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호

“이동통신이 ‘수출 한국’ 대명사 될 것”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

  • 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입력2004-09-15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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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택(梁承澤·63) 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2년째를 맞았다. 양장관이 재직한 지난 15개월 동안 정통부는 이동통신산업을 한국 수출의 주역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협력을 위한 대통령 특사 중국 파견, IMT-2000 사업자 선정, 통신시장 구조조정 작업 등 굵직굵직한 현안도 많았다. 양장관을 만나 이동통신 수출 촉진방안, KT 민영화 방안, ‘IT-Korea’ 위상강화 전략, IT전문인력 양성 계획, 중국 및 아시아 IT시장진출 성과와 향후 계획, IMT-2000 사업자 선정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통부, 총수출의 30% 담당

    -장관으로 일한 1년여의 성과를 정리하신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겠습니까.

    “우선 대부분의 통신사업이 흑자로 반전했다는 사실을 들고 싶습니다. 가령 초고속 인터넷사업은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매력적인 사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사업자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에 힘입어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덕분에 접속료 등 통신요금도 큰 폭으로 내려 이용자인 국민에게도 경쟁체제의 성과가 돌아갔어요.

    CDMA 등 이동통신 부문의 수출이 약진을 거듭한 것도 고무적입니다. 정상회담(베트남, 몽골, 중국), 대통령 특사 중국 파견 및 CDMA 로드쇼(베이징, 상하이, 선전, 항저우), IT시장개척단 파견(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브라질, 칠레) 등 1년 간 정부의 외교역량을 결집해 CDMA 세계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말 CDMA를 포함한 이동통신 수출이 2000년 대비 35% 성장한 10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다 광대역 인터넷, 디지털 TV, 소프트웨어, 시스템통합(SI) 부문 등의 수출까지 합치면 정통부가 국가 총수출의 30%를 담당하는 셈입니다. 이는 정통부가 다른 부처의 수출부문을 가져온 게 아니라 자체 개발한 결과물을 수출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출영역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장관은 이밖에도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실질적 기반을 마련한 것, 정통부를 주축으로 14개 부처가 ‘정보격차해소 종합계획’을 마련한 것,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보편적인 서비스로 보급시켜 ITU(국제전기통신연합),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로부터 광대역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국가로 인정받은 것, 비동기식 사업자에 이어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해 2GHz대역의 IMT-2000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지은 것, 경력상담제 등으로 인사행정을 혁신해 인사혁신상(대통령상)을 수상한 것, 우정사업부문에서 사람을 줄이는 대신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더 큰 의미’의 구조조정을 이뤄낸 것 등도 의미 있는 성과로 들었다.

    -그동안 정통부의 큰 숙제였던 KT(한국통신) 민영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일 듯합니다. KT는 어떤 모습으로 거듭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현재와 같은 전문경영인체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장이 뽑는 이사가 아닌, 주주대표가 뽑는 이사들이 사장과 계약하고, 사장을 평가하고, 사장을 해고하는 것까지 가능한 경영체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기아자동차 사태와 같은 불행을 막을 수 있어요.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면 특정기업이 KT를 지배하게 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정기업이나 특정인이 KT의 정관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지분참여를 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해요. 특정기업이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이론적으로야 가능하겠지만, 주식을 공모하면 많은 이들이 참여해 결국 골고루 분배될 것으로 봅니다. KT는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20조원짜리 기업입니다. 이런 회사가 특정기업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는 건 국민정서에도 반하는 일이죠.”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통합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문제가 아직 깨끗이 정리되지 않은 점 등이 개운치 않습니다. 계속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정보통신부는 올해를 ‘글로벌 리더 e-korea 건설’의 첫해로 정하고 한국을 세계 속의 IT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역량을 집중키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할 계획입니까.

    “먼저, 언제 어디서나 지식과 정보를 막힘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의 유무선 통합환경을 만들고,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11개 핵심 과제를 올해 안에 마무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기반을 구축해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반도체, CDMA에 이은 새로운 성장산업인 광대역 인터넷, 시스템통합, 디지털 TV 부문 등을 적극 육성, 올해 수출 510억달러, 무역흑자 15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중국 인도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IT 신흥국가와의 정부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 시장개척단 및 기술·정책자문단 파견, 로드쇼 개최 등을 통해 우리의 정보화 경험과 기술을 이전함과 동시에 합작사업을 발굴하려 합니다.

    IT분야 중소기업의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IT인력 초청연수,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또한 월드컵 대회 기간에 아시아 20여 개국 정보통신 장관이 참여하는 아시아 IT장관회의, 세계 이동통신 운영사업자 포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광대역 워크숍 등 다양한 IT분야 국제회의를 열어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 및 산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우리의 IT 대표상품 브랜드를 ‘IT코리아’라는 국가 이미지와 결합해 홍보하면 한국 IT산업의 대외 인지도가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정통부는 2005년까지 러시아와 서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까지 연결하는 ‘CDMA 실크로드’를 건설해 이동통신 수출규모를 350억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중국이 CDMA 방식을 채택하자 이에 자극 받은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CDMA를 표준으로 채택, 본격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는 한국 IT기술 전반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전자정부 시스템 및 시스템통합산업의 진출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장관은 “지난 4월과 5월, CDMA를 채택한 동남아 국가를 방문했을 때 정통부가 주최하는 IT포럼에 수백명의 전문가와 기업인이 모여들고,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 등이 직접 한국의 IT기술정책자문단 파견을 요청하는 것을 보고 우리 IT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이 CDMA 선도국가로 떠오르고 이 분야의 수출이 급증하는 것은 기분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 퀄컴사(社)가 CDMA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보니 내수와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막대한 로열티를 내줘야 하는 게 떨떠름합니다. IT 선진국으로 위상을 높이려면 4세대 이동통신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할 듯한데요.

    “CDMA의 경우 3세대까지는 퀄컴에 원천기술을 의존한 결과 적지않은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습니다. 4세대 이동통신에서는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을 가장 앞선 기술이 개발되고 적용되는 리딩 마켓(先導市場)으로 육성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선 세계 최대시장이자 최근 ITU 등 국제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과 공동으로 4세대 기술을 개발해 세계표준을 만들고자 합니다. 중국은 통신기술 기초이론에 강해 그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1억7000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시장(2005년 가입자는 4억1000만명으로 전망)인 만큼 중국과 함께 기술개발을 추진하면 4세대 이동통신을 상용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정통부는 이미 중국 과기부와 공동연구의향서를 교환하고 4세대 기술 연구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왔으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베이징에 연구소를 설립했고,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우전대학 등 중국 유수의 대학과도 본격적인 4세대 기술 공동연구를 위한 포괄적 연구개발협력약정을 했습니다.

    4세대 이동통신 분야에 있어 우리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무선 인터넷의 핵심기술인 플랫폼에서도 금년 상반기 중에 우수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우리가 중국과 힘을 합치고 여기에 일본까지 가세한다면 아시아가 차세대 이동통신의 표준화를 주도하게 되리라고 자신합니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가입자가 3000만명, 일본은 5000만명이니 한·중·일의 이동통신 인구는 2억5000만명에 이른다. 전세계 이동통신 인구(6억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세 나라가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을 표준화하면 그게 곧 세계표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CDMA산업 협력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압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 중국경제 책임자들과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작년 초 주룽지 총리에게 ‘한국과 중국이 손잡으면 CDMA를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고, 이를 계기로 양국 기업이 함께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고 제의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이동통신을 중국의 핵심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설득했죠.

    주총리는 ‘양국의 시장과 기술이 결합하면 세계 최강의 이동통신산업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의 CDMA 장비 수출에 대한 확신을 줬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차이나유니콤의 CDMA 장비 입찰에서 133만 회선(1억4000만달러 규모)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이보다 훨씬 많은 단말기 및 관련부품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1월에는 차이나유니콤의 CDMA 개통식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우리 기업들이 3세대 장비를 2세대 장비보다 더 저렴하게 발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했습니다. 3세대는 현재 우리만 상용제품을 만들고 있어 경쟁력과 수출잠재력이 매우 큰 분야입니다. 즉시 제품 공급이 가능한 데다 시스템도 안정적이죠.”

    -중국 경제를 이끄는 실세라 할 우방궈(吳邦國) 부총리와도 면담한 것으로 압니다.

    “지난 1월 중국 CDMA개통 기념행사때 우방궈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주요 관료, 그리고 퀄컴 등 외국 기업 CEO들과 함께 했지요. 그 자리에서도 ‘한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가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장비와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전했습니다. 중국에는 이미 CDMA 1500만 회선이 깔려 있어 단말기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봅니다. 세계적으로도 국산 CDMA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이 부문의 수출이 급증할 겁니다.”

    -장관께서는 IT정책 최고책임자로서 전문성과 균형감각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CDMA 상용화를 진두지휘한 주역인데,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CDMA를 너무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더군요.

    “우리나라는 1996년에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했고, 동기식 3세대인 cdma2000-1x와 EV-DO(2.4 Mbps) 상용화에도 성공했습니다. 동기식 3세대 가입자는 우리나라에서만 760만명을 넘어섰고, 미국 일본 베트남 중국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동기식은 아직 미미합니다. 만일 우리가 비동기식에만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면 수조원을 투자하고도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을 겁니다. 동기식과 비동기식 모두 대상으로 균형 있는 기술개발 투자를 했기에 지금과 같은 세계시장 진출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IMT-2000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됐던 동기식이 기술적으로는 더 현실적이라는 게 확인됐다고 봅니다.

    비동기식 제3세대 이동통신(W-CDMA)은 상용화에는 문제가 없지만, 내년에나 서비스가 가능할 듯합니다. 제가 동기식 이동통신, 즉 CDMA 개발책임자로 일한 것 때문에 오해받고 있는 줄은 알지만, 기술 전문가적인 견지에서 말하자면 W-CDMA 서비스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기술개발 지연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는 늦어졌지만, 사업자들은 국내외 기술개발 동향과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2003년 초에는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동기/비동기 양 방식의 균형발전과 기존대역 및 2GHz 대역에서의 IMT-2000 서비스가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서비스 개시 시기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IMT-2000 선정과 관련해 업계에 이런 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선정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세대 구분이나 기술표준 결정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정보통신관련 국제표준은 CDMA 개발그룹과 같은 특정단체의 주장에 따라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각국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ITU에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cdma2000-1x의 경우 2000년 초까지는 잠정적으로 IS-95C라고 불리면서 2.5세대 서비스로 인식됐습니다.

    그러나 2000년 5월 ITU에서 IS-95C를 cdma2000-1x로 명명하고 IMT-2000 동기식 기술표준으로 최종 승인하면서 더 이상 2.5세대가 아닌 3세대 서비스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정부가 2000년 6월과 7월 IMT-2000 정책수립을 위해 마련한 1·2차 공청회 자료에서도 cdma2000-1x를 3세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IMT-2000 기술표준을 결정할 때도 1999년부터 각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2000년 7월 ‘2GHz대역 IMT-2000 사업자 선정 정책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기술표준은 ‘복수표준을 채택하여 업계가 자율로 결정’토록 한다는 것이었죠. ‘복수표준을 채택’한다 함은 3개 사업자 중 동기/비동기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며, ‘업계가 자율로 결정’한다는 것은 통신사업자들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업자들과 장비제조업체들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정부는 선정과정에서 ‘업계자율’이란 기본방침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어요. 다만 동기식과 비동기식의 균형 발전이 우리 이동통신 산업발전에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원칙만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들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곡절이 많았습니다.

    “진통을 겪은 게 사실입니다. 통신사업자와 장비제조업체의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련업계와 협의, 2000년 9월22일부터 10월6일까지 학계·연구계·통신사업자 및 장비제조업체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IMT-2000 기술표준협의회’를 구성, 운영했습니다.

    협의회에서는 다양한 논의를 거쳐 동기/비동기의 병행 발전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0년 10월10일 ‘1 동기식, 1 비동기식, 1 동기식 또는 비동기식’이라는 IMT-2000 기술표준정책을 발표했고, 2000년 10월21일에는 주파수 할당 공고를 했습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IMT-2000 기술표준 결정과정에서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방침을 변경하거나 약속을 저버렸다는 것은 터무니없습니다.”

    -2, 3세대 간의 로밍 의무화가 무리한 조건이라는 반응도 있더군요.

    “2, 3세대 로밍은 정부가 의무화한 것이 아닙니다. 2000년 10월, 비동기식 사업자인 KT ICOM과 SK IMT가 허가신청을 하면서 사업계획서에 ‘서비스 개시시점부터 2, 3세대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스스로 기재했어요. 이는 IMT-2000 사업자 선정의 중요한 정책목표가 ‘중복·과잉투자 최소화 및 이용자 편익 증진’임을 고려할 때 사업자의 2, 3세대 로밍 계획은 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 그대로 이행토록 하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현재 각 사업자들은 당초 계획대로 2, 3세대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앞으로 정부는 세계 기술동향과 시장수요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자들이 2, 3세대 로밍 계획을 변경하겠다고 신청하면 그 시점에서 변경사유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한마디로 ‘CDMA에 대한 편애’ 때문에 로밍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대목에서 양장관은 ‘신동아’ 2001년 10월호에 게재된 ‘CDMA 신화의 그늘’ 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기사는 업계 등의 주장을 인용, “정통부가 CDMA와 부처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논리로 CDMA 편애현상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양장관은 이 기사에 대해 “실체도 없는 고립무원의 CDMA 기술을 우리 정부가 세계적 기술인 양 국민과 업계를 속여온 것처럼 오도해 업계와 정부, 연구기관들의 노력과 성과를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핵심기술은 CDMA를 중심으로 한 이동통신 분야에서 개발됐고, 그 결과 이동통신은 수출주도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또한 수출산업화에 따른 이동통신 산업환경의 혁신은 관련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의 개발을 촉진했고, 그 분야에서 육성된 인력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virtuous cycle)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기사는 국가경제적으로 이렇게 큰 기여를 한 정보통신 분야의 산업육성과정과 그 주역들을 ‘국민경제를 왜곡하는 CDMA 마피아’쯤으로 규정했어요. 특히 ‘존재하지 않는 수출시장을 정치적 음모를 위해 개척했다’고 몰아붙인 것은 반평생을 TDX, CDMA 기술개발과 산업화에 바친 저와 관련 연구원, 업계 종사자, 그리고 정보통신부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는 일입니다.

    또한 1995년 디지털 이동통신서비스와 관련된 표준채택과정에서 뇌물수수가 있었던 것처럼 암시했는데, 만일 상당한 근거가 있다면 당연히 검찰수사나 국정감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런 얘기를 흘린 것은 경솔했다고 봐요.”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CDMA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세계적 이동통신 연구기관인 CDG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50개국, 150개 사업자가 CDMA를 채택하고 있으며 사용인구도 1억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CDMA가 중국시장에서 초기의 어려움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가입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시장인 중국에서 CDMA는 매일 1만명이 넘는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요. 더욱이 우리 기업이 만든 단말기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제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통부와 여당이 ‘IT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CDMA를 지원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대통령이 국민에게 ‘성공한 대통령’으로 각인되길 바랍니다만, 그간 경제와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집행하면서 이를 정치적인 의도로 이용한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 특히 CDMA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 경쟁력의 근간입니다. CDMA 기술을 기반으로 GSM 단말기 제조능력, cdma2000-1x, 무선인터넷 플랫폼 등 관련기술을 발전시켜 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예요.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정치적 의도로만 연결지은 것은 유감입니다. CDMA는 정치적 맥락을 떠나 우리나라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할 것이며, 그런 기술을 얼마나 잘 산업화해서 국부를 증진시킬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 인구가 유럽대륙 전체의 그것보다 많다고 들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인구가 400만명 정도이던 2000년 말, 한 일본 언론은 “다른 나라에서는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TV를 본다”며 놀라워했다죠. 우리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내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새로운 미래정보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중·장기 국가정보화 계획을 수립하려고 합니다. 주요 부문별로 관계부처, 연구기관, 업계 등 전문가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한 뒤 거기에서 이뤄진 논의를 바탕으로 기본 및 세부 계획을 수립, 시행해갈 것입니다.

    이런 계획을 실현하려면 고도화한 초고속 인프라가 있어야 합니다. 광전송장비(WDM)를 대도시 구간에 설치해 기간전송망을 초고속화·대용량화하고, ATM 교환망을 확대 구축해 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전국으로 넓혀가는 것이 그 방안입니다.”

    -통신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먼저 선·후발 사업자 간에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업계의 건전한 발전 및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유도하기 위해 유·무선 접속료 제도,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및 불공정 경쟁행위를 방지하는 제도를 수립,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보유한 KT 주식을 올 6월까지 전부 매각하는 등 민영화를 차질없이 마무리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IMT-2000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어떤 정책적·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비동기식 IMT-2000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비동기식 장비 개발과 애로기술 타개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방안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렴하고 합리적인 요금체계 정립, 사업자 식별번호 부여, 번호이동성제도 도입 등을 추진해 더욱 편리한 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관련 콘텐츠업체에 대한 전용회선 요금감면 등을 통해 무선 인터넷 콘텐츠산업을 활성화하고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데도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콘텐츠산업 등 새로운 산업의 성장기반도 구축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소프트웨어 계약제도를 개선하고 품질인증제를 실시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CMM(Capability Maturity Model) 등 국제적으로 공인된 소프트웨어 사업자 평가기법을 도입해 업체의 품질관리 능력과 경쟁력 향상을 꾀하려 합니다. 또한 2002년 7월에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의 투자를 보호하고 관련산업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보호법’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사업전망이 밝다 싶으면 너도 나도 달려들어 과잉투자, 과잉공급으로 효율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잦았습니다. 자동차가 그랬고 반도체가 그랬죠. IT산업 분야에서는 그런 우려가 없습니까.

    “지금이 바로 그런 과잉투자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시점입니다. 2000년 상반기부터 전세계적으로 IT분야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거품제거현상이 본격화됐어요. 아직도 돈이 안되는 부문에 돈을 쏟아붓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한 예로 지하에 설치하는 이동통신 중계기의 경우 이미 웬만한 지하공간엔 다 설치돼 있어 시장성에 한계가 있는데도 투자가 계속되고 있죠. 국내에서 안되니 중국까지 가서 과당경쟁을 벌이더군요.

    하지만 이런 부문의 비중은 IT시장 전체로 보면 미미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봐요. 과잉투자의 표본인 하나로와 두루넷의 통합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곧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봅니다.”

    -화려하게 부상했던 IT 벤처기업들이 한순간에 무더기로 침몰했습니다. 사업성도 기술력도 없는 벤처기업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옥석(玉石)은 가려져야 하겠죠. 건실한 벤처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방안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절반 가량이 IT를 사업기반으로 합니다. 나머지 절반도 IT가 없으면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실정이죠. 때문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이들을 지원하려 합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소프트웨어 지원센터 및 소프트타운 운영을 활성화하고, 혁신적 벤처기업의 성장인프라를 조성하는 한편, 체계적인 창업교육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또한 유망한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큐베이션 전용펀드도 조성, 운영될 것입니다.

    특히 금년 하반기부터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정책을 적극 개선해나갈 계획입니다. 자금을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투·융자 등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방식을 중심으로 지원하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제도상의 미비점은 조기에 개선하겠습니다.”

    -취업난이 극심한데도 IT 전문인력은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고 합니다. 전문인력 수급대책이 있습니까.

    “2001년 말 현재 3만1000명의 IT 전문인력이 모자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향후 5년간 추가적으로 9만여 명이 부족할 전망입니다.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배출하는 인력의 질적 수준이 기업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질적 수준 불일치 현상(skill mismatch)’이 지속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죠.

    최근 한 조사에서도 정보통신 관련학과 출신 중 절반 정도만 취업을 하고, 그중의 절반 정도만이 관련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와 효율성 증대라는 측면에서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정통부는 IT 인력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2555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우선 산업계 IT 전문가를 교수요원으로 활용해 대학 커리큘럼을 산업체 위주로 개편하고, 대학생 인턴십을 도입해 현장지향 교육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대학과 IT업체를 연결함으로써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학교에서부터 육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죠. 즉, 지금까지의 공급자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기업이라는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기에 양성, 곧바로 생산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는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캐나다의 우수 IT 교육기관인 워털루대학이 교과과정을 만들 때 직접 참여할 뿐 아니라 강좌를 맡기도 하고, 학생들의 성과와 특기를 평가해 적합한 자리에 채용합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산(産)·학(學)·연(硏) 연계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대학 등 연구기관에 IT분야의 산·학·연 연계과정 설치를 장려할 계획입니다.

    또한 전국 30개 대학의 IT연구센터를 고무해 프로젝트 수행능력이 있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데 130억원을 투자하고, 해외유학·연수기회를 확대하며, 해외 IT 전문가를 교수요원으로 초빙할 생각입니다.”

    양승택 장관은 “최근 한국 IT산업의 위상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해외에 나가보면 이를 확연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것. OECD는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IT분야에서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벤치마킹의 대상이 없는 나라”라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일본의 제3세대 이동통신 경쟁이 세계 이동통신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양장관에게 5월말 중국의 경제부처 장·차관 및 국장급 고위 공직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IT산업 육성 경험과 전자정부 구축방안’에 대해 특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도 5월말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할 때 정통부 장관으로부터 한국의 정보화 경험과 정보통신 산업정책에 대해 듣고 싶다고 청해 왔다. 한 나라의 정상이 외국 방문길에 특정 부처의 장관을 따로 만나 특정 분야에 대해 설명을 듣겠다고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제 IT 전시회에 가보면 우리나라 기업관에 유독 관객이 구름처럼 모여듭니다. 우리 기업과 연구소가 개최하는 IT기술 포럼은 세계 어느 곳에서 개최해도 성황을 이룹니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지금은 한국 IT산업 융성을 위한 결정적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 정통부는 우리 IT산업의 세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아울러 이미 구축된 ‘아시아 CDMA 벨트’의 확산과 활성화를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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