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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쌀의 운명

식량무기론은 허구다

  •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yykim@chonnam.ac.kr

식량무기론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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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이 이득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본다면, 현재 진행중인 한국과 칠레간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은 진일보한 것이다. 물론 모든 국가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현재 한국과 칠레간의 무역 비중은 미미하나, 칠레는 남미국가 중 무역자유화를 내세운 안정된 국가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상호 이득을 볼 수 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은 주로 제조업 상품을 수출하고 칠레는 주로 과실류와 채소류를 비롯한 농산물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두 나라에서는 제조업과 농업 주체 사이의 소득재분배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농민단체들이 칠레산 농산물과 경쟁관계에 처하게 되므로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경쟁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보조금 정책이나 수입금지·관세장벽 그리고 수입할당제 등은 개방화한 국제 사회에서 지속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도 왜곡한다. 흔히 경쟁력을 확보한 다음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닫힌 문안에서 경쟁력이 제고되기 어렵다. 닫힌 문으로 인해 시장변화에 따른 가격의 정보전달 기능과 유인제공 기능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젊은 기업농이 늘어야 한다



경쟁력은 문을 열어야 높아지며,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는 경제주체는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은 각 경제주체가 대내외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방의 속도와 시점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 자유무역협정으로 새로 무역이 창출되는 효과와, 역내국(域內國)에 대한 차별관세로 인해 수입선이 생산비가 낮은 역외국에서 생산비가 높은 역내국으로 바뀌는 무역전환 효과도 있으므로 이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쌀을 비롯한 농산물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특히 쌀에 대해서는 주곡은 자급해야 한다는 국민정서부터 변해야 한다. 식량은 무기화하기 어렵다는 점에 인식을 새롭게 한다면, 쌀을 일반상품으로 간주할 수 있는 사고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농산물도 일반상품처럼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만큼만 국내 생산을 하고 나머지는 수입하여 소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민들도 스스로 비교열위 작물은 버리고 새로운 작물을 경작하는 쪽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상품가격이 변하지 않으면 그 상품을 생산하는 주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유인을 크게 느끼지 못하게 된다. 가격은 ‘신호(信號)’인데, 그 신호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물론 구조조정에는 당사자들에게는 상당한 고통과 비용이 수반될 것이다. 그러나 쌀문제가 결코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영세 쌀농사의 대부분은 노년층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머지않아 쌀농사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젊은이들이 많은 농토를 경작하는 대규모 기업농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기업농이라고 할 만한 3ha 이상의 경지를 경작하는 농민이 있는데, 이러한 경작지를 운영하는 젊은 농민이 증가해야 한다.

젊은 기업농이 많아지면 쌀농사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고, 쌀이 더 이상 추곡수매나 재고문제로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특별상품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쌀을 특수상품이 아닌 일반상품으로 간주하고, 국내 쌀시장을 예정된 계획에 따라 개방해 쌀의 가격과 유통량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동아 200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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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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