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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정일, 경의선보다 동해선에 관심 많다”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김정일, 경의선보다 동해선에 관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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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표는 잠시 말을 멈춘 뒤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 때 평양산원에 기증한 의료기기에 대해 얘기했다.

“그쪽에 평양산원이라고 큰 병원이 있는데 6·15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이곳에 의료기기를 기증했어요. 이번에 가 보니까 의료기기가 망가진 채로 쓰지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 방치돼 있냐고 하니까 거기서는 손을 못 본대요. 그래서 돌아와 정부당국에 이 사실을 얘기했어요. 얼마 전 의료기 고치는 일행이 중국을 거쳐 북한에 다녀온 것으로 압니다. 이런 식의 교류로 남북을 연결해 나가는 거죠.”

-전용기로 입북하고 판문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환대가 대단했습니다. 그 배경이 무엇입니까?

“이번에 나는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갔지만, 그 전에도 방북한 우리 통일부장관을 통해 김위원장이 ‘박의원을 만나고 싶다’ 또 여성 민간단체가 갔을 때도 ‘박의원과 함께 올 수는 없느냐’고 얘기했다고 해요. 또 외국에 나갔더니 그곳 한국 대사가 북측 인사로부터도 김정일 위원장이 나의 방북을 바란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해요. 또 얼마 전 도지사 한 분이 방북했는데 그분이 오셔서 ‘그쪽에서 박의원의 방북을 원하는데 한번 가보라’고 해요. 그런 얘기만 듣고 있었어요. 가야 할일이 있어야 가는 거지 무조건 가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던 차에 장 자크 그로하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의장으로부터 ‘북한이 박의원을 초대하는데 가겠느냐’는 제안이 왔어요. 가면 보람있는 일을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가겠다고 했지요. 김위원장은 만찬장에서 ‘평소 만나고 싶어 여러 차례 얘기를 했는데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며 반가워했습니다.”

-중국을 통해 귀국하기 위해 항공기 예약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판문점으로 오게 됐나요?



“원래 베이징을 통해 오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만찬 말미에 김위원장이 ‘북경을 통해 가야할 다른 계획이 있냐’고 물어요. 그래서 그런 건 없다고 하자 ‘그렇다면 판문점을 통해 가라. 돌아서 갈 게 뭐 있냐’고 제안했어요. 좋잖아요. 그렇게 갑자기 그 자리에서 결정된 거예요.”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것에 대해 거절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판문점이 아무나 갈 수 없는 장막인데 너무 손쉽게 응한 것은 아닌가요.

“왜 그래야 하나요? 물론 판문점은 아무나 오갈 수 없는 곳입니다. 북쪽에서 허가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남쪽에서도 허가를 얻어야 그곳을 통해 귀환할 수 있죠. 만찬장에서 김위원장의 지시가 있자 실무자들이 분주하게 절차를 밟았습니다. 남한 당국에도 통보했고요. 나는 나대로 서울 사무실의 비서들에게 전화를 걸어 판문점을 통해 돌아가게 됐으니 통일부에 확인해 달라고 지시했어요. 판문점을 통해 내일 11시 반쯤 가게 될테니 통일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북한 당국과는 별도로 연락을 한 거죠.”

“북·러 관계 개선 도와줄 생각”

박근혜 대표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러시아 전문가다. 한러문제연구원 원장으로 러시아 현역의원과 장관 등 러시아 쪽 지인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방북의 배경에 북·러 간의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박대표에게 모종의 부탁을 하려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박대표는 “러시아와 관련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대표는 러시아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박의원을 초청한 것은 박의원에게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글쎄요. 구체적인 요청은 없었어요. 평소 나는 러시아 국회의원이라든가 감사원장 등 정부의 유력한 분들을 만나고 유대를 가져왔습니다. (북·러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할 수는 있어요. 유럽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유럽상공회의소와도 유대가 있으니까, 만약 북에서 요청한다면 도와줄 생각입니다.”

발표는 내게 위임

-직접 가보니 북한의 형편이 어떻던가요?

“그래서 제가 남북이 같이 잘사는 문제를 얘기한 거예요.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김용순 비서하고도 회담을 했거든요. 거기서도 남북 철도문제를 먼저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그 고위관리가 고맙다고 하더군요.”

-경의선 문제를 상의할 장관급 회담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회담 중단의 이유가 주적문제인데요. 우리는 문민우위 국가입니다만 저쪽은 선군(先軍)정치란 말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군사분계선 내에서는 군이 우위에 있다는 거죠. 김용순씨 등 북한 당국자들은 철도를 연결할 생각이 있어도 군부에서 작전목적상 불가능하다고 하면 중단되는데, 경의선 문제는 그래서 1년 이상 진척이 안되고 있습니다.

“철도문제는요, 김정일 위원장하고 직접 얘기한 거예요. 김위원장도 좋다고, 합의한다고 약속했어요. 마지막에 이것을 어떻게 발표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어요. 나는 합의사항을 발표했는데 북에서는 그것이 아니라고 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발표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김정일 위원장은 ‘지금 얘기한 그대로 발표하면 된다’며 (발표를) 내게 일임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귀국하자마자 기자회견에서 전부 다 얘기한 거죠. 김위원장은 자신의 말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부 발표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하고만의 약속이 아니라 남쪽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봐요. 내가 김위원장에게 약속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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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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