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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기행

암스테르담 홍등가와 네바다 매음굴

세계의 公娼

  • 권삼윤 < 문명비평가 > tumida@hanmail.net

암스테르담 홍등가와 네바다 매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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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록 우리가 서구화한 삶의 방식과 성문화에 제법 익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그들의 성문화를 그대로 모델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내놓고 즐겨야 할 대상으로는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성에 대한 의식이나 태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변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세월이 좀더 흐른다면 지금의 그들처럼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단지 공창을 인정한다고 해서 허가된 윤락 지역 내에서의 위생수준과 윤락녀의 인권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이에 대해 분명히 ‘아니오’라고 말해주는 책이 올해 5월 미국에서 출간됐다. 문제의 서적 ‘매음굴 머스탱 랜치와 여인들(Brothel; Mustang Ranch and its Women)’의 저자는 하버드대 의대 출신의 여의사 알렉사 알버트. 그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년 동안 끈질기게 네바다 공창협회를 채근해 허락을 받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머스탱 랜치’라는 매음굴에 머물면서 윤락녀의 위생상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그녀가 조사작업에 투입한 시간은 무려 6년이었는데, 그 가운데 6개월을 윤락녀들과 동고동락했다. 그들이 왜 그곳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으며, 성관계시 콘돔은 착용하는지 등을 현장에서 조사한 후 그녀가 내린 결론은 “매춘을 합법화한 지역에서도 윤락녀들은 죄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사기간 동안 그녀는 의사가 아닌 학생의 자세로 진지하게 이 문제에 천착했던 만큼 그냥 흘려들을 얘기는 아니다.

‘인권 선진국’이라는 미국, 그곳에서도 유일하게 공창이 허용된 네바다주(이곳은 도박, 이혼 등에 대해서도 진보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에서도 윤락녀들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무시당한 채 죄수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다른 나라 윤락녀의 사정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다.



우리가 이 책에서 찾아낼 수 있는 시사점은 윤락녀의 인권과 위생수준의 향상은 공창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그것을 위한 별도의 대책과 노력이 뒤따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분명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창에 ‘공정거래’는 없다

또 매춘의 구조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매춘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 없이도 가능한 생계수단으로 인식돼 있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그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윤락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밝혀진 것이다.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없는 노동은 경제학적으로 말한다면 ‘경쟁력’이 없는 노동이다. 몸이 재산이라고 하지만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춘은 ‘완전 경쟁시장’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수준 높은 교육과 기술을 습득하려는 것은 시장이나 고용주와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인데, 그저 몸 하나만 갖고서 돈과 시장을 움켜쥔 포주와 맞설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른바 ‘정글의 법칙’이 가장 리얼하게 적용되는 매춘시장에서 ‘공정거래’를 요구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을 이 책은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윤락녀들을 향해 “멀쩡한 몸 가지고 먹고 살 일이 그것뿐이더냐”, “너희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그 길로 들어섰느냐” “한 순간 잘못 생각해 그 길로 빠졌다 해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어떻게든 빠져 나올 생각을 했어야지” 하는 식으로 나무랄 수도 없다. 그런 이성적인 타이름이 실제로는 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힘들고 더딘 일이 되겠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그 길로 빠지지 않게끔 사회·경제·문화적 조건을 갖추는 일이 더 시급하다.

몇 년 전 ILO(국제노동기구)도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말로만의 평등’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등을 실질적으로 이룰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죄수 취급받는 윤락녀들에게 ‘인권, 인권’ 하고 외치는 것보다는 그들이 정말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고 또 그걸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관찰한 그들의 프리섹스 문화였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속해 있는 스칸디나비아 제국은 네덜란드 못지않게 성이 개방된 곳이다. ‘프리섹스’란 말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에는 공창은 말할 것도 없고 사창도 눈에 띄지 않는다. 프리섹스의 고향이라고 해서 성 관계가 난잡하고 ‘거리의 여성’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깨졌다. 스톡홀름에 사는 한 교민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오래 전 스톡홀름의 한 가게에서 거리의 여자를 두고 영업하려 한 적이 있었는데, 개점하자마자 문전 성시를 이뤘다. 고객들이 몰려든 게 아니라 자신들을 모독했다면서 시민들, 특히 여성들이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은 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로는 아무도 그 일을 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스칸디나비아에 ‘애정 없는 성관계는 없다’는 얘기다. 그들이 말하는 프리섹스란 무절제한 남녀간의 성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맺는 관계를 뜻한다. 프리섹스의 ‘프리(free)’란 ‘자유롭다’의 뜻이 아니라 ‘없다’는 뜻이다. 이때 ‘없다’는 것은 성차별이 없다는 의미다. 그들은 실제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남자다, 여자다 하며 따지지 않는다. 성의 차이를 차별이나 보호의 구실로 삼기보다는 가치의 다양성 차원에서 이해한다. 이런 그들에게서 ‘남자니까 사창가를 찾아도 되지’ 하는 태도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여성의 직업 가운데 무당과 함께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매춘이 성행하는 이유가 만일 가난 때문이라고 한다면 매춘은 스칸디나비아 땅에 발붙일 수가 없다. 밥을 굶는다든지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든지, 돈이 없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할 만큼 사정이 어려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는 ‘복지의 천국’답게 이미 오래 전에 사회보장제도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성을 사려는 이유는 이성의 육체가 그리워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성에게 사랑을 느낄 때에만 관계를 갖는 편이라 그럴 개연성도 적다. 그런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충동적인 성의 본능을 그들은 그런 사랑의 태도로 절제해낸다.

인간사를 지배하는 세 가지 요소를 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돈과 권력과 성이라고 할 것이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것들이 아니다. 인간의 영원한 숙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잘 다루면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주지만 잘못 다루면 개인과 사회를 모두 망치는 독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그 사회가 어떻게 마련해내느냐 하는 것이 바로 문화이고 문명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에 대한 의식과 태도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요즘 우리가 그에 대한 사회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 분야에 종사하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맡겨둘 만큼 한가로운 사안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머리를 짜내고 짜내 단기적. 장기적 대안을 찾아봐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신동아 200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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