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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과서’ 넘고 ‘월드컵’ 거쳐 ‘02년 신체제’로”

최상용 전주일대사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교과서’ 넘고 ‘월드컵’ 거쳐 ‘02년 신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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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게 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겠지요.

“그럴 겁니다. 일본 정부도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결의가 대단하니까요. 1998년 10월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내각총리대신과 회담을 갖고,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한일 파트너십 선언은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일 파트너십도 한국어를 대입과목을 채택하게 한 요인일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1998년 10월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깁니까.

“그럼요. ‘98년 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 한국과 일본이 수교한 것이 1965년입니다. 일본 학계에서는 한일 국교정상화부터 1997년까지의 한일관계를 ‘65년 체제’라 하고, 한일 파트너십 선언 이후로는 ‘98년 체제’로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일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일본에서는 왜 역사 교과서 왜곡이 일어납니까. 최근에는 고등학교 검인정 교과서인 ‘최신일본사’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또 다시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최교수께서 대사로 근무하실 때는 중학교 검인정 교과서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의 왜곡 파문이 적지 않았지요.



“저는 700일간 주일대사로 근무하며 100여 차례 공개강연회를 가졌습니다. 대개 일본의 자치단체와 지역 언론사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강연회에 초청받았는데, 그때마다 역사문제를 거론했습니다. 한일 파트너십 선언 제10항에는 한일공동 역사연구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과 호소카와(細川護熙) 총리가 만났을 때도 양국은 역사 인식을 공유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런 요지로 연설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기로 한 역사 인식이 무엇이냐? 나는 역사인식을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역사 인식은 두 가지 지적(知的) 작용의 결합으로 보는데, 첫째는 역사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고, 둘째는 확인된 역사적인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중에서 나는 첫째 ‘역사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역사학자인 랑케(Ranke)도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신이다(A historical fact is a God)’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둘째, 역사 해석은 확인된 사실(史實)을 토대로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너무 자의적으로 이뤄져 백인백색(百人百色)의 해석이 난무해서는 안된다. 역사 해석은 유네스코 국제학계의 합의가 인정하는 보편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을 왜곡하고 감춰버리는 것이 바로 자의적인 역사 해석에 해당하는데, 바로 이러한 것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역사는 모래 위에 쓴 글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본 지식인들은 사실과 논리를 갖고 비판하는 것을 귀기울여 듣습니다. 그들도 그들이 행하는 역사 왜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으로 기대합니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새로운 역사 교과서’라는 제목을 붙여 후쇼사(扶桑社)를 통해 출간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문제였습니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의 왜곡 내용은 충분히 고쳐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측은 1999년 일본에 존재하는 신화를 애국주의 차원에서 확대 해석한 ‘국민의 역사’라는 책을 만들었지요. 이 책은 황국사관과 천황주의를 짙게 깔고 있지만, 교과서는 아닙니다. ‘국민의 역사’에서 드러난 사관을 토대로 지난해 출간된 것이 ‘새로운 역사 교과서’란 제목을 붙인 중학교 역사 교과서입니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이미 ‘국민의 역사’를 통해 그들의 사상을 극명히 드러냈기 때문에, 그들이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만든다고 하자 논란이 일었습니다. 일본의 각급 학교 교과서는 국정이 아니라 검인정제인지라, 누구든지 만들어 검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 교과서가 일본에서 교과서로 채택되면 안되지만 우리가 통과를 시켜라, 시키지 말아라 하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합니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가 검정을 신청했을 때 일본 문부성은 137군데를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문부성이 그러한 지시를 내릴 때까지 내정간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는 뒤에서 움직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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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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