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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김근태 협력인가, 경쟁인가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노무현· 김근태 협력인가, 경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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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최고위원은 만성 비염을 앓고 있습니다. 코가 막혀 있고 입으로만 호흡을 한다는 얘기죠. 김최고위원이 말할 때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가끔 TV토론이나 대담할 때 보면 목을 뻣뻣히 세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다 코가 막힌 상태에서 호흡을 제대로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코가 막혀 있다 보니 큰 소리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장시간 강연을 하기도 힘듭니다. TV토론 중에도 카메라가 비추지 않을 때마다 흘러내리는 콧물을 닦아내야 했습니다. 비염을 고치기 위해서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김최고위원이 수술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인사는 김최고위원의 수술공포증도 ‘민주화 운동의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몇 차례 고질병인 비염을 고치기 위해 수술을 받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과거 민청련 의장 시절 고문후유증으로 김최고위원은 수술대 위에 눕는 것 자체에 심한 공포감을 갖고 있습니다. 마취주사를 맞는 것도 무섭다는 겁니다. 그래서 간단한 수술인데도 저렇게 오랜 세월 병을 달고 살아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최고위원은 조만간 고질병인 비염을 고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소한 질병이지만 대권경쟁에 장애요인이라면 어떤 심리적 압박감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말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김최고위원의 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두 진영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했던 부분은 지난 7월25일에 있었던 천정배(千正培) 의원의 노고문 지지선언을 둘러싼 갈등.

천의원은 7월25일 노고문의 출신지인 부산에서 초청 강연을 통해 개혁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노상임고문을 차기 대권후보감으로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그의 발언은 특정후보에 대한 사실상 첫 공개지지라는 점에서 다른 차기 주자 진영은 물론 정치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천의원의 노고문 지지발언에 맥이 빠진 곳이 김최고위원 캠프였다. 김최고위원과 천의원의 과거 인연까지 거론하며 “믿었던 사람에게 거듭 배신을 당했다”는 격한 반응도 쏟아졌다.

정가의 한 인사는 김최고위원과 천의원의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심사가 한창일 때였을 겁니다. 국민회의에 입당한 김근태 최고위원도 ‘자기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 즉 공천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 김대중 총재에게 보냈습니다. 그 명단 두 번째에 천의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명단을 받아본 DJ가 의아해하더라는 겁니다. ‘어, 천정배는 다른 사람이 올린 명단에도 있던데…’. 다른 사람이란 동교동의 실세인 아무개씨였다고 합니다. 김최고위원이 반드시 챙겨야 할 사람으로 천의원을 생각했지만 천의원은 나름대로 다른 방향에서 살 길을 찾았다는 얘기죠.”

김최고위원 진영의 한 인사는 구체적으로 김최고위원과 천의원의 불편했던 과거도 회고했다.

“지난해 8·30경선 때였을 겁니다. 김근태 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하면서 재야의 대표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당시 천의원은 같은 재선그룹인 정동영(鄭東泳) 의원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김최고위원이 쉽게 당선됐다면 천의원의 선택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적었을 겁니다. 그런데 경선 결과 정동영 의원이 3044표, 김근태 의원이 2966표로 각각 5,6위를 차지했습니다. 김최고위원으로선 7명 경선 최고위원 중에 6위로 턱걸이 당선한 것도 부끄러울 지경인데 정동영 의원에조차 뒤지자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니 경선 과정에 김최고위원을 돕지 않고 정동영 최고위원을 지지한 천의원이 곱게 보일 리 있겠습니까?”

그런 천의원이 공개적으로 노고문을 지지하고 나서자 김최고위원의 후배이자 천의원의 선배인 재야 출신들이 서둘러 천의원을 만났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뒤 천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이 “노고문의 고향인 부산에서 있었던 행사인 까닭에 나온 발언이지 공식 지지선언은 아니다”며 당초 지지 발언에서 후퇴했다.

김최고위원도 최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천의원이 부산에서 노무현 고문을 지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은 특정 지역의 축사이고, 부산이 노고문의 정치적 고향이라 그런 것이지 다른 인물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천의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노고문도 “부산에 왔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이 한 목소리니 천의원 발언 파문은 그것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노고문측의 밑바닥 기류는 공식적인 목소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 관계자의 얘기.

“김최고위원 진영에서는 천의원이 원래 김최고위원 사람이었으므로 천의원의 행보가 불만스럽다고 하지만 사실 천의원은 노고문과 더 오랜 세월을 함께 일한 사람입니다. 정계 입문 전까지 두 사람은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에서 같이 일했고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관계였습니다. 천의원과 가깝기로는 노고문이 더 가까웠을 겁니다.”

노무현과 김근태는 다른 뿌리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천의원과 노고문, 그리고 김근태 최고위원 세 사람의 최근 사건을 살펴보면 같은 뿌리인 듯 보이지만 노고문과 김최고위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놀랍게도 두 사람의 차이점에 대한 양 진영의 설명은 일치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두 사람의 성향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들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를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 김근태 진영 관계자의 설명.

“1987년 이후 재야운동권은 분열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불행한 것은 김최고위원이 그 재야의 분열상 한가운데 있었다는 겁니다. 김최고위원은 1987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DJ를 지지하는 ‘비판적 지지’의 입장에 섰고 그 뒤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비판적 지지에 반대하는 재야가 떨어져 나간 것은 물론이고 비판적 지지 그룹 내부에서도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재야는 분열을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김최고위원을 따라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고 지금도 김최고위원을 지지하는 재야 출신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김최고위원에게는 재야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다닙니다. 운동권 출신들만 두고 봐도 그렇습니다. 1970년대 학번들, 즉 40대 이후 세대는 김근태가 민청련의장으로 재야운동을 이끌었고 고문 수사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알지만 80∼90년대 학번으로 가면 당장 ‘김근태가 뭐하던 사람이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이들 연배에서는 정동영 김민석 의원보다 김최고위원의 인지도가 낮습니다. 반면 노고문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찍이 대중정치인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노고문은 재야 출신이 아닙니다. 재야에 대한 책임도 김고문만큼 절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김고문보다는 훨씬 자유롭습니다. 때로는 김고문보다 진보적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 인사는 “김영환(金榮煥)·천정배 의원 등 한때 재야 출신으로 함께 당에 들어온 의원들의 경우 스스로 재야 출신이 아니라 ‘전문가그룹’이라고 부르는 것도 재야라는 간판이 정치인의 이력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부담이 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씁쓰레했다.

노무현 캠프 관계자의 말도 대체로 일치한다.

“노고문은 젊은 시절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습니다. 부림사건 변호를 맡는 등 지방에서 이름을 날린 뒤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재야활동가였던 김고문과 출발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재야 활동 경험이 없다는 점이 때로는 강점이 되기도 합니다. 노고문은 무슨 일이든 심사숙고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일이 닥치면 즉각 판단하고 경쾌하게 움직이는데 이 또한 재야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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