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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論大戰

밀월에서 대공세까지

  •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daum@donga.com

밀월에서 대공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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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세무조사의 성격을 언론탄압-언론장악-언론말살로 규정하고, 목적은 김정일 답방 사전 정지-개헌과 정계개편-정권재창출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이번 세무조사는 조세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법 테두리 내에서의 언론개혁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1월에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언급했을 때만 해도 여당인 민주당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당시 여권은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있었던 정동영 파동의 여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2월초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실시할 때도 민주당 정치인들은 언론개혁에 대한 발언을 자제했다. 다음은 여당 중진의원의 말이다.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이 언론개혁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보이자 상당히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최고의원들이 나서달라고 여러번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행정적인 과정으로 축소하는 것이 좋지 정치인이 나서면 정치적인 논쟁이 돼버리니까 선뜻 나서기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여권 정치인 중 언론에 대해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이었다. 노장관은 올 2월7일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언론과의 전쟁 불사 발언’에 이어 “조폭적 언론이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노장관의 발언은 김대중 대통령의 속내를 읽고 나름대로 계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그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론사 세무사찰 즉각 중단을 주장하자 이를 맞받아 친 것이다. 그의 발언에 청와대는 침묵했고 당시 김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당과는 무관하다”며 발뺌을 했다.



한나라당은 노장관의 발언이 여권의 집단심리를 드러낸 것이라며 공격했다. 언론사의 세무조사 문제가 정치권으로 비화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노무현 민주당 고문은 언론전쟁의 ‘전위대’ 역할을 맡으며 동아 조선 중앙을 제외한 언론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최근에는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텔레비전 토론에 나서 언론개혁 필요성을 역설하는 논리를 펴 김대통령으로부터 격려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나라당에서는 박종웅 의원이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언론사 세무조사의 정략적 성격을 성토하고 나섰다. 세무조사에 군사작전처럼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한 것은 언론개혁보다는 비판언론 죽이기 의도가 있다는 것.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언론사 세무조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을 계속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홍사덕 의원은 KBS 심야토론에서 언론사 세무조사가 김정일 답방 사전정지용이라는 세간의 소문을 전해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세무조사라는 행정적 행위가 ‘전쟁불사’ 발언으로 정치적 싸움으로 비화되고 다시 ‘김정일 답방 정지용’이라는 발언으로 번지면서 김대중 정부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비화된 것이다.

이번 세무조사의 성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들과 일부 신문과 방송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독자들에게 심어주고 공감대를 확산시켜 언론개혁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다.

1998년 8월27일 30여개 언론·시민단체가 모여 출범한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는 첫 사업으로 ‘신문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신문의 소유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영향력이 큰 신문일수록 최대주주의 지분한도를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언론개혁을 지향하는 단체의 출범에 대해 한겨레신문과 대한매일은 관심있게 보도한 반면 다른 언론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언개련은 ▲언론법제 개선운동 ▲수용자 운동 ▲대안매체 운동 등 3가지 과제를 내걸고 방송법 민주적 개정, 정간법 개정안 입법청원, 해직언론인 명예회복특별법 제정 촉구 등의 활동을 해왔다.

언개련의 밀고 당기기

그러다가 올해 1월11일 김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언급하자 언개련은 1월17일 성명서를 발표, “그동안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수렴한 것에 대해 환영”은 하면서도 “더이상 언론개혁에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달라는 요구였다. 그후에도 언개련은 정부당국이 주춤하는 듯하면 ‘질책’하고, 자기들의 요구수준에 맞는 조치를 취하면 ‘환영’하는 식으로 ‘언론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편 한겨레 등 일부언론은 언론권력 시리즈와 칼럼을 통해 동아·조선·중앙일보를 집중공격했다. MBC 등 방송도 기획특집 등을 통해 동아·조선·중앙일보를 공격했다. 언론계는 마치 동아 조선 중앙이라는 진영과 나머지 진영으로 양분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언론계의 분열 현상에 대해 KBS의 한 직원은 “주구언론과 수구언론과 들러리언론간의 싸움”으로 표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가 이문열은 ‘정부없는 신문론’ ‘홍위병론’ 등 신문칼럼을 통해 언론개혁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펼쳤고,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은 곡학아세론으로 이문열씨를 공격했다. 이외에도 많은 논객들과 지식인들이 각종 매체에 세무조사에 대한 지지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문에 종사하는 한 간부는 언론개혁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정치권력을 쥐고 군과 경찰이라는 물리력에 주로 의존했다. 언론은 부수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군과 경찰력이 김대중 정권의 손에 들어가자 보수진영에게 남은 것은 보수언론과 보수야당 뿐이었다. 그렇게 되자 김대중정권은 서울 강남의 주류층이 드디어 자기 보호의식을 갖기 시작하고 반DJ정서가 보수언론을 통해 확산되는 듯하자 이들 언론을 타격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해도 지지도가 오르지 않자 언론개혁을 결심한 것이다. 결국 양 진영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지금 김대중 정권이 밀어붙이는 방식을 보면 진다는 가정은 없는 것 같다. 이긴다는 자신이 없었으면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될까. 현직언론인들과 정치권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언론지형의 변화론이다.

“현정부의 언론정책 중 하나는 보수언론의 영향력 축소인데, 무가지는 국세청에서 때리고 강제투입은 공정거래위에서 때렸다. 그동안 보수언론의 영향력은 방송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막강했다. 그러나 세무조사 등으로 앞으로 신문시장의 파이는 줄어들 것이다. 물론 마이너 신문의 파이도 줄어들겠지만 상대적인 비중에서는 메이저가 줄어들고 마이너가 증가할 것이다.”

둘째는 기존구도의 강화론이다.

“정부가 정간법을 통해 소유지분을 제한하고 편집 경영 소유 분리를 해야 하는데 소유지분의 제한은 정부가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위헌의 소지가 있는데다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힘이 정부보다 세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개혁은 실패하고 기존구도를 더 강화시켜 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인규 경향신문 미디어팀 부장이 지난 4월3일 새언론포럼이 주최한 ‘언론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에서 한 말은 아직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대중 정부의 언론개혁조치라는 것이 과연 순수하게 언론개혁을 위한 것이냐를 솔직하게 봐야 한다. 어떤 정략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진짜 언론개혁에 뜻이 있었다면 왜 취임 초에 하지 않고 3년이나 지나서 시작하는가. 1월11일에 김대중 대통령이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후 세무조사도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조사했다. 족벌신문이라고 하는 데서는 언론탄압이라고 말하고 한겨레 등에서는 언론개혁이라고 하는데, 모두 진실의 일면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전체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언론개혁이냐 탄압이냐를 가지고 설왕설래하는 것보다는 진정한 언론계의 개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없애는 거라고 본다”.

신동아 200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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