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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특집|무서운 중국

포스트 장쩌민시대 4대 시나리오

  • 금희연 <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중국정치) > hykeum@uos.ac.kr

포스트 장쩌민시대 4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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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정부와 지도자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예상치 못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당명 개정, 사영 기업인에 대한 공산당 문호개방, 사유재산제 보장 등과 같은 조치는 중국과 중국공산당이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중국의 정치·경제는 어떤 길로 나아가게 될까.

덩샤오핑의 중병설과 사망설이 나돌던 1996년 10월6일, 홍콩의 권위 있는 국제문제 연구기관인 정치경제위험도 관리연구소는 당시 당·정·군의 수장인 장쩌민의 지위가 덩 사망 후 2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연구소는 대중(對中) 투자가들을 위한 보고서 ‘중국정세 단기예측’에서 장쩌민의 군사기반 취약성과 지방권력 장악 실패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장쩌민은 여전히 중국 공산당 총서기(黨), 국가주석(政), 중앙군사위원회 주석(軍)이라는 중국 정치의 3대 핵심 포스트를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 원로들의 반발, 리펑을 중심으로 한 베이징방(北京幇)과의 갈등과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던 그는 이미 자신의 측근세력인 상하이방(上海幇)을 곳곳에 포진시켜 자신이 은퇴한 후에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예측에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특히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이 낮고 제도화 수준이 낮은 중국은 더욱 그러하다. 지금껏 미국 국무부와 일본의 유수 연구기관, 서방의 정보기관 등에서 내놓은 중국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들도 중국의 미래를 정확히 진단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의 폐쇄적인 체제와 정보 접근의 어려움, 반체제인사나 망명인사들과의 인터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료의 불확실성 등이 그 이유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경제를 분석하거나 예측하려면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와 자료, 문건을 종합한 객관적 요소에다 필자 나름의 주관적 요소를 가미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제도적 일관성과 투명성이 낮은 나라이지만, 중국은 규모나 지정학적인 위치로 볼 때 아시아에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에게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21세기에는 이러한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험부담을 안고도 중국의 미래를 내다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정치·경제와 사회현상을 예측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덩샤오핑 사후 장쩌민을 중심으로 중국정치를 이끌어가는 핵심 지도자들의 권력구조상 변동과 내부 갈등의 종류와 강도, 둘째는 체제 내부의 통합 정도와 장쩌민을 중심으로 한 지도자들의 통합능력, 셋째는 경제적 요인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할 경우 향후 중국 정국에 대한 네 가지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중국정치 변화의 시발점일뿐, 결코 최종적인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상유지 가능성 50%

첫째 시나리오는 현상유지 모델이다. 장쩌민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부가 단결하고 인민해방군과 공안, 무장경찰 등의 치안조직도 지도부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특히 현지도부가 체제유지를 중시, 특정세력이나 집단이 체제에 도전하거나 세력화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고, 경제성장도 꾸준히 추진하며, 사회안정을 위한 당과 국가의 노력도 성공을 거둔다는 시나리오다.

지난 7월25일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장쩌민이 내년에 은퇴하지 않고 장쩌민 총서기, 리펑 국가주석, 주룽지 총리 등 3세대 지도자들이 계속해서 중국의 정치를 이끌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사실 장쩌민이 국가주석을 리펑에게, 당 총서기를 현국가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후진타오(胡錦濤)에게 물려줄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장쩌민은 계속 군을 장악, 막후에서 당과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이 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 국가주석을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에게 물려주면서도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향후 중국은 장쩌민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지도체제를 지속시키면서 덩샤오핑이 주창한 4개 현대화와 사회주의 현대화를 추진하되 정치개혁은 소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장쩌민은 당 안팎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당내에 갈등이나 도전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국에 변화를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군은 안정적인 개혁·개방정책을 보증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이처럼 지도부의 안정으로 중앙정부의 통합능력이 강화되면서 지역주의는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사회적 갈등이 상존해 언제라도 재폭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 정권의 권위나 체제를 위협하는 대규모 사회적 동란으로 발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

또한 정권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민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대규모 반부패운동을 추진, 사회의 공정성이 점차 증대되고, 정권의 합법성도 강화되어 사회가 안정될 것이다. 국내외에서 인권문제와 민주화 인사에 대한 석방, 6·4 민주화운동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민주화세력이나 체제위협세력에 대한 지도부의 확고한 의지와 태도로 미뤄볼 때 장쩌민체제에 대한 반대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시나리오는 가장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체제이자 구조라 할 수 있다. 개혁·개방정책과 반부패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민주화·인권·자유 등의 현대 정치이념을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현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런 모델이 실현될 가능성은 50%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냐, 분열이냐

둘째 시나리오는 중국이 민주화의 길로 간다는 것이다.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당내 급진 개혁세력과 시민세력이 연대해 보수 세력들을 축출함으로써 민주화의 길로 접어든다는 시나리오다.

지방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관료들의 부패도 근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산당에 대한 민중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민세력이 가세해 사회와 체제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가정은 동유럽과 구소련의 체제변화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체제변화를 언제까지나 연기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발전은 중국 인민이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희구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며, 공산당은 인민의 욕구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해 제2의 톈안먼사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근 공산당의 당명 개정과 기업가에 대한 입당허용 조치, 파룬궁(法輪功) 탄압 등도 시민사회의 힘을 의식한 조치라는 것.

현재 중국에는 당과 국가의 정책과 원칙에 맞서 민주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지도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반정부운동을 결집해 체제에 도전할 정치력을 지닌 정치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발전과 시민의식의 증대, 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 개최로 서구의 가치관과 민주의식은 더욱 급속히 유입되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방면에서 광범위하게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며, 마침내 톈안먼 민주화운동에 대한 재평가와 복권이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세력의 힘이 미약하고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상황에서 개혁세력과 시민세력의 연합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30% 정도라고 본다.

셋째는 분열 시나리오다. 당내 주류파가 장쩌민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지만 다양한 정책노선과 정치적 기반을 지닌 인사들이 점차 권력구조의 핵심으로 유입되어 장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궁극적으로는 내부 갈등이 증폭된다는 가정이다.

또한 개혁·개방과 국내 및 외교 문제로 인해 평화적인 정책이 추진됨으로써 군의 위상이 약화되고 지나치게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장쩌민에 대한 군부의 지지가 약화돼 보수성향의 군부가 민주화를 추구하는 지도부를 떠나 새로운 보수세력을 지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더욱 민족주의적인 지도자가 옹립될 수 있다. 새로 정권을 장악한 보수적 지도부는 개혁·개방의 폭과 속도를 조정하고 외교와 안보정책에서도 강경노선을 걷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중화민족주의를 강조하고 민족통일과 실지(失地)회복을 국가정책 목표의 최우선에 놓고 반서구·반미감정을 고조시켜 중국의 명예와 위상을 높이려는 성향을 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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