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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150명 ‘초미니 선거’ 동행 취재기

“코미디 같다구요? 이게 바로 민주주의죠”

  • 황일도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hamora@donga.com

유권자 150명 ‘초미니 선거’ 동행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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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이틀 앞둔 6월11일, 모 정당의 철원군수 후보가 두 군의원 후보의 선거캠프를 찾았다. 우선 장대집 후보 캠프에 자리를 잡은 군수후보는 넉살 좋게 말을 꺼낸다.

“내가 군수할 때 여기 장선생님이 의원 했다는 것 아닙니까. 이 길 누가 닦은 거요? 장선생이랑 나랑 닦은 거요. 손발이 착착 맞았다니까. 이번에도 우리 장선생님 찍으실 분들은 군수후보로는 나를 찍어주시면 돼요. 아시겠죠?”

15분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장진혁 후보 캠프를 향해 자리를 옮기는 군수후보. 50m도 안 되는 거리지만, 장대집 선거캠프의 시선을 의식해 자동차를 타고 마을을 빙 둘러가는 길을 택한다.

“우리 장의원 일 잘하시는 거야 내 잘 알지. 장의원이 이장 하실 때 내가 군수였잖소. 마을이 발전하려면 장의원 같은 분이 계속하셔야 되는 거 내가 모르나? 그렇지만 어디 가서 ‘유곡리 군의원은 장진혁 후보가 돼야 한다!’ 그렇게 말하고 다닐 수는 없는 거니까. 좀 이해해 주소.”

이번에는 한껏 목소리를 낮춘 군수후보의 말이다. 단체장이 지방의원에 기대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낯설다. 유곡리 선거는 정당이나 단체장 후보 같은 변수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장진혁 후보의 말이다.



“아주 의미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도시와는 다르죠. 마을 주민들은 군의원을 이미 결정해 놓은 경우가 많으니까 오히려 그에 기대서 군수 후보도 자신을 밀어달라고 하는 거고. 시골에서는 자치후보가 그렇게 중요한 거요. 도지사보다 군의원이 더 의미가 크다니까요.”

해가 저물었다. 장진혁 후보 캠프의 한 선거운동원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흘린다.

“밤 8시만 되면 재미난 일이 생길 거요. 시간되면 한 바퀴 돌아보시구려.”

무슨 뜻일까. 밤이 깊어 나선 마을길 곳곳에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장대집 후보 선거운동원들이었다. 바로 장대집 후보 캠프를 찾았다. 운동원들이 왜 마을을 순찰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대답을 꺼리던 장대집 후보의 부인의 비로소 말을 꺼낸다.

“저쪽에서 뭐 딴짓 하나 지켜보려고 그런대요. 마을이 좁으니까 낮에는 별다른 짓을 할 수가 없잖아. 혹시 밤에 선거법 위반 않나 본다는 거지. 나이든 사람들은 말리는데도 젊은이들이 반 장난삼아 그러는 거예요.”

그러자 다른 선거운동원이 맞장구를 친다.

“저쪽도 만만치 않아요. 한밤중에 마을회관 옥상에 올라가서 우리 비닐하우스를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 말은 반 장난이라지만 그제서야 기자도 마을 주민들이 선거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거가 마을을 망친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야.”

스스로 중립을 표방하고 있고, 두 선본을 모두 안방 드나들 듯 하고 있는 이호수(59)씨의 일갈이다.

“선거만 한번 하면 마을에 편이 쫙 갈라져서는 서로 냉랭하기가 소 닭 보듯 해. 딴 마을 사람들끼리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어떻게 된 게 후보보다 참모들이 더 무서워. 꼭 쌓였던 감정 풀려고 편 나누기 한 것 같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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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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