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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맹국 없이도 전쟁치른다

‘악의 축’ 이후 한반도 독해법

  • 이춘근 < 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 choonkunlee@hotmail.com

미국은 동맹국 없이도 전쟁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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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파괴된 무역센터에서 발견되었다는 찢어진 성조기를 들고 나온 미국인들을 통해 일면 유치하지만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단결력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테러 세력을 향한 미국인들의 전쟁 의지가 얼마나 단호한 것인가를 읽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국민들은 ‘대화’와 ‘전쟁’은 완전히 구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화’는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고, ‘대화’를 통해 국제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도 오로지 대화로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 및 전쟁의 역사는 국가간의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잘 말해주고 있다.

국제문제가 전쟁까지 가지 않고 대화 혹은 외교로 해결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대부분은 군사력의 협박으로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에서 한편이 전쟁을 택하기보다는 굴복함으로써 이루어졌던 것이다.

클린턴은 북한의 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한 데 반해 부시는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클린턴 역시 무력 공격 태세를 완비하고, 작전개시 명령을 내리기 직전의 상태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남긴 국제정치의 금언 “군비 없는 외교는, 악기 없는 음악과 같다”의 의미가 지금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정확히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미국을 공격한 테러 세력들이 먼저 전쟁을 걸어온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제 되받아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9·11 이후 야기되고 있는 국제정치의 변화는 전통적인 전쟁과 평화 및 국제정치의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국제정치의 역사는 대부분의 강대국들이 현상에 만족하고 있는 현상유지의 시대와, 그들 중 일부가 현상에 불만을 품고 그 현상을 타파하려는 혁명적 시대 두 가지로 나뉜다. 물론 강대국들이 현상을 타파하려는 시대는 불안과 긴장, 그리고 전쟁의 상황이다.

힘이 급속히 팽창하는 후발 강대국들이 걸맞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의 챔피언(패권국)에게 도전했던 것이 대전쟁이 일어난 주요 원인이었다. 챔피언에 해당하는 강대국 및 그 동맹국들이 도전국의 공격을 되받아침으로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세계대전은 국제분쟁을 해결하고 새로운 국제체제를 창조하는 또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했던 것이다.

지금 미국은 역사상 유례없는 초강대국으로서 현상에 만족해야 하는 국제적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 현상을 타파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이한 처지에 놓였다. 지금 미국이 치르고 있으며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전쟁은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전쟁은 물론이고, 한국전쟁·월남전쟁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 이전의 전쟁들은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벌이는 전쟁은 국가와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고 테러조직과 싸우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어떤 경우 전쟁에 이겼다고 말해야 될지 알 수 없는 그런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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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 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 choonkun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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