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명사의 요리솜씨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다슬기 수제비탕

느린 음식, 얼마나 맛있고 행복합니까?

  •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다슬기 수제비탕

3/3
완성된 다슬기수제비탕을 먹은 아이들이 “선생님 베리 굿”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음식을 만들 동안 강가에서 놀다온 이 녀석들의 양말이 흙투성이다. 선생님댁 돗자리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발바닥을 위로 한 채 꿇어앉은 아이들의 마음씨가 갸륵했다.

다슬기수제비탕은 느린 음식이다. 재료를 강에서 잡아서 씻고, 물에 담가 해감시키고, 끓는 물에 데치고, 데쳐서 돌확에 껍질을 부순 뒤, 조리로 일어 껍질을 분리한 뒤 알멩이살만 골라내야 재료인 다슬기를 확보할 수 있다. 여간한 정성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는 먹을 수 없다. 자연을 잃어버린 도시인은 이 느림의 멋스러움을 잘 모른다. 김용택 시인은 ‘경쟁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싫다고 한다. 그는 현재 내년 봄에 낼 시집을 다듬고 있다. 이 시집도 어김없이 자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로 쓸 수 없는 자연 이야기는 산문으로 쓰고 있다. 현재 쓰고 있는 이야기책 ‘논 이야기’와 ‘소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 이야기책은 도시 어린이를 위한 것으로 논이 1년 동안 사람들과 어울려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가 사람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려낸다.

다슬기수제비탕을 먹는 진메마을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재미있고, 아름다운가. 그들은 개방적이고 열려있고 한가하고 느리다. 자연을 상대하기 때문에 삶 자체가 느리고, 음식도 느리다. 감나무를 심으면 몇 십년을 기다려야 열매를 먹을 수 있듯 느린 것은 대자연의 이치다. 김용택 시인이 어찌나 부럽던지.



신동아 2001년 11월호

3/3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목록 닫기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다슬기 수제비탕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