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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시론

경선폭풍 한국정치 대변혁의 전주곡

  • 조기숙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학박사 > choks@ewha.ac.kr

경선폭풍 한국정치 대변혁의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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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대한 욕구가 이미 존재했다고 가정하면 민주화 직후인 1988년 총선에서 지역정당이 탄생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정당재편성 이론을 사용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정당은 그 시점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재편(realignment)’된다. 쟁점이 된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정당은 안정된 지지를 확보하며, 정당체제는 안정된 ‘연합(alignment)’을 지속한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나타났는데도 기존의 정당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권자는 기존 정당으로부터 이탈하고 기권이 늘어나며 정당은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이를 ‘정당해체’라고 부른다. 이 이론을 사용하여 우리의 정당발전 과정을 살펴보자.

우리는 3대 총선부터 안보와 체제안정을 지향하는 여당과 견제를 지향하는 야당으로 이뤄진 정당체제를 형성했다. 그후 쟁점은 성장과 분배 혹은 독재와 민주로 내용이 약간 변화했지만, 여야의 균열구도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러한 민주와 반민주의 정당연합 균열구도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 선거는 1984년 12대 총선이다.

12대 총선에선 예상을 뒤업고 양김씨가 주도한 신생정당(신민당)이 국민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선거의 결과는 1987년 민주화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1987년 개헌으로 어느 정도 민주화를 성취했다는 만족감은 민주 대 반민주의 균열을 급속도로 약화시킴으로써 1988년 총선에서 지역정당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정당이 탄생하게 된 것은 ‘지역’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함으로써 정당간의 새로운 균열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주의는 전근대적 투표행태이므로 민주화 이후 우리의 정치가 후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의 인사 및 분배정책에서 지역적 차별이 존재했기 때문에 지역이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단일민족으로 언어나 인종적 분파가 없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하여 이념이 제약을 받는 가운데 이념을 중심으로 정당의 재편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연히 대선후보들이 지역적 정당을 창당하다보니 지역에 의한 정당재편성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지역이 모든 유권자에게 매력적인 쟁점이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당시의 대학생과 넥타이부대는 현재 30~40대 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정당 구조에 불만을 품고 기권으로 저항을 표시해왔다. 그 결과 1987년 이후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총선에서는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기권과 정치불신의 증가,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부동층의 증가는 정당해체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는 역으로 새로운 쟁점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준비가 되어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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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학박사 > choks@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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