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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論大戰

“언론은 자성하고 정부는 양보하라”

‘홍위병’ 파문 李文烈의 4시간 격정토로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언론은 자성하고 정부는 양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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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에 비판적인 메이저 신문들이 표적이 됐다는 거죠?

“그렇죠.”

이씨는 특히 방송이 신문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을 문제삼았다.

“하나는 백조처럼 희고 하나는 까마귀처럼 검을 리가 없죠. 어떤 특정한 종류의 비리만 겨냥한 듯한 느낌이에요.”

―국세청 발표대로라면 조선·동아의 경우 전체 추징세액 가운데 사주일가의 추징세액이 절반에 이릅니다.



“하긴 신문사의 사주 부분은 좀 딱해요. 사주의 편집권 침해나 탈세 부분은 만약 지금의 발표대로라면 변론이 어려울 거란 말입니다. 기자들도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짐작돼요. 그러나 제한된 시론에서 사주 문제까지 짚을 수는 없었습니다. 또 그 문제를 언급하면 ‘이판사판의 충돌은 안 된다’라는 주장이 약화될 수도 있고. 내가 아무리 (언론) 편을 들려고 해도 그 문제에 대한 논리는 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형벌 불소급 및 사후법(事後法)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법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강조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법의 함정에 빠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많건 적건 법의 이름으로 언제든 처벌될 수 있어요. 법 위반행위 중엔 하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라 죄의식조차 없는 것도 많습니다. 재미있는 예를 들자면 지금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과 우리나라 여자들 몇백만명을 일거에 감옥에 넣을 수 있는 죄가 하나 있습니다. 낙태죄. 그건 분명히 큰 죄예요. 하지만 수십 년째 죄가 아닌 것으로 인식돼 죄의식도 없이 저질러져 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낙태죄를 엄격히 적용해 아직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은 모든 범법자를 잡아들인다면 아마 이상한 혼란이 일어날 겁니다.

사주의 비리혐의 중엔 당시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당연하게 여긴 것도 있을 거란 뜻에서 해본 얘깁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두 전직 대통령을 잡아들이며 ‘역사바로세우기’를 할 때 내 형량을 따져보니 나도 한 15년 정도는 살아야 되겠더군요. 왜냐하면 나는 경제사범에 정치사범이었기 때문이죠. 전두환·노태우가 반란을 일으켰다는데, 그러면 종범은 누구냐. 엄격히 법을 적용하면 반란을 지켜보며 묵시의 동의를 한 사람도 종범이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투표장에 나가 사후 승인을 했으니까. 어쩌면 그때 저항하거나 징역 가거나 맞아죽은 사람 빼고는 다 종범일지 몰라요. 그 정권에 세금 내고, 때로는 안정논리로 부화(附和)까지 한 나는 거의 빠져나갈 길이 없고.

경제 분야도 그래요. 나도 옛날에 집 살 때 말이죠. 돈 모자라면 은행에서 돈 빌렸는데, 비록 뇌물 봉투는 안 줬지만 도와준 친구에게 나중에 술 한잔 샀어요. 그런데 향응도 뇌물 아닙니까. 그렇게 보면 나는 뇌물 주고 은행돈을 많이 빌린 셈입니다. 한 다섯 번 이상 빌렸을 거예요. 부동산투기도 했어요. 바로 이 ‘부악문원’을 지은 땅도 투기꾼 방식대로 산 땅이라. 왜냐하면 그때(84년) 내가 서울에 살면서 주민등록만 옮겨서 샀거든. 그것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나중에 투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집필실을 지은 후에는 주민등록을 그대로 두고 죽 여기서 살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땐 분명히 불법이었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꼬리를 늘이면 법 집행 기준이 모호해지지 않겠어요?

“세무조사에 대한 인식이 문제입니다. 우리 세대의 경우 세무조사를 처벌의 일종으로 인식하거든요. 왜냐 하면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할 수는 없는 데다, 5년마다 할 수 있다는 거지 꼭 해야 한다고 규정된 것은 아니거든요. 모든 기업을 다 조사하려면 세무직원 수가 지금보다 10배는 돼야 될 거예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어느 기업이든 세무조사 들어가면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세무조사라는 ‘희한한 사건’

―언론사 세무조사에 찬성하는 언론학자들이나 시민단체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원칙은 참 좋은 것이지만 그게 다른 목적으로 악용되면 세상에 그보다 더 무서운 일도 없을 겁니다.”

―문민정부 때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여러 모로 비교가 됩니다. 그때는 조사결과를 땅에 묻어버렸어요. 추징도 하지 않았고. 그게 잘한 일일까요?

“YS 때는 지금처럼 심각하게 충돌하지 않았어요. 신문의 대응도 그때는 ‘까짓것 하면 당하지’ 하는 정도였지, ‘한번 붙어보자’ 하는 식은 아니었어요. 그게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해요. YS도 ‘너희들, 다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고. 그런데 이번에는, 세 신문 모두 그 조짐을 알면서도 ‘하려면 해라, 한번 붙어보자’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요. 정부도 끝까지 밀고 갈 기세고.”

이씨는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다만 ‘의도’와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시기’도.

“어제 박희태 의원이 말한 대로 시기도 기분 나빠요. 왜 (정권) 초기에 안 하고 지금 하느냐는 의문입니다. 이 정권의 임기가 1년 반이 채 안 남았단 말이죠. 소박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우리 대통령은 사람으로서 더 이상 가질 게 없을 만큼 많은 걸 성취한 분입니다. 민주투사의 상징에서 국가원수가 됐지요. 그것도 가장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또 정확한 평가는 유보해야겠지만 IMF 위기를 극복했어요. 남은 임기를 무난히 채우기만 해도 역사에 남는 큰 실책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정권 말기에 굳이 위험한 모험을 하는 이유가 뭐냐는 거죠. 그게 굉장히 불길하고 기분이 안 좋아요.”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하겠죠.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불합리성이 끼어 들었거나, 완전하게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섰거나.”

‘방어’만 하는 것이 성에 차지 않는지 그가 돌연 ‘공격’을 감행한다. “조기자가 보기에는 어때요? 왜 지금 (세무조사를) 했을까요?”

―글쎄요. 정치 상식으로 보면 대선을 앞두고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은 뜻밖의 일이죠.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설사 가능성이 높다 하더라도 언론 협조를 끌고 가는 게 정상이거든요.

“그러니까 언론 지원을 받지 않아도 있다는 거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과연 그것이 뭘까요?”

―빅3 신문에서 말하는 이른바 언론재편 기도일까요?

“그런데 동아일보만 해도 당장은 꿋꿋이 버티고 있잖아요? 듣기로는 언론이 2차, 3차의 배수진까지 치고 있다는데.”

―정부 의도대로라면 기가 꺾여야 하는데, 기가 꺾이기는커녕 이판사판의 결전 분위기예요.

“그렇죠. 그러면 저쪽도 이판사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내가 (조선일보 시론에서)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라는 말을 쓴 거예요. 아마도 우리가 이해 못할 불합리성이 있다면 이런 상상도 가능할 거예요. 그들이 진정 개혁의 화신이라면 ‘우리가 이 일에 실패해 정권이 넘어가고 역사에서 죽어도 상관없다. 어쨌든 언론은 개혁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요. 좀 황당하기는 해도 그렇다면 차라리 이해는 되지요.”

이씨는 “어쨌든 참 희한한 사건”이라는 말로 세무조사의 배경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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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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