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직격인터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증권인생 24년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증권인생 24년

2/14
박회장의 고향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이다. 1988년 광주시에 편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평동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농사꾼이었다. 혼례식 날, 이웃사람의 양복과 구두를 빌려야 했을 만큼 가난했던 아버지는 박회장이 태어날 즈음에는 제법 큰 농사를 짓는 중농이 되어 있었다.

-고향이 평동이군요. 그런데 왜 주변사람들은 송정리(현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로 알고 있을까요.

“학교를 거기서 다녔기 때문일 겁니다. 부모님은 저를 평동국민학교가 아닌 송정리 학교로 보내셨어요. 조금이나마 규모가 큰 학교에 보내고 싶으셨던 거죠. 송정리에는 광주공항이 있어 같은 시골이라도 좀 더 개화된 분위기였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10리 길이었는데 늘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녔어요. 눈 쌓인 겨울엔 고역이었죠. 그 때 집안 형편이 운동화 한 켤레 못 사 줄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동네 다른 아이들 못 신는 걸 내 아들만 신게 할 순 없다 해서 안 사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송정리 중학교에 진학했다 광주로 전학을 갔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공부하라는 말씀은 안 하셨지만 늘 책읽기를 권하셨지요. 덕분에 독서 습관이 생겼고 글짓기에도 취미를 붙였습니다.”

박회장의 학창시절을 아는 고향 친구들은 그를 ‘수재’로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를 수석 졸업했음은 물론 작문 실력이 뛰어나 큰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박회장 형제들은 대체로 학업성적이 우수했다. 박회장보다 12년 연상인 맏형 태성 씨는 저명한 신경외과 전문의다. 전문의 시험에 수석 합격한 후 미국으로 유학 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워싱턴대 의대 신경외과 종신교수다. 여동생 정선 씨는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 로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명지전문대 유아교육과 교수다. 남편은 오규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오교수는 박회장의 광주제일고(이하 광주일고)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여러 형제 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박회장은, 그러나 광주일고 진학과 더불어 공부와 담을 쌓고 만다. 호남 인재의 집결지라는 광주일고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지만 예기치 못한 불행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부친이 일찍 돌아가셨다고요.

“그렇습니다. 광주일고 합격 통지서를 받던 날이었어요. 건강한 분이셨는데 갑작스레 돌아가셨지요. 굉장히 놀랐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아버님은 정직하고 성실한 분이셨어요. 그런데 그리 허망하게 가시다니요. 사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고 삶의 근본은 무엇인지, 선악은 무엇이며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회의하게 됐습니다. 자연히 공부는 뒷전이었죠. 삶 자체가 의심스러운데 공부 열심히 해 좋은 대학 들어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한마디로 아주 ‘진한’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지금도 제 뇌리에는 고등학교 시절이 깊이 각인돼 있어요.”

-성적은 어땠습니까.

“그 때 우리 학년 학생 수가 760명 정도였습니다. 그 중 60명은 운동선수였으니 입시 준비생은 700명쯤이었다고 봐야겠지요. 그 중 698등으로 졸업했습니다. 거의 꼴등이었죠.

고 3 끝 무렵이 돼서야 공부 안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절 불러 놓고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공부 안 해도 좋다, 바르게만 살아라, 대학 가기 힘들면 고향에서 농사짓자.” 그런데 그 말씀을 하시면서 우시는 겁니다. 어머니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제가 딴 생각에 빠져 사는 걸 알면서도 끝내 공부하란 말씀 한번 안 하셨던 분입니다. 그렇게 강인하고 말을 아끼시는 분이 자식 앞에서 눈물을 보이다니, 그만 가슴이 무너졌지요.”

2/14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목록 닫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증권인생 24년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