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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생화학무기

인류 최후의 적,독가스에서 탄저균까지

  • 최진태 <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정치학박사 >

인류 최후의 적,독가스에서 탄저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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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무기는 은밀성과 잠재성이 매우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에어로졸 상태로 살포할 경우 무미·무취로 육안 식별이 불가능하며,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균의 활성화 기간이 지나면 2차적인 전염 확산이 가능하여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장기간의 피해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일부 균의 경우 수명의 한계가 없어 더 위협적이다.

탄저균의 경우 잠복기간이 1∼7일로 일단 전염되면 치사율이 8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무기의 파괴력은 지리적 조건, 인구밀도, 온도, 풍속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탄저균 10㎏이 살포된다면 서울 인구 절반 정도가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연구 결과도 있다.

생물무기는 제약산업 또는 맥주 제조 공장과 같은 시설만 있어도 은밀하게 생산이 가능하고, 대량생산이 용이하며, 제조 비용이 저렴하여 ‘빈자의 원자폭탄’으로 불리고 있다. 1톤의 핵폭탄을 생산하는데 대략 100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생물무기는 1만달러 이하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위력 면에서는 같은 무게의 핵무기의 420배에 달한다.

생물무기를 이용한 전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고대 전쟁시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적의 성벽 위로 던져 병을 옮기게 하였으며, 중세에는 천연두 환자가 사용하던 수건과 담요를 적대국에 제공하여 많은 수의 천연두 환자가 발생하도록 한 적도 있다. 그후 전염병의 원인이 미생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생물학무기로 발전하여 오늘날에는 인위적으로 많은 생물학 작용제를 생산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근세 들어서도 생물무기 사용 사례는 많다. 1754∼1763년 영·불 전쟁시 북미 대륙에서 영국군이 인디언에게 오염된 모포를 제공하여 인디언 부족에 천연두를 퍼뜨렸으며, 제1차 대전 중에는 독일군이 유럽 및 미국의 가축에 비저균을 접종해 유럽전역에 비저균이 만연되기도 했다. 제2차 대전 중에는 독일, 러시아, 영국, 미국에서 생물무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고, 1931∼1945년 일본은 만주 731부대를 중심으로 포로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실시해 페스트, 장티푸스, 콜레라, 비저균 등의 세균을 대량생산한 바 있다. 1979년 구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황우(Yellow Rain)를 살포하였다. 또한 구소련은 베트남의 화학전 부대에 각종 곰팡이 독소, 세균을 공급하여 라오스, 캄보디아에 120회 이상 살포하여 수천명을 죽였다.



생물무기 위협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생물무기가 테러에 이미 이용된 바 있다는 것이다. 구소련의 경우 스탈린이 유고의 티토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소련의 폭력조직을 이용, 티토가 참석하는 리셉션장에 페스트 박테리아 살포를 계획한 바 있다. 1978년 9월 영국에 망명중인 불가리아의 반체제 인사 조르지 마코프를 살해하기 위해 불가리아 비밀경찰이 KGB가 제공한 리신(Ricin)이라는 독소를 특수 제작한 우산대에 장착하여 공격했는데 저격을 받은 마코프는 4일 만에 런던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1차 대전에서 화학무기 실험

생물무기는 연구목적을 위한 합법적인 사용과 테러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과의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국제적 확산 방지와 규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특히, 생물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가 중동 및 동남아 지역에 치중되고 있다는 것이 우려할 만한 점이다. 생물무기를 이용하는 것이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국제협약에 따라 금지되어 있지만, 제조과정이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이라크, 시리아, 북한 등이 생물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리비아, 이란, 인도 이집트, 이스라엘, 베트남, 파키스탄, 라오스 등 15개 국가가 생물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무기란 사람을 살상하거나 초목을 말려 죽이고, 또는 사물을 태우는 소이효과(燒夷效果)나 발연효과(發煙效果)를 내는 모든 화학약품을 활용한 무기를 가리킨다. 넓은 의미로는 화염방사제·연막·소이제·독가스·발광발색제(發光發色劑)·조명용 약품 등 화학반응을 직접 전투에 이용하는 모든 군용기재를 포함하나, 좁은 의미로는 애덤자이트·이페리트·포스겐 등과 같은 독가스만을 가리킨다. 유독 화학제에는 신경제, 교란제, 혈액제, 질식제 등이 있다.

전쟁의 수단으로서 화학물질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 아프리카의 ‘피그미’족과 아마존강 유역의 원시인이 일종의 화학무기인 독창과 독화살을 사용하였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군이 아테네군 공격시 송진과 유황을 태워 발생하는 연기를 적진으로 날려보내 아테네군을 질식시키기도 했다. 또 프랑스군의 알제리 정벌시 펠리시어 장군이 레무기야 동굴 안에 숨어 있는 아프리카 토족에게 생나무를 태운 연기를 들여보내 질식시켰다. 이와 같이 고대부터 19세기까지는 독성물질을 전쟁에 사용하거나 물질을 태워 발생하는 질식성 연기를 공격무기로 사용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현대적 의미의 화학무기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이다. 화학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한 악명높은 군대는 독일군이다.

1915년 4월22일 독일군은 벨기에 국경의 이쁠전투에서 염소가스를 사용했는데 적군 사상자만 1만5000명에 이르렀다. 또 1916년 동부전선에서는 독일군의 질식가스 공격으로 소련군 50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1917년, 독일군은 영국군을 수포가스로 공격해 1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1918년에는 미국이 수포 작용제 루이사이트를 개발해 제한적으로 사용하였다. 이처럼 제1차 대전 중 200여 회의 화학무기가 사용됐으며 이로 인한 피해자만도 무려 130만명(사망 9만1200명)에 이른다.

14개국이 생화학무기 보유

1차 대전에서 화학무기가 가져온 참상을 경험한 세계 각국은 1925년 독성물질과 기타 가스, 세균전 등을 금지하는 제네바 의정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전쟁에서 간헐적이나마 화학무기는 꾸준히 모습을 나타냈고 군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1935∼1936년에 이탈리아가 독립전쟁시 화학무기를 사용했고, 1937∼1942년, 중·일 전쟁시 일본은 중국군에게 수포가스를 사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화학무기가 사용된 예는 많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구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회교 반군을 향해 무려 47회의 화학공격을 벌여 3000여 명이 사망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1980년부터 8년간 지속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군이 이란군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5만여 명이 사망했다.

공격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들어진 화학무기는 치명적인 것과 일시적, 지속적 혹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유해한 효과를 나타내는 비(非)치명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유형이 서로 명확히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그 작용의 치명적 여부는 투입된 화학무기의 양, 작용기간, 그리고 공격을 받은 사람의 신체 상태에 달려 있다.

치명적 독소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신체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신경계통에 손상을 주는 신경작용제, 혈액을 오염시키는 혈액작용제, 질식현상을 일으키는 폐작용제 혹은 기관지작용제, 그리고 피부에 수포를 발생시키는 피부작용제 등이 그것이다.

간접적 화학무기는 인간 생존의 기반이 되는 자연환경의 변형을 야기한다. 인간의 식량이 되는 곡식을 파괴하는 제초제와 같이 식물계의 파괴에 초점을 두는 화학무기는 그것이 직접적으로 인간의 신체에 해를 주는 것이 아니지만 곡식이나 야채의 훼손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류에게 피해를 입힌다.

고엽제는 화학적 잡초 제거제 가운데 하나다. 고엽제는 식물의 신진대사에 영향을 끼쳐 식물을 파괴한다. 토양이 민감한 열대지역에서 화학적으로 잎을 말라 떨어뜨리게 하거나 이미 반폐허가 된 지역에서 식물들을 파괴하게 되면 베트남전쟁이 보여주듯이 광범위한 범위에서의 토양침식을 유발하고 생태계에 장기간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현재 미국, 소련, 이라크만이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이란 등을 포함하여 최소한 14개국이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리비아는 명백히 화학무기의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란은 자국이 화학무기의 보유를 원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집트와 시리아 역시 유사시에 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국가들이지만, 실제 생산이 이루어졌는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터키와 걸프만의 아랍국가들은 그들의 화학산업의 수준을 고려해 볼 때 최소한 몇 가지의 화학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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