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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시아 | 홍콩

흔들리는 금융메카 무너지는 중소기업

  • 홍덕화 < 연합뉴스 홍콩특파원 >

흔들리는 금융메카 무너지는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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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문가들과 입법회 의원 일부 등 폐지론자들은 홍콩달러의 절하폭이 교역 경쟁국들에 비해 작은 점을 지적하면서 수출과 관광 진흥을 위해 통화제도를 자유변동 환율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983년 이후 홍콩달러를 미 달러당 7.8홍콩달러에 묶어두고 있는 홍콩에서는 아르헨티나의 국가 부도 사태가 빚어지면서 ‘페그 폐지’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으며 최근 들어 폐지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홍콩 금융계와 학계에서는 미 달러화에 고정된 아르헨티나의 통화(페소)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 홍콩달러에 대한 파급효과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여왔으며 언론들은 당시 홍콩달러화의 선물 환율이 내외 금리차 이상으로 인상되자 이를 페소화 하락에 대한 홍콩 금융시장의 불안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금융관리국(중앙은행격)의 얌치콩 총재나 앤터니 렁 재정사장, 둥젠화 행정장관 등 통화정책 결정에 간여할 수 있는 3인 모두 ‘페그제 절대 고수’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렁 재정사장은 금융가에 나도는 ‘페그제 폐지설’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밝히고 15조 미 달러로 추정되는 미국 기관투자 자금 등 단기자금 이동의 위험성이 상존하는데다 감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페그제 고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홍콩 언론들은 페소화에 이어 홍콩달러 역시 달러에 대한 페그제가 붕괴된다면 수개월 내 홍콩달러의 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페소화의 페그제 붕괴로 홍콩달러가 지구상의 유일한 달러 페그 통화가 될 경우 홍콩금융당국이 폐그제 고수 공약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의 경쟁적인 통화 절하 움직임을 이유로 페그제를 깨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홍콩과 아르헨티나간의 통화 사정이 경제적 기초(펀더멘털)나 투자 환경 등에서 큰 차이가 나며 홍콩의 경우 디플레 상황도 완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홍콩달러의 동반 약세설을 일축하고 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지급불능) 상황에 이어 페그제를 폐지하더라도 홍콩달러의 페그 시스템 유지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일본 엔화가 지속적으로 폭락하는 것 역시 홍콩통화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엔화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의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신임 재무상이 지난해 4월 임명된 직후 속락 장세의 엔화를 “달러당 140엔까지 용인하겠다”고 호언한 지 7개월 여 만에 달러당 133엔(2002년 1월10일 현재)까지 폭락, 조만간 140엔대까지 미끄러질 전망이다.

류밍캉 중국은행장 등 중국의 금융계 인사들은 중앙은행격인 인민은행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달러당 130엔을 인민폐 안정의 ‘마지노선’이라며 엔화 속락 가능성에 수차례 경고한 바 있어 홍콩 통화당국은 엔화의 향후 속락 지속 여부에 따라 인민폐 환율 변동 가능성까지 염려해야 할 처지다. 달러당 8.28위안을 유지하면서 상하 3%만의 변동만을 허용, 사실상 고정 환율제로 운용되는 위안화가 대폭 절하되면 홍콩의 페그 시스템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한 금융전문가는 페그제가 중국이 위안화를 변동환율제로 전환할 준비를 갖출 때까지 약 10년간은 유지돼야 한다며 ‘필요악’ 주장을 펼치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게일 포슬러(Gail Fosler) 수석 경제연구원은 중국이 위안화 변동폭 확대 전략 추진을 결심하기 이전에는 홍콩의 페그제가 ‘필요악’이라고 규정한 뒤 “여전히 유아기 단계인 중국의 채권시장이 크게 발전하기 전엔 위안화를 시장 기능에 맡기기 어렵다”고 페그제 폐지 불가론을 제기했다.

포슬러 연구원은 “아직 위안화의 완전 태환 여건도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채권시장 발전이 요원하다고 내다본 뒤 “그러나 중국이 채권시장의 기능 활성화 없이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로 자칫 전세계적인 통화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경제는 올해도 회생의 돌파구로 삼을 만한 이렇다 할 호재가 없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9·11 테러 응징 전쟁’을 일단락 지은 데 이어 경기 회복 조짐도 보여 중국의 대미 수출도 점차 호조를 띠게 돼 홍콩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던져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 경제환경이 홍콩에 유리하게 변모하더라도 지난해 적색 경고등으로 얼룩졌던 각종 경제지표의 색깔을 금방 푸른색으로 바꿔놓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00억 홍콩달러에 달한 재정적자 규모를 어떻게 적정 수준으로 줄이고 디플레 압력을 물리치며 지난해 크게 감소한 외국인 투자 유입을 늘릴 것인지 등이 홍콩정부 경제팀의 2002년 경제 운용 핵심 목표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엔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12월14일 현재 홍콩 증시 투자액이 577억 홍콩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4673 홍콩달러)에 비해 8배 정도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장기화 및 엔화 속락 장세에 따른 페그제 고수 여부, 또 지난해 약 90% 폭락한 증시 회생 방안 등도 정부 경제팀의 주요 당면 과제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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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화 < 연합뉴스 홍콩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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