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현지보고

아이비리그 한국유학생의 新아메리칸 드림

  • 하태원 < 前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taedee99@yahoo.co.kr

아이비리그 한국유학생의 新아메리칸 드림

2/4
1980년대 후반까지는 유학을 오는 사람의 대부분이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교수로서 강단에 서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면, 1990년대에 들어와선 유학생들의 목표가 다양해졌다.

새로운 변화의 주류는 역시 ‘프로페셔널 스쿨’에 진학해 자신의 전문지식을 쌓아 거액의 연봉을 꿈꾸는 유학생들이다. 이들 중엔 자신이 몸담고 있던 한국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미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보스턴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한국유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유학생활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유학생들의 미국에서의 생활과 사교의 범위도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같은 비즈니스스쿨에 다니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교단에 서기 위해 박사수업을 듣는 학생은 생활의 장이 주로 학교와 집인 경우가 많고, 친교의 범위도 지도교수와 박사과정에 있는 동료 정도로 한정된다.

하지만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NBA과정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에 대한 정보에 매우 민감하다. 미국 기업이나 연구소의 일자리를 찾는 학생들은 취업박람회를 찾아 다니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언론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유학생활을 하는 언론인이나 개인회사의 지원을 받아 유학생활을 하는 비즈니스맨의 경우는 공부 인맥을 형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미국의 여러 대학에 공부하러 온 한국의 교수나 정부 요인들과도 많은 교류를 통해 튼튼한 인맥을 쌓는 장으로도 활용된다.

이공계 학생들은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도 실무경험을 통한 전문성 확보와 연구성과를 얻기 위해 박사후과정(post doc)으로 학교에 남는 경우가 많다.

박사후 과정자들에게는 학교에서 연구비를 제외하고 2만∼3만달러(약 2600만∼3900만원)를 월급으로 지급하지만 대부분의 박사후 과정자들은 이 기간을 교수직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기간으로 활용한다.

보스턴대에서 병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9월부터 하버드대 단백질체학 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을 시작하는 박재홍(朴宰弘·31)씨는 “하버드대 연구소에서 생명공학관련 연구에 매진하면서 한국의 교단이나 미국에 있는 연구소 등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반드시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겠다는 유학생 수가 급증하는 것도 최근 10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

미국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학생 수가 크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한국에서 계속되는 경기불안에 따른 고용 불안정, 근로강도에 비해 적은 임금 등이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날로 가열되는 입시교육의 폐해, 영어권 교육선호 등이 겹치면서 ‘가능하다면’ 미국에서 일자리를 갖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8월부터 텍사스 A&M 대학교 기계과 교수로 활약하는 김원종씨는 학업성취와 일자리를 한꺼번에 찾은 경우다.

부인도 보스턴음대 피아노반주과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 박사부부이기도 한 김교수는 “미국에서 일하기를 선호했다고 하기보다는 미국의 교단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며 “교수선발에 있어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 등 공정하지 않은 관행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분자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박홍근(32)씨와 외교통상부의 인사관행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장춘(李長春) 전 외교통상부 본부대사의 아들 이성윤(33)씨 역시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각각 하버드대 화학과와 터프스대 플레처스쿨에서 교수로 활동중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1998년 미국에 건너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듀크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김하늘(29)씨도 한국행을 택하기보다는 미국에서 직장을 택한 경우다.

지난해 7월 미국의 노스웨스트 항공사에 취직해 인사관리파트에서 일하는 김씨의 연봉은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씨의 경우 가능하면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계속해 영주권을 받을 생각이다.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유학생이 늘면서 국내학계와 기업에서는 고급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학교 공과대 컴퓨터공학부는 전산과학을 전공한 교수 2∼3명을 신규 임용하기 위해 해외에서 활동중인 ‘고급 두뇌’에게 임용제안서를 보내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영입에 실패했다.

자연대 생명공학부 역시 지난해 8월 유전자 정보 분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유학파 모박사의 전임교수 임용에 실패했고, 자연대 화학부도 외국에서 공부한 한국인 교수들에게 의사를 타진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국제교육진흥원의 통계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지난해 국비유학생 중 5% 정도가 당초 계약과는 달리 유학기간이 끝난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현지 정착하고 있으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황민하씨는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에서 교수직이 갖는 명예를 생각하더라도 열악한 연구시설과 투자환경, 턱없이 낮은 급여수준과 불만족스러운 처우 등을 생각하면 미국에서 취업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대생의 경우 한국 회사에 취직하는 것은 보수나 장래성 면에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 것이 보스턴 지역 유학생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2/4
하태원 < 前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taedee99@yahoo.co.kr
목록 닫기

아이비리그 한국유학생의 新아메리칸 드림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