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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학벌이냐, 실력이냐

선발투수 강준만, 중간계투 한완상, 마무리는 시민운동

안티학벌을 외치는 사람들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선발투수 강준만, 중간계투 한완상, 마무리는 시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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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일 오후 4시 서울 을지로 2가 ‘학벌 없는 사회만들기(‘학사만’·http://www.goodbyehakbul.org)’ 사무실에서는 ‘학벌타파 시민연대 준비모임(시민연대)’ 2차회의가 열렸다. 시민연대는 한 전부총리의 ‘학력란 폐지’ 발언 직후 ‘학사만’을 중심으로 전교조 참교육전국학부모회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 등이 참여해 만든 연대기구다.

회의 주제는 2월20일쯤으로 예정된 공개토론회 준비였다. 발제자와 토론자를 잠정 결정한 뒤 참석자들은 학벌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털어놓았다. 한 전부총리의 발언을 바라보는 각도는 조금씩 엇갈렸다. 정영섭(건국대 교수) 학사만 대표가 “한 전부총리는 학벌타파 운동의 원인제공자이며, ‘공직에서 물러나면 학벌타파 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하자, 김동훈(국민대 교수) 학사만 사무처장은 “한 전부총리를 학벌타파 운동과 관련해서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직접 접촉해서 고문으로 영입하는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만중 전교조 정책교섭국장은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이것은 전교조가 학벌문제를 전교조의 정체성을 흔들 수도 있는 사안으로 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학력란 폐지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공교육 정상화의 틀에서 학교 현장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지금 중·고등학교에서는 입시교육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학력고사 횟수가 늘어나고, 학력성취도 평가가 전국 단위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요. 이렇게 학력을 중시하는 정책들이 양산되면 전교조가 표방해온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구하자’는 이념은 뿌리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토론은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계속됐다. 참석자들은 학벌타파 문제에 동의하면서도, 교육현안에 대한 시각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평준화 문제를 놓고 정대표와 이공훈 운영위원(흥사단교육실천위원회 기획실장)이 논쟁을 벌였다.



“원칙적으로 평준화에 반대합니다. 교육은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지 국가가 간섭할 일이 아닙니다. 경쟁을 통해 대학서열이 정해져야 하듯이, 고등학교도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로 나누어지는 게 당연합니다.”(정영섭)

“평준화는 현 시점에서 최선입니다. 저는 초·중·고 사립학교를 국가가 사들여서 모두 공립으로 만든 다음, 의무교육을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고등학교를 지금의 초등학교 수준으로 평준화하자는 거죠.”(이공훈)

교육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교원성과급과 교수연봉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시장이냐, 국가냐. 교육문제를 풀어갈 주체를 놓고 참석자들은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교원성과급은 교육현장의 제약과 평가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하지만 교수연봉제는 찬성합니다. 교수는 교육자라기보다 전문가이기 때문에 능력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받는 게 당연해요. 제 주변을 봐도 무능한 교수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대학에 계속 머무는 한 대학의 경쟁력은 올라갈 수 없다고 봐요.”(김동훈)

“시장의 기능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교육정책들이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잖아요. 그래서 학생들만 죽어나고…. 그 결과 우리 교육이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습니까? 날이 갈수록 공교육은 황폐해지고 사교육은 팽창하고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 이러한 흐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시장이 아니라 국가라고 봅니다.”(한만중)

학사만은 학사모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던 김동훈 교수를 비롯해 정영섭 교수 이공훈 실장 등이 2001년 4월 독립해서 만든 조직이다. ‘학벌타파 운동을 벌이는 마당에 힘을 합치지는 못할망정 분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학사만 사람들은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컸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자가 보기에도 학사모와 학사만의 교육관은 달랐다. 학사모가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교육의 공적기능 회복에 중점을 두는 반면, 학사만은 시장기능의 강화를 주장했다. 다소 거칠게 양쪽의 노선을 비교한다면 학사모가 독일식 사회민주주의적 모델에 가깝고, 학사만은 미국식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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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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