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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행, 보험을 먹는다

카운트다운! 금융권 빅뱅

  • 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공룡은행, 보험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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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은행은 기존 직원에게 필요한 교육을 실시한 뒤 점포로 찾아오는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팔면 된다. 초기 사업비 부담없이 보험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보험업계의 고비용 구조는 설계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영업관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고객이 스스로 필요를 느껴 보험에 가입하는 자발적 수요는 미미하고, 설계사들의 친분과 ‘안면’을 매개로 한 연고(緣故) 수요가 주류를 이룬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보험이라 할 보장성·종신형 상품 판매는 부진한 반면 보험금 규모가 작은 저축성·단기형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험금에서 설계사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보험사로서는 그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거나 마진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약진을 거듭하는 외국계 보험사들도 설계사 수수료 비중이 높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종신형 보험상품이 특화돼 있다. 그래서 계약금이 대개 억대가 넘는데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장기간 납부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의 생산성이 높을 뿐 아니라 금리 역마진으로 골머리를 앓을 일도 없다.

더욱이 연고 계약으로 판매된 상품은 설계사가 보험사를 그만두면 가입자가 중도 해약하는 사례가 많아 가입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보험사 설계사 가운데 약 70%는 일을 시작한 지 1년 안에 보험사를 떠난다. 1년 정도는 주변의 친지를 상대로 근근이 영업활동을 이어가지만 곧 한계에 이르고 마는 것.

그렇지만 창구에서 상품이 판매되는 은행권 보험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은행은 안정성, 신뢰도 등 기업 이미지 면에서 대부분의 보험사를 압도하기 때문에 보장성 상품 위주의 자발적인 보험 수요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초기 사업비와 설계사 수수료 부담에서도 자유로워 저비용 경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방카슈랑스 도입단계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해 다소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은 방카슈랑스가 도입될 경우 생명상품 보험료는 현재보다 평균 7.5%, 손해보험 상품료는 14%가 인하될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권 보험사에는 정보력이라는 또 하나의 막강한 무기가 있다. 은행이 구축한 방대한 고객 정보를 보험 마케팅과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계열 은행의 프라이비트 뱅킹에 자금을 예치한 부유층 고객의 정보를 활용, 고객의 입맛에 맛는 라이프 플랜을 제시함으로써 거액의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게다가 상업은행,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등의 계열 자회사와 유기적으로 협업하면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금을 각 계열사의 정보력과 투자테크닉을 기반으로 운용,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능력이 은행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보험사는 이 대목에서도 마음놓기 어려워진다.

정부와 금융계 일각에서는 방카슈랑스가 보험업계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 초기에는 판매방식과 상품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은행 창구에서 은행 직원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보험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 등 타 금융기업이 기존 보험사를 자회사로 인수하는 것은 허용하되, 금융기업이 자체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당분간 허용하지 말자는 것. 또한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방카슈랑스 상품도 보험회사에 비교적 충격을 덜 주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다.

보험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 정재욱 연구위원은 “자유시장 경쟁원리에 벗어난 인위적인 방카슈랑스 도입방안은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자본금(300억원)으로 보험사 신설이 가능한 현실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해 수천억원을 낭비할 금융기업은 없다. 또한 상품을 한정하겠다는 것은 대형 슈퍼마켓을 차려놓고 라면과 과자만 팔게 하겠다는 비상식적인 경영마인드다. 방카슈랑스를 도입하는 과정에 어떤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판매할 것인지는 해당 금융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케 해야 한다.”

정위원은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대내외 경쟁력을 높이며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와 편의증진을 위해 방카슈랑스는 조기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보험업계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되, 자체적인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상품 차별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보험사의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업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을 설득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탄탄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신용카드 사업을 벌일 수도 있고, 보험금으로 신탁업무를 취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국 보험사들은 뮤추얼펀드를 팔기도 하고,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일시 수령, 연금식 수령, 혹은 매월 이자만 수령하는 방식 등으로 다양한 옵션을 정해놓고 고객이 타가지 않은 보험금을 운용해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조윤제 교수(경제학)도 “보험은 은행보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어서 여유자금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선 보험사가 기관투자가 기능을 하고 있다”며 “국내 보험사들도 자금운용 패턴을 바꿔 대출 비중을 낮추고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험업계가 금융권에서 구조조정이 가장 미진한 분야이기 때문에 금리 역마진 사태와 방카슈랑스가 오히려 부실 보험사를 정리하고, 살아남을 보험사의 자생력을 길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 과정에 공적 자금이 투입될 수도 있겠지만, 구조조정 대상이 주로 중소형 보험사들이라 소요될 공적 자금이 금융권을 뒤흔들 만한 규모는 못 되리라는 전망이다.

한편 보험개발원 오영수 연구기획팀장은 “보험사더러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은행은 보험사의 가장 큰 수익기반인 보험판매를 가져가는 반면, 보험사가 은행으로부터 받아올 것은 없다”는 것. 보험사가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하면 공평하지 않으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만한 자금력을 가진 보험사는 재벌 계열사 한두 곳에 불과하며, 그나마 그룹 내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은행을 소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금 신탁업무를 얻어낸다 해도 이는 은행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 투자신탁회사의 영역이므로 은행과의 업역 맞교환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 고유 업무 중에서 가져온 것은 외환업무가 유일한데 여기에서 얻는 수익은 보잘것없는 수준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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