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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요리를 잘해야 축구가 산다

신문선 SBS축구해설위원의 버섯생불고기

  •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요리를 잘해야 축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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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선 해설위원의 고향은 지금은 시(市)가 된 경기도 안성 일죽면 고은리. 안성은 쇠고기가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신위원 또래가 그렇듯, 그도 어릴 때 쇠고기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가 1년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은 설날, 생일날, 추석날, 아버지 생신날 등 네 번 뿐이었다. 그것도 고기는 조금 넣어 무와 배추를 넣고 푹 끓인 쇠고기국이었다. 국을 끓여야만 적은 고기로 여러 식구가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니 불고기는 꿈도 꾸지 못했다. 축구선수로 성장한 탓인지 누구보다 배가 빨리 꺼지고 고팠던 그의 어릴 적 소원은 소 불고기를 실컷 먹어보는 것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올 때 고깃집에서 풍기는 그 불고기 냄새는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는 것이다.

불고기에 대한 그의 간절한 소원은 1977년 연세대에 축구선수로 입학하면서 풀렸다. 연세대는 고려대와 매년 9월에 축구·야구·농구·럭비·아이스하키 등 5종목으로 정기전을 치른다. 양교 운동선수는 이 정기전을 위해 7월부터 합숙훈련에 들어가는데, 신위원은 이때에 비로소 쇠고기를 배불리 먹게 된다. 국가대표로 뽑혀 나가는 것보다 정기전에서 라이벌 대학을 누르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양교 선수들은 이 기간에 사력을 다해서 훈련을 한다.

또 양교 선배와 학교 당국은 선수들에게 고기를 무제한 공급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이 기간만큼은 불고기를 아예 커다란 대야에 쌓아놓고 먹는다. 신위원은 양교 정기전을 준비하면서 연대 캠퍼스 안에 있는 청송대와 총장 공관에서 교수님, 선배님과 둘러앉아 배가 터지도록 먹던 불고기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에게 불고기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배고픔이 묻어있는 음식이다.

사실 스포츠와 요리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운동선수가 에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인 음식 섭취와 배설, 충분한 수면,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중에서 요리가 가장 큰 변수다. 운동선수는 무엇보다 잘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축구선수 생활을 했던 신위원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축구 해설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몸의 모든 사이클을 그라운드에서 뛰는 현역 축구선수에 맞추고 있다. 축구 해설을 하려면 선수들과 똑같이 90분 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시선이나 생각을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선수들의 동선을 기록하고, 모니터도 보고, 쉴새없이 입을 놀려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경기 전날이나 당일 음식을 잘못 섭취하면 그날 경기 해설을 망칠 수밖에 없다.



축구를 분석하면 그 나라의 민족성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가 축구해설가로서 요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요리를 통해 민족성을 분석하고, 이 민족성을 통해 축구 특성을 따진다. 그는 대표팀 경기 중계를 하러 외국에 나가면 반드시 해당국가의 박물관과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전통요리를 맛본다. 이 세 가지를 섭렵하고 나면 그 나라의 축구 특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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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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