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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論大戰

“언론은 자성하고 정부는 양보하라”

‘홍위병’ 파문 李文烈의 4시간 격정토로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언론은 자성하고 정부는 양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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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은 지난해 가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대화방에 들어가 독자들과 채팅을 한다. 처음엔 “괜히 했다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으나 차츰 대화의 질이 나아져 다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혼자 힘으로는 이메일을 이용하지 못하는 컴맹이다. 인터넷 이용도 “애들을 불러야” 가능하다. 그는 며칠 전 ‘애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를 처음 들여다봤다. 추미애 의원 관련기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홍위병에 대한 본능적인 후각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발동된 모양이다.

“인터넷 여론은 홍위병의 특성을 갖고 있어요. 의사전달방식이 충동적이고 공격성이 강하고 과장이 심해요. 익명성이 부추기는 무례 혹은 무모함이라고나 할까. 완전히 ‘황제폐하 만세’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7월2일자 조선일보 시론이 발단이 됐는데요. MBC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시론 제목이 잘못됐다’고 하셨다면서요?

“신문사에서 그런 제목(‘신문 없는 정부 원하나’)을 뽑았는데, 원래 제목은 ‘기관사들이여 브레이크를 밟아라’이고 또 그것이 옳은 제목이라고 말해줬지요.”

―신문사가 자기네 구미에 맞게끔 제목을 고친 거네요?



“그런 셈이죠. 그런데 보통 시론 제목은 신문사에서 정해요. 저도 어떤 때는 아예 제목을 맡겨버립니다. 일종의 편집권으로 봐서죠. 사실 조선일보만 나무랄 수 없는 것이 동아일보도 어제(7월8일) 그랬거든. 가판 보고 화가 나서 동아일보에 전화했어요. 내가 정한 제목은 ‘홍위병을 떠올리는 이유’였는데 동아일보가 ‘홍위병이 판친다’로 고쳤더군요. 완전히 홍위병으로 단정한 거라. 그래서 ‘이건 안 된다. 지난번에 조선일보 시론도 제목 때문에 욕을 더 봤는데 같은 일을 또 당할 순 없다’고 항의해 원래 제목으로 바꿨어요.”

―글의 논조를 보면 조선일보측이 정한 제목이 그다지 틀린 것 같지는 않은데요.

“글쎄, 적어도 엉뚱한 제목을 붙이진 않았겠지. 하지만 그래도 아니죠. 왜냐하면 내가 글 맨 뒤에 덧붙인 두 줄은 가정 아닙니까. 만약 정부와 언론 양쪽이 끝까지 싸운다면 나는 언론 쪽에 선다는 얘기지, 아무런 전제 없이 무조건 어느 한쪽을 편든 건 아니거든요. 원래 제목으로만 보면 양비론이지. 그런데 제목을 그렇게 뽑은 건 고의지요. 언론도 지금 위기감 때문에 균형감각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입니다.”

―시론은 조선일보 요청으로 쓴 겁니까.

“아닙니다. 화가 나서 내가 먼저 시작했어요. 그날(언론사 세무조사결과 발표일) 아침에 TV를 틀어보니 3사가 똑같이 생중계를 하더라고요. 이게 도대체 3개 방송사에서 동시에 1시간씩이나 중계할 일이 되는지 의문이 불쑥 일더군요. 선동의 냄새가 짙었어요. 또 끝날 때도 이상하게 끝나더라고. 이상한 질문이 나오니까 생중계를 끝내더라고요. 보셨어요?

―끝까지는 못 봤습니다.

“나치의 대국민 선전·선동이 생각나 격앙된 상태에서 글을 썼습니다. 처음엔 조선일보에 기고할 생각이 아니었어요. 조선일보는 여러 모로 부담이 돼서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에다 지난 2월엔 조선일보 후원으로 시베리아에 갔다왔거든요. 그래서 동아일보에 보낼 생각으로 쓰고 있었는데 마침 조선일보 기자한테 원고청탁 전화가 걸려왔어요.”

―어쨌든 사태가 확대되는 데는 추미애 의원이라는 조연이 한몫했지요. 조선일보에 시론이 실린 다음날 민주당 4역회의에서 이선생의 글을 ‘곡학아세’라고 비난하지 않았습니까.

“그 사람이 이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나보다 더 피해를 입지 않았나 싶어요.”

뜻밖에도(?) 이씨는 추의원에 대해 그다지 분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딱하게’ 여기는 듯싶었다. 언론이 추의원의 취중발언을 보도한 것에 대해 “적절치 않은 일”이라며 허허 웃었다.

“술 취한 상태에서 뭔 얘기를 못하겠어요? 술자리에선 누구나 추의원처럼 욕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까지 기사화한 건 심했어요. 언론의 품위를 깎아 내리는 짓이에요.”

―추의원의 곡학아세론은 사실 이선생만 두고 한 얘기는 아닙니다. ‘야당이 합법적인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몰고 가는데, 반정부적인 논조를 펴는 지식인들이 지면에 등장해 그에 동조하는 건 거대언론을 포함한 이른바 수구기득권 세력에 영합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죠.

“추의원의 말은 나한테 조금도 상처를 주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세무조사가 국가의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말이잖아요. 그런 논리야말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논리거든요. 가장 단순한 논리죠.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정치적 폭력, 억압을 생각해보세요. 언제 폭력이다, 억압이다 하는 것 봤어요? 5공 정권이 저지른 어떤 나쁜 일, 유신시대에 행해진 어떤 폭력, 어떤 억압도 당시엔 다 정당한 법 집행으로 포장했습니다. 이번 세무조사는 의도도 수상쩍은 데다 방식도 공정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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