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호

김대중 대통령, 당뇨·고혈압·고관절염이 문제다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j@donga.com

    입력2004-09-03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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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이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입원한지 엿새만인 4월14일 오후 퇴원했다. 이날 청와대 박선숙 대변인은 “김대통령의 건강은 좋은 상태이며, 위장기능 장애 증상도 일식적인 현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또 박대변인은 “김대통령은 입원중 혈액, X레이, 초음파 등 몇가지 검사를 받았으며 검사 결과 특이 사항은 없었다”며 “이제부터는 과로를 피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향후 일정에 상당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건강은 바로 나라의 건강이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다. 세계 각국에서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생기면 국가 현안이 되고, 언론의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의 안보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신체적 위기에 들어서면 국가는 일급 위기 상황에 빠진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피격당하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당시 피격 현장 필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호원들이 대통령을 덥쳐서 응급차로 옮길 때, 곁에서 007가방을 들고 대통령을 유심히 살피는 여성을 볼 수 있다.

    이 여성은 군장성으로 레이건이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것은 바로 타코타 지하사령부의 핵기지로 연락하는 핵버튼 가방이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미국의 국가 시스템은 면밀히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레이건 대통령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을 때, 백악관은 극심한 권력투쟁에 들어갔다. 당시 헤이그 국무장관은 자신이 대통령직을 대신하겠다고 나섰고 부통령이 여기에 크게 반발했다. 헤이그 국무장관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곧 회복되었고, 헤이그 장관은 망신만 당하고 혼란은 막을 내렸다.

    다행히 김대중 대통령은 별 탈 없이 퇴원해서 정상 업무에 복귀했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국가 시스템도 대통령의 입원에 따라 비상 체제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과연 청와대 발표대로 김대통령이 단순한 과로와 위장기능 장애로 입원했고, 모든 것이 잘 회복되어서 앞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일까?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업무도중 과로 등을 이유로 입원한 사례는 거의 없다. 평소 최고의 의료진이 건강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원치료까지 해야 할 상황이라면 ‘공식발표’처럼 단순한 휴식 차원은 아닐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한마디로 김대통령의 건강상태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구체적인 병명은 가장 취재하기 힘든 영역이다. 그 자체가 국가의 1급 기밀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자료와 몇가지 고려 사안들을 확인해보면 대통령의 건강이 청와대 발표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대통령의 질환은 크게 외과질환과 내과질환으로 추정된다. 이중 외과 질환인 왼쪽 다리 고관절염은 이미 확인된 사안이다. 고관절염은 대선 직전인 1997년 12월1일 당시 새정치국민회의가 김대중후보의 건강진단서를 공개할 때 알려졌던 병이다. 당시 진단서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왼쪽 다리 고관절(골반과 대퇴부를 연결하는 부분) 손상으로 발을 안으로 모으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주치의인 허갑범 교수도 월간조선 2002년 3월호에서 왼쪽다리 고관절염을 인정한 바 있다.

    3월31일 대통령이 왼쪽다리를 다쳤다는 것은 이 고관절 이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통령의 왼쪽다리 이상을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다 왼쪽 허벅지를 삐끗해 근육통이 생겼고, X레이 촬영 결과 뼈에 이상은 없으며 근육이 놀라 뭉친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 박선숙 대변인은 왼쪽다리를 다친 다음날인 4월1일 대통령이 당분간 걷는 것을 삼가기로 했고, 행사장 이동시 휠체어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대통령은 실제로 4월1일 청와대 본관에서 있었던 쑨자정(孫家正) 중국 문화부장과의 접견, 공정거래위 업무보고, 박승 한국은행 신임총재 임명장 수여 행사에서 휠체어와 함께 지난 2년간 쓰지 않았던 지팡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1일 이후 김대통령의 컨디션은 매우 좋지 않았는데도 청와대는 증세가 좋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이 허벅지 염좌를 입었다고 발표된 3월31일부터 입원하던 날인 4월9일까지 언론보도를 보면 청와대는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입원하기 전날인 4월8일자 연합뉴스 보도다.

    ‘왼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불편을 겪어온 김대중 대통령이 증세가 호전되어 4월8일부터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박대변인은 김대통령의 상태가 매우 좋아졌다며 오늘부터는 이동할 때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고 지팡이만 짚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토요일인 4월6일에는 수영장에서 걷기 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4월9일 밤부터 김대통령이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입원해서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의 대퇴부 염좌(허벅지 근육통)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대퇴부 염좌를 치료하기 위해 먹은 소염 진통제 때문에 위장 장애가 왔다는 것이다. 이 약 때문에 김대통령은 4월7일 이후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고 과로가 겹쳤다는 것이다. 다음은 대통령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던 4월11일 오후, 허갑범 주치의가 전화 통화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워낙 과로해서 입원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 중 기능성 소화장애가 문제다. 그 외 다른 문제는 별로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 업무량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 늘 과로하기 때문에 업무량을 줄이라고 강력히 건의해 왔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루 7,8명을 만나고 빡빡한 일정 때문에 오버 워크를 했다. 이 정도는 고령이 아닌 정상인에게도 무리다. 78세의 나이로는 상당히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입원할 무렵에는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 그래서 입원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4월7일부터 9일까지 잠을 한 숨도 못자고 밥을 한 끼도 못먹었다. 잦은 만찬도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입원실에 들어가면서도 국민의 시선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걱정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는 입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의무진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입원하길 건의했다.

    입원한 김에 많이 쉬라고 했다. 일요일 오후에 퇴원하는데, 청와대 입장은 휴가용 입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의사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하는 이야긴데, 대통령이 잘하려고 하는 일을 언론이 너무 질타하는 것 아닌가. 곁에서 보기에 딱할 정도다. 대통령 아들 문제가 걸려 있고 경선 문제도 걸려 있고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의사로서 하는 말인데, 이번 염증은 삐끗한 정도가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가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다리에 힘이 빠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고관절 장애와는 관계없다.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이다. 왼쪽 다리는 좀 많이 걸으면 통증이 오는 그런 정도다. 내 생각에는, 외국에 나가서도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이 국내에서는 심적인 부담을 너무 많이 느끼는 것같다. 입원한 이후에는 피로도 많이 가셨고, 기분도 좋아졌다. 본인 모습을 TV에 드러내놓고 싶어해서 의사들이 신문과 TV를 보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허갑범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대통령이 단순히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왼쪽다리를 삐끗한 것이 아니라, 화장실에 가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졌고, 진작부터 다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청와대의 공식발표와 다르다. 청와대는 단순히 삐끗해서 근육이 놀란 것으로 설명했다. 사실 대통령의 왼쪽 다리 이상은 1971년 대선 당시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으로 얻은 병으로 30년 이상이나 계속된 지병이다. 이것이 고관절염으로 발전한 것이다.

    정형외과 국내 최고전문가인 가천의대 동인천 길병원 이수찬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의 왼쪽다리 이상은 단순한 대퇴부 염좌가 아니라, 고관절염(외상성 관절염:외상으로 인한 관절염)인 것 같다. 대통령은 수십년 동안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이렇게 장기간 한쪽 다리를 쓰지 않으면, 쓰지 않는 다리의 근육과 뼈가 약화된다. 다리를 절면서 한쪽 다리에 힘을 주지 않아도 이는 마찬가지다. 직접 X레이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대통령의 아픈 다리 근육과 뼈는 매우 약해지고 가늘어졌을 것이다. 문턱을 지나가다가 넘어질 정도라면 근육이 매우 약화된 것 같다. 그 정도라면 통증이 왔을 것이고, 그래서 소염 진통제를 썼을 것이다. 고관절염은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악화된다.

    소염진통제는 관절염을 비롯한 여러 가지 만성·급성 질환의 통증을 완화하고 염증을 이기기 위하여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이런 소염진통제는 효과가 좋은 대신 위장관, 간, 신장, 피부 등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중 위장관에 대한 부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고령자에게 위장관 부작용은 곧바로 영양섭취 부진과 연결되어 급작스런 건강 쇠약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바이옥스(vioxx)와 세레브렉스(cerebrex)라는 위장관 부작용이 적은 약이 새로 개발되어 있다. 값이 매우 비싸지만 위궤양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약을 처방한다. 김대통령에게 이 신약을 투약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이 약을 처방했는데도 위장 장애가 왔다면 위장이 매우 약화된 상황으로 보아야 한다”

    이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의 관점으로 대통령이 지금도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당장이라도 수술(대퇴관절치환술:왼쪽 대퇴부 관절을 떼내고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1997년 당선 직후 다리 수술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 의료진은 당선 직후 김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김홍일 의원 등 대통령 일가를 일괄 건강 검진했고, 그 결과 대통령의 왼쪽 다리 이상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정 공백도 있고, 고령인 탓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수찬 원장 의견에 따르면 김대통령의 고관절염은 약을 먹는다고 낫는 병이 아니다. 완치하려면 인공 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고령의 김대통령이 이 수술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다음은 대통령의 내과질환으로 추정되는 당뇨와 고혈압. 청와대와 주치의인 허갑범 교수가 이 질환을 공식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당뇨와 고혈압을 실제로 앓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1998년 2월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된 허갑범 교수의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 연세대 의대 내과학 교실 소속의 허교수는 내분비내과를 전공, 당뇨병·비만·갑상선 전문의다. 허교수는 대한 당뇨병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한국 성인병예방협회 회장으로 있다. 말하자면 국내 최고의 당뇨병 전문가다. 그는 〈한국인에서의 비전형적 당뇨병에 관한 연구>, ,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는 책도 펴냈다. 청와대에 24시간 상주하며 대통령을 살피는 장석일 의무실장 또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성애병원의 내과과장 출신으로 당뇨병 전문가다.

    기자에게 대통령의 당뇨병력에 관한 설명을 해준 이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출신의 한 전문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울대 의대 교수팀을 청와대 의료진으로 채택한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팀을 청와대 의료진으로 쓰고 있다. 이는 김대통령이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세 번이나 입원 치료한 적이 있고(단식, 성대 혹 제거, 장염 치료로 각각 입원) 그만큼 세브란스 의료진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촌세브란스병원 출신 의사들이 김대통령의 병력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문의는 “대통령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분야 전문의라면 아는 사람은 안다. 1997년 대선 당시 대통령께서 성애병원의 장석일 내과과장(현 청와대 의무실장)에게서 당뇨와 고혈압약을 처방해서 복용했다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통령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세 번 입원한 경력이 있고, 당선 뒤에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알고 있다. 대통령은 육류 등 기름기 많은 음식을 포식하는 식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고지혈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당뇨병과 고혈압 증세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뇨와 고혈압은 완치만 되지 않을 뿐 약물치료와 식사요법, 운동만 꾸준히 하면 얼마든지 수치를 정상인 상태로 유지하며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병이다. 듣기로는 대통령은 대선 당선 뒤 1∼2년 동안은 당조절도 잘되고 건강 상태가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로서 궁금한 것은 지금 대통령의 당조절이 잘 되고 있느냐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수치와 혈압이 올라간다. 그럴 경우 여러 가지 무서운 합병증이 생긴다. 이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몸의 구석구석에 생기는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병성 합병증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어진다. 급성은 저혈당성 혼수, 케토산 혈증, 고삼투압성 혼수 등인데, 모두 혼수상태에 빠지는 증상으로 의식이 있다면 당분이 함유된 음료수를 마시게 하고, 의식이 없다면 곧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을 경우 위험해진다.

    만성은 당뇨병성 망막증과 신증(腎症), 신경병증으로 이를 당뇨병의 3대 만성 합병증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당뇨병성 망막증은 물체의 상이 맺히는 눈속의 망막이 벗겨지고 출혈이 생겨 시력장애가 오며 심하면 실명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당뇨병을 앓은 지 10∼14년 환자 중 26%, 15년 이상에선 63%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내장도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온다.

    당뇨병성 신증은 10년 이상된 당뇨 환자의 30∼40%에서 발생한다. 처음에는 소변에서 단백이 검출되다 차츰 병이 진행되면서 콩팥 기능이 떨어져 몸이 붓고 혈압이 오르게 된다.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되면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한다.

    다음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다. 말초신경, 자율신경 등 몸의 모든 신경에 장애가 생긴다. 저리고 아프고 감각을 못 느끼기도 한다. 위와 장의 자율신경에 장애가 오면 구토, 변비, 설사 증세를 보인다. 방광이나 직장의 자율신경 장애는 소변과 대변을 잘 못 가리는 요실금과 변실금 등을 유발한다.

    이외에도 당뇨환자는 발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혈관이 좁아지고 감각이 저하되면서 발에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쉽게 퍼지고 약이 통하지 않는다. 또 발에 변형이 일어나며 심하면 괴사(壞死)가 일어나 썩어 들어가게 된다.

    당뇨병 환자의 60∼70% 이상은 동맥경화증으로 사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당 조절 뿐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을 치료해야 하며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당뇨는 이처럼 무서운 병이지만 평소에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이 관리의 세 축이 ▲식사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이다. 스트레스 관리와 적당한 휴식도 필요하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당뇨병력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실천하고 있는 건강 지침들은 모두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 요법에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다. 다음은 허갑범 주치의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저는 대통령을 뵐 때마다 식사량을 좀 줄이십시오, 업무량을 줄이시고 잘 주무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재임 2년이 되면서 대통령은 철저히 식사량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영양식을 하면서 모든 음식을 균형있게, 적게 드시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셨어요. 그후 체중도 줄고 배 둘레도 줄었어요. 전에는 배 둘레가 많이 나갔는데 지금은 홀쭉합니다. 요즘 성인병은 비만보다는 뱃살, 다시 말해 허리 둘레를 중시합니다’

    허주치의가 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당뇨와 고혈압 환자에 대한 전형적인 식사 치료 요법이다. 김대통령은 식사요법 이외에도 이희호 여사와 함께 실내 수영장에서 왔다갔다 걷기 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김대통령의 건강은 4월14일 퇴원하고 난 이후부터가 문제다. 당뇨·고혈압 환자는 식사와 운동, 약물 요법 등 세가지 치료요법을 적절히 운영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대통령의 당뇨병력이 사실이라면 3월31일부터 악화된 고관절은 이 세가지 치료 사이클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악재로 볼 수 있다.

    3월31일 이전까지는 그런대로 버텼다고 하지만, 3월31일 아침 다리를 다친 이후 대통령은 소염진통제를 계속 복용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던 것 같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고관절(넓적다리뼈와 치골의 바깥쪽 우묵하게 들어간 곳을 연결)은 이곳의 관절을 떼내고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 이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다.

    수술하지 않고 그냥 두면 계속 악화되고, 통증을 버티기 위해서는 진통 소염제를 항상 복용해야 한다. 김대통령의 위장 장애는 잘 먹어야 회복되는데, 진통 소염제를 계속 복용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통증 때문에, 앞으로도 운동을 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3월31일 허벅지를 다친 이후, 꾸준히 계속하던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계속하던 수영을 하지 못한다면 혈당과 혈압을 관리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고관절에 따른 통증 때문에 왼쪽 다리 근육을 쓰지 않는다면 다리를 영영 못쓰게 될 가능성도 있다. 고령자의 경우 근육이 한번 쇠퇴하면 거의 재생되지 않는다. 실제로 고령자는 폐렴이라도 나서 침대에 일주일 정도 누웠다가 나오면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지속적으로 휠체어를 타게 되면 영영 못걷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의료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과거처럼 수영장에서 걷기운동을 하는 장면이 신문이나 TV에 나올지를 잘 지켜보라는 말도 하고 있다. 업무에 복귀한 김대통령에게는 앞으로 운동의 지속 여부가 결정적 관건이라는 얘기다.

    현재 김대중 대통령을 돌보기 위해 청와대는 주치의 허갑범 박사 밑에 각 과별로 자문의사단 4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문의사단은 상주하지 않고 출퇴근하며 그때 그때 자문에 응한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에는 주치의 고창순 박사가 청와대에 상주하며 매일 아침 김영삼 대통령과 조깅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경호실 산하에 의무실장 제도를 신설했다. 그 의무실장이 성애병원 내과과장이던 장석일 박사다. 장석일 의무실장은 청와대에 상주하며 대통령을 계속 돌보고 있다. 허갑범 주치의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건강 악화는 이래저래 국가 운명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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