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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의 현장 ① 강원도 삼척시

‘자연 살리는 개발’로 관광낙원 꿈꾼다

  • 양영훈·여행작가 travelmaker@hanmir.com

‘자연 살리는 개발’로 관광낙원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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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하고도 독특한 관광자원을 품었음에도 삼척시의 관광산업은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교통과 숙박 등의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동해고속도로는 동해시에서 끝나고, 오십천과 나란히 달려온 영동선 열차는 삼척시내를 한참 에돌아서 곧장 동해역으로 빠져버린다. 그러니 삼척 가는 길은 유난히 멀다.

설령 그런 불편을 감내하며 찾아가도 마땅한 숙박업소가 없어서 오래 머무르기는 어렵다. 호텔급 숙박업소는 아예 없고, 모텔이나 장급 여관도 망상해수욕장과 삼척시내 등 북쪽 지역에 몰려 있다. 그래서 남쪽 지역의 해안절경은 국도를 따라가며 주마간산 격으로 감상하거나 원덕읍 임원항 부근의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 묵을 수밖에 없다.

관광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홍보 부족. 물론 동굴 같은 관광자원은 개발이 선행돼야 외지인을 불러모을 수 있다. 그러나 때묻지 않은 해안절경이나 선인들의 체취가 묻어나는 민속유물과 역사유적은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상품이 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도 삼척시는 그런 점을 깨닫지 못했고, 당연히 적극적인 홍보전략도 없었다.

사실 관광산업 이외에는 별로 기댈 만한 게 없다는 점이 오늘날 삼척시의 현실이다. 한때 인구를 30만 명이 넘게 늘려놓았던 석탄산업은 이미 오랜 전에 바닥을 드러낸 데다가 시멘트공장 말고는 이렇다할 만한 공장도 없다. 또한 대규모 영농이 가능한 평야지대도 없을 뿐더러 오징어잡이에 의존해온 어획고는 나날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삼척시는 관광자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첫번째 성과물이 환선굴. 신기면 대이리의 덕항산 중턱에 위치한 이 동굴은 1997년 10월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개방된 지 3년7개월 만인 2001년 7월에는 총입장객 400만 명, 입장료수입 12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단일 동굴의 관광수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삼척시가 투자한 개발비용(약 68억원)의 곱절에 가까운 금액. 삼척시는 환선굴 개발과 운영능력을 인정받아 2000년 한국능률협회로부터 ‘지자체 경영수익사례발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환선굴을 찾은 관광객의 대부분은 삼척에 더 머무르지 않고 곧장 강릉이나 동해시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숙박업소와 위락시설이 부족한데다가 환선굴과의 연계관광코스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척시는 넓고 깨끗한 후진해수욕장에 숙박업소와 상가를 갖춘 대규모 테마타운을 조성하고, 후진해수욕장과 삼척항 사이의 아름다운 해안에는 길이 4.2㎞의 ‘새천년도로’를 개설했다.

이 해안도로변에는 잠시 쉬면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각각 두 곳의 주차장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특히 이곳의 공중화장실은 박쥐와 조개 모양의 외관도 멋스러운데다 호텔 화장실만큼이나 시설도 좋고 깔끔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공중화장실 베스트10’에 포함되기도 했다. 또한 ‘소망의 탑’ 부근의 해안도로변에는 69개의 객실을 갖춘 팔레스타운호텔이 신축중이고, 삼척시 교동에도 56실 규모의 가족호텔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삼척시는 2002년 7월10일부터 한달 일정으로 개최되는 ‘2002 삼척세계동굴박람회’의 성공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가장 깊은 비밀-동굴’이라는 주제와 ‘물과 시간이 빚어낸 신비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은 이 박람회에는 15개국 20개의 동굴도시와 단체들이 참가한다. 주(主)행사장이 될 죽서루 부근의 오십천 둔치에는 동굴신비관, 동굴탐험관, 엑스포브리지, 세계동굴관, 동굴생태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처럼 삼척시는 민관(民官)이 힘을 합쳐 관광산업 중흥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관광상품 개발의 우선순위가 잘못돼 있다는 점.

해신당이 있는 신남리를 예로 들어보자. 이곳을 찾은 외지인들은 21세기에도 해신제를 올리는 갯마을에서 고향 같은 아늑함을 느껴보고 싶어한다. 또한 해신제에서는 신명나는 전통축제 한마당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신남리는 더 이상 고향처럼 아늑하거나 전통이 살아 숨쉬는 갯마을이 아니다. 마을 앞 해변에는 광장 같은 주차장이 조성됐고, 해신당 주변에는 거대한 남근장승들이 즐비하며, 바닷가 언덕에는 대규모 어촌민속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해마다 두 차례씩 올려지는 해신제에 마을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는 없고 형식적인 제례만 올리는 실정이다. 전통은 퇴색하고 개발의 자취만 뚜렷하다.

몇 해 전 함께 삼척을 둘러본 벗에게 “삼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어디였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없이 “준경묘의 소나무숲”이라고 했다. 실제로 준경묘 주변에 곧게 뻗은 소나무를 보고 나면 울진 소광리의 금강송이나 봉화 춘양의 춘양목, 태안 안면도의 안면송조차 눈에 차지 않는다. 적어도 남한에서는 가장 굵고 높고 곧은 소나무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다.

그렇지만 삼척시에서 배포하는 관광홍보물 어디에도 준경묘 소나무에 대한 자랑은 찾아볼 수 없다. 흔하고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다. 철저한 수요자 중심의 관광상품 개발과 홍보, 이것이 전국 제일의 관광명소를 꿈꾸는 삼척의 과제다.



신동아 200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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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여행작가 travelmaker@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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