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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 검증

“국군춘천병원에 면제 판정 비밀 있다”

이회창 아들 병역기피 의혹 논란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국군춘천병원에 면제 판정 비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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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기자회견을 하려는 또다른 목적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기피의혹 폭로다. 김씨는 지난해 수감자 신분으로 약 8개월 동안 서울지검 특수1부의 병무비리수사에 협조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는 그의 도움에 힘입어 병무비리에 연루된 지방병무청 고위간부, 고급 공무원, 의사, 자치단체장 등을 구속하고 보훈대상자의 급수판정을 조작하는 보훈신검 비리를 적발하는 등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애초 5월 중순께 갖기로 했던 기자회견은 시민단체의 사정으로 한달 연기됐다. 앞서 ‘오마이뉴스’ 기사를 ‘기습 보도’라고 표현한 것은 이 와중에 김대업씨를 접촉한 ‘오마이뉴스’측에서 ‘기자회견 전까지 보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언론은 ‘오마이뉴스’에 앞서 김씨를 인터뷰해 ‘전모’를 파악하고도 기자회견 일정을 고려해 기사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씨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신동아’는 김씨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상대로 확인취재에 나섰다. 그 결과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몇 가지 ‘정황’을 확인했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그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자칫 나라를 뒤흔들지 모를 이 거대한 진실게임의 승부처는 결국 문서나 ‘결정적 증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은폐대책회의’ 의혹을 검증해 보자. 김대업씨에 따르면 이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1월초 서울지검 특수1부에 소환된 전 병무청 고위간부 K씨의 입을 통해서다. 당시 병무인사비리와 관련해 뇌물수수혐의를 받고 있던 K씨는 부산 P호텔에서 긴급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 김씨 주장으로는, K씨의 ‘은폐대책회의’ 관련 진술을 직접 들은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김씨의 얘기다.

“K씨가 체포된 건 인사비리 때문이었다. 그런데 K씨는 이회창씨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해 체포된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그 얘기를 꺼낸 것이다. ‘다 알고 있으니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하자 한동안 담배만 피워댔다. 담배를 몇 대 피운 후 ‘이거 얘기하면 내가 국회 위증죄로 처벌받는데…’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K씨가 입을 열었다. 요지는 1997년 7월 국회에 출석해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를 공개하기 전 이후보의 K특보와 신한국당 J의원을 만나 이 문제와 관련해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것이다. K씨 얘기로는 K특보가 먼저 찾아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뒤로는 J의원과 셋이 함께 만났다고 한다. K씨는 대책회의 장소와 횟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1회, 힐튼호텔에서 2회, 하얏트호텔에서 3회 등 여러차례 만났다는 것이다. K씨는 ‘이들과 만난 후 정연씨의 병적기록표를 변조하고 그때까지 국군춘천병원에 남아 있던 신검부표를 파기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춘천병원측으로부터 파기사실을 확인한 후 국회에 출석해 병적기록표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K씨의 얘기를 뒷받침해줄 증인은 없을까. 김대업씨에 따르면 ‘있다’. 바로 K씨의 부하직원으로 병무청 간부였던 Y씨와 K씨의 비서였던 김아무개씨다. 김대업씨 얘기로는, K씨가 “K특보와 J의원을 만날 때 Y씨가 동행했고 비서인 김씨도 한두 차례 수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매우 구체적인 증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K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이 주장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보도 후 기자들을 피하고 있는 K씨는 김대업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K씨와 함께 대책회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Y씨는 지난해 미국에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K씨의 수행비서를 지낸 김아무개씨도 입을 다물고 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

K씨는 당시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적기록표를 임의로 한달 동안 자신의 책상 서랍에 넣어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된 증언은 최근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확인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해 7월초 야당인 국민회의측은 국방부에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적기록표, 신검부표 등 병역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병적기록표 등 관련 서류는 보존기한 3년이 지나 파기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7월28일 고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과정에서 “병적기록표는 영구 보존한다”고 말해 국방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고총리는 또 “정연씨의 최초 신검 당시 체중을 확인한 결과 63kg은 사실이 아니고 55kg이 맞다”고 말함으로써 정연씨의 병적기록표가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날 고총리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는 국회에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적기록표를 제출했다. 파기돼 없다는 병적기록표가 나타난 데 대해 국방부는 국회 답변서에서 “귀향자 병적기록표는 관계규정에 의거, 3년 보존 후 파기하도록 돼 있어 그런 줄 알았으나, 전시근로수집을 위해 제2국민역(징집면제자)에 대해서는 40세까지 보존한다는 규정에 따라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국방부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애초 국방부가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고의로 감춘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병적기록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병무청 지하창고에 있어야 할 두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실종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K씨의 사무실 서랍에 한동안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목격자도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지난 1월 부하직원 6명으로부터 인사청탁과 관련해 44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K씨는 현재 병보석으로 풀려나 있다. 가족에 따르면 그간 통원치료를 받아오다 최근엔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6월11일 오후 5시. 서울지방법원 421호에 K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날 재판은 K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핵심증인 P씨가 출석하지 않아 검사와 변호인 간에 이 문제로 몇 차례 의견을 나누고는 별도의 심문 없이 10여 분 만에 끝났다.

법정 밖으로 나와 의자에 앉아 쉬는 K씨에게 다가가 ‘은폐대책회의’ 의혹에 대해, 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를 사무실에 보관한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K씨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걸로 답변은 끝이었다.

K씨는 법원을 나설 때까지 이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몸이 아프다는 것만 강조했다. K씨의 변호인은 “5년이 지난 일을 이제와 물어보면 기억할 수 있겠냐. 우리가 알기로는 검찰 수사기록에 그런 진술이 없다. 검찰에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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