야죠. 그게 모두를 위하는 길이예요.”

―시민단체 쪽에서는 재정적자를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의료보험이 성공하려면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의료인들은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죠. 마찬가지로 정부도 경비절감을 통해 적자폭을 줄여야 해요.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하는 한편 국민들도 부족한 부분은 부담해야죠. 김 장관도 올해는 보험료를 더 올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일단 시행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보완책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뿌리를 내려야죠.”

―종합대책 중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리비용을 줄이는 부분도 있던데요.

“인원조정을 통해 벌써 연간 6백억원 넘게 줄였습니다. 물품 구입도 입찰제로 바꿔서 많게는 40%까지 낮췄어요. 앞으로도 더 줄일 부분이 있으면 그렇게 해야겠죠.”

취임 1주년을 맞는 박 이사장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부임 초기만 해도 얼마나 오래 버틸 것이냐가 관심이었지만, 이젠 조직운영에 대한 구상이 확실하게 잡힌 듯했다. 무엇보다 노사관계의 안정에서 큰 힘을 얻은 모양이다. 그는 “노사개혁 없이 공기업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앞으로도 노사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은행원으로 시작해 대기업 부사장까지 오른 실물경제 전문가.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치며 국정운영에 참여한 정치인. 그는 지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공기업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 1996년 그가 15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경쟁에서 탈락했을 때만 해도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화려하게 재기했다. 인터뷰 시작부터 정치 얘기는 하지 않겠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정치적’ 질문을 던져보았다.

―‘낙하산 인사’라는 야당의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검증받았다고 자부합니다. 기업 경영도 했고, 국가 경영에도 참여했잖아요. 내 스스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에 야당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정치권으로 돌아가실 계획이십니까.

“글쎄요. 시간을 갖고 신중히 생각해야겠죠.”



신동아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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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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