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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살기 좋은 도시’를 가다 ⑤

대중교통의 천국 생태환경의 모범

브라질 꾸리찌바

  • 황의봉 < 동아일보 신동아팀장 > heb8610@donga.com

대중교통의 천국 생태환경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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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찌바에는 특히 호수가 있는 공원이 많다. 바리귀공원 이과수공원 등 브라질에서도 이름난 대형공원은 물론 크고 작은 공원이 주거지역 곳곳에 자리잡아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과수강과 그 지류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하천으로 인해 홍수가 빈발하던 곳을 자연상태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해 공원으로 조성했다는 것이다.

주변에 별다른 관광명소를 갖지 못한 꾸리찌바 시민들에게 공원은 절대적인 여가활용 공간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공원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교통망도 완비돼 있다. 예를 들어 주말이면 녹색의 공영버스가 무료로 사람들을 공원까지 실어다준다. 공원 내에는 자전거도로가 완비돼 있고, 공원경찰이 잘 조직돼 있어 치안도 완벽하다.

환경친화적인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꾸리찌바는 공기가 맑고 소음이 적어 조용하다. 가장 추운 겨울철 평균기온이 영상 13。일 정도로 온난한 기후여서 난방연료 사용이 매우 적은 데다가 자동차 의존도가 낮아 오염물질 배출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대단하다.

꾸리찌바의 이름난 볼거리인 ‘오뻬라 데 아라메’ 극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오페라 극장은 시가 개최하는 대부분의 문화이벤트가 열리는 곳으로 외국관광객의 필수코스이기도 한 곳. 그러나 이곳은 오페라 극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폐광지역으로 도시의 흉물스런 공간이었다. 이런 버려진 땅을 시당국이 저가에 구입해 주변지역을 자연상태로 복원하고 오페라 극장을 저렴한 비용으로 건설함으로써 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230t의 철강을 이용해 80명의 기술자가 60일만에 완공한 것으로 유명한 이 오페라 극장은 벽체를 투명한 유리돔으로 만들었다. 또 물이 흐르던 폐광 일대를 아예 작은 호수로 개발한 다음 철골구조의 다리로 극장과 연결시켜 운치를 살렸다. 밑이 보이는 작은 호수 위의 철골조 다리를 건너 극장으로 들어간 관객들은 유리벽을 통해 주변의 나무들과 접하게 되므로 마치 ‘숲속의 무대’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꾸리찌바는 서민들을 위한 자상한 배려가 도시행정의 기본으로 자리잡은 곳이다. 그 좋은 예가 이 도시의 변두리 하류계층이 사는 곳에 설치된 ‘지혜의 등대’라고 불리는 지역도서관이다. 대개 초등학교 옆에 세워진 지혜의 등대에는 보통 5000권 이상의 책이 비치돼 있어 문화적으로 소외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독서를 할 수도 있고 책을 대출해갈 수도 있고, 사서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곳의 출입문은 두 개다. 한 개는 초등학교와 연결돼 있고 또 하나의 문은 길거리를 향해 있어 학생들과 주민들이 누구나 손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지혜의 등대 맨 꼭대기에는 망루가 있어 밤이 되면 주변을 환하게 밝혀준다. 비상전화가 가설돼 있고 밤 9시부터는 경찰관이 근무를 하므로 ‘치안의 등대’ 역할도 한다.

세계적 명소로 부상

꾸리찌바는 브라질 중남부 파라나주의 주도이기도 하다. 인구 170만에다가 도시개척의 역사가 300여 년으로 상파울루나 리우 데 자네이루와 같은 유명 대도시는 아니지만,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고, 도시계획이 잘 돼 있어 브라질 내에서의 위상이 만만치 않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계와 유태계 중국계 일본계 등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주민의 대다수여서 인종차별이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현재 시장도 일본계 출신이다.

특별히 볼 만한 경관이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꾸리찌바는 요즘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부상중이다. 꾸리찌바 시청의 대외관계 책임자인 셀리아 여사는 “일년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20개 정도의 팀이 꾸리찌바 시청을 방문해 도시행정에 관한 각종 자료와 현장안내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매년 호텔이 10여 개씩 새로 들어서고 있을 정도로 관광산업이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꾸리찌바가 이처럼 국제적인 명소가 되기까지는 ‘자이메 레르네르’라는 걸출한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신이 건축가이기도 한 레르네르의 뛰어난 도시건설 안목과 인간적인 면모, 특히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회적 보조정책 개발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다.

레르네르는 군사정권하의 임명직 시장과 두 차례의 민선시장을 거쳐 지금은 파라나주의 주지사로 재직중이다. 일부 관측통들은 꾸리찌바에서 보여준 레르네르의 탁월한 능력으로 인해 비록 인구가 적은 주의 지사이기는 하나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시내에서 만난 한 시민은 꾸리찌바에서 사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모든 게 평온한 게 가장 마음에 든다. 외곽지역에 살다가 도심으로 이사왔는데 집과 직장을 오가기가 너무 편리해 점심은 집에 가서 먹을 때가 많다. 또 퇴근후면 운동하기도 좋다. 복잡하지 않은 게 너무 좋다.”

그러나 꾸리찌바에도 골칫거리는 있다. 브라질 전역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파벨라라고 불리는 빈민촌이 최대의 난제로 꼽힌다. 꾸리찌바의 외곽에 위치한 파벨라 거주 빈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범죄를 줄여야 하는 등 해결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리우 데 자네이루 같은 대도시의 파벨라는 완전히 치외법권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마약과 범죄가 창궐해 경찰도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다.

현재 시당국은 이들 파벨라의 빈민을 위한 각종 시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낡은 버스를 개조해 시당국이 능동적으로 빈민가를 찾아다니며 취업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든가,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식품 등과 교환해주는 녹색교환 프로그램, 버스요금 상하수도 요금 등에 적용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요금제도 등 꾸리찌바시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꾸리찌바는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사례에 속할 것 같다. 한 사람의 뛰어난 행정가와 그와 호흡을 맞춘 공무원들이 개발해낸 수많은 창조적인 정책들은 하나하나가 연구대상임에 틀림없다.

반드시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역사유적들이 많아야만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는 상식도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훌륭한 정책이 실천되기만 하면 얼마든지 ‘꿈의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 꾸리찌바다.

신동아 200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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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봉 < 동아일보 신동아팀장 > 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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