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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의 땅 아프가니스탄

척박한 환경, 배타적 기질, 보수적 사회

  • 김병호·소설가/공학박사

알라의 땅 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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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프가니스탄에 3년이나 머물면서 여러 차례 초대를 받아 그들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집 밖에서 5~10분씩 기다려야만 했는데, 그동안 주인은 자기 집의 여자들을 외간 남자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숨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어디에서나 대중적인 장소에서 서비스는 남자들의 몫이다.

필자가 아프가니스탄에 머물 때 여자가 유일하게 부르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장소는 카불대학교였다. 부르카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는 칠판에 쓴 글씨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등교와 하교길에는 반드시 부르카로 온 몸을 가렸다. 아프가니스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한번도 남녀학생들이 어울려서 이야기를 하거나 노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없다.

여자 나이 16~18세가 되면 결혼을 하는데, 자유결혼은 안된다. 처녀를 차지할 수 있는 1순위는 사촌들이다. 그들은 재물을 가지고 입찰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양(羊)을 가지고 다툼을 벌인다. 사촌에서 적격자가 없으면 육촌으로, 그래도 없으면 친척 이외의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만 한다. 물론 경쟁자가 많을 때는 신부의 값을 가장 비싸게 쳐주는 남자에게 여자의 운명이 맡겨진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다른 종교를 가진 배우자를 선택할 수가 없다. 오직 기독교도인 외부 세계의 여자만이 아프가니스탄 남자와 맺어질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될 뿐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결혼풍속 가운데서 특이한 것은 여자의 순결을 지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여자는 첫날밤에 자기의 순결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랑에게서 받은 몸값을 되돌려주고 다음날로 버림을 당한다. 이슬람은 율법에 따라 남자가 4명까지 부인을 얻을 수 있는 일부다처제의 결혼풍속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풍속은 마호메트 시절 잦은 전쟁으로 남자의 숫자가 부족했던 데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당시 가장 불쌍한 계층인 고아와 과부를 구제할 목적으로 일부다처제의 풍속을 장려한 것이다. 마호메트도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과부에게 장가들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일부다처제인데도 아프가니스탄 여자들은 화목하게 지낸다. 4명의 처들이 모두 한집에서 기거를 하며 취사, 세탁, 육아 등의 가사를 공동으로 돌보건만 불평 한마디 나오는 법이 없다.



그들의 주식은 양고기. 따라서 양고기를 재료로 하는 요리가 무척 발달해서 50가지도 넘는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양의 뱃속에 온갖 양념을 넣고 통째로 삶은 요리다. 양고기 삶은 국물에는 논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밀가루 빵을 찍어 먹기도 한다.

양파와 양배추 같은 채소가 있지만, 반사막의 척박한 토질 때문에 재배가 어려워서 식물성 음식재료는 빈약하기 이를 데가 없다. 쌀을 먹기는 하지만 우리의 것과는 생김새가 다르고(아프가니스탄의 것은 구형) 또 시궁창 썩는 냄새가 나서, 필자는 먹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다. 반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이 생산된다. 기후가 연중 건조한 까닭에 포도나 살구가 신맛이 적고 달콤하다. 잣도 우리의 것과는 모양새가 달라 방추형으로 생겼지만 참깨처럼 고소하다.

우리나라와 가장 이질적인 아프가니스탄의 사회풍속은 무엇보다 술이 없다는 점이다. 이슬람의 율법에 따라 술을 만들지도 팔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그래서 술집도 또 다른 위락시설도 없는 아프가니스탄은 저녁 5시만 되면 온 국토가 침묵에 잠긴다. 아프가니스탄의 또 다른 금기는 사람의 형상을 새긴 조각, 그림, 마네킹, 장난감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인, 그들은 우리의 누구였을까

이것도 이슬람의 율법에 따른 것인데, 2001년 봄 탈레반이 세계의 이름난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한 것은, 불교의 유산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불상의 얼굴 모습을 용납할 수 없는 그들의 교리에 따른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는 TV나 당구장 같은 위락시설이 전혀 없어 다른 나라에서 온 외부인들은 태고 적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날마다 과연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아갈까.

그들이 모처럼 즐기는 것은 개싸움과 반시새 싸움이다. 개싸움장에 가서 보면 송아지만큼 큰 개가 이빨을 드러내놓고 ‘으르렁’거린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그저 그런 구경거리인데도 그들은 열을 올린다.

아마도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현대문명의 불모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오직 신에 의지하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읽으며 평생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그 결과로 그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강하고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를 형성한 것은 아닐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성격은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 말해주듯 몹시 급하고 원색적이다. 그래서 조그만 일에도 참지 못하고 매사에 고집을 부리며 도전적이고 배타적이다. 필자가 아무리 풍요로운 외부세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어도 종말에 가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이 세상에서 아프가니스탄만큼 사람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딨냐”다.

물이 귀해서 여간해서는 목욕을 하지 않는 구릿빛 얼굴의 사람들이 바위투성이의 힌두쿠시 산자락에 의지해서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아프가니스탄이다.

힌두쿠시 산맥 너머의 반 사막지대는 구소련의 투르케스탄 평원으로 연결된다. 봄철에는 가끔씩 모래바람이 해를 가려서 눈앞 1cm의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가린다. 이때 길을 잃으면 모래에 묻히고 생명은 그것으로 끝이 난다. 모래바람이 그치고 나면 이곳 저곳에 새로운 모래언덕이 생기는데 이곳을 낙타떼들이 지나간다.

밤에는 이 구릉들이 오래 전에 사라진 공룡들의 시체처럼 보인다. 사막의 달이라야 진짜 달이다. 끝이 없는 모래벌판을 비추는 달빛은 밝다 못해 푸른기운마저 돌아 정녕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왜 혹성에서 하필이면 사막을 선택해서 내려왔는가 비로소 이해할 것만 같다.

힌두쿠시 산맥 북쪽에 자리잡은 마자리 이 샤리프, 아프가니스탄 최대의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방이 먼지투성이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집은 외부의 기온을 차단하기 위해서 두껍게 벽을 만드는데, 먼지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 외부로 난 창문은 어느 집이나 다 조그맣다.

마자리 이 샤리프에서 60km쯤 북상하면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사이에 두고 아무다리야강이 흐르고, 그 위에 외부세계와 통하도록 만들어놓은 아프가니스탄 유일의 철도와 인도교가 놓여 있다. 아무다리야강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가장 큰 강. 이 강을 건너면 비로소 테레메즈라는 딴 세상의 도시가 있다. 그곳은 개방된 이슬람 사회라 큰 식당도 있고 댄스홀도 있다.

한국어와의 유사성

또 1936년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 의해서 강제 이주를 당한 우리 동포들의 상당수가 정착해서 살고 있다. 그들은 퇴비를 사용해서(현지 주민들은 퇴비 사용법을 몰랐다) 논농사를 짓고, 생산한 고품질 채소를 팔아서 경제적으로 넉넉해지자 자식들을 모스크바나 타슈켄트로 보내서 고등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 오늘날 학자, 사업가, 관료 등으로 활약하는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그런데 한국사람에게 아프가니스탄이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옛 삼국시대에 동부아시아에서는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과하마(果下馬)가 그들에게도 있고, 또 그들의 말(言語)과 우리말 사이에 아주 밀접한 유사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원시 어휘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언어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게 수사의 정확한 일치인데, 하나를 ‘액’으로, 둘을 ‘두’, 셋은 ‘세’로 거의 유사하다.

옛날 우리 조상들도 하나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처럼 ‘애’라고 불렀다(애벌빨래/첫빨래, 논 애벌매기/첫매기) 등, 그외에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리어(페르시어 계통)와 우리말이 일치하는 원시어휘는 흰이 ‘하이윤’, 파란이 ‘파’, 바람이 ‘바라’, 불다 ‘부’, 바다가 ‘바르’, 내가 ‘나하르’ 등 셀 수 없이 많다.

필자가 20년 동안 우리말의 기원을 찾기 위해서 세계의 현장을 돌아다녔는데 우리 것과 일치하는 원시어휘가 가장 많은 것은 뜻밖에도 아프가니스탄의 다리어였다.

신동아 200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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