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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SK텔레콤 ‘밀약’ 있었다

한국통신 민영화 막전막후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KT-SK텔레콤 ‘밀약’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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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이 임박한 시점까지 정통부는 황금분할 실현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KT의 중요성과 복잡다기한 룰을 고려할 때 주요 그룹들의 참여는 기정사실이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효성과 대림산업, LG전자 등이 입찰참여 의사를 밝힌 데 반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일찌감치 “내 일도 바쁜데 남의 사업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뒤로 빠졌다. SK텔레콤도 “삼성을 좀더 두고 보겠다”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로 인해 5월20일 이후 ‘사전 세일즈’ 작업은 삼성과 SK에 집중됐다. 여기에 두 그룹의 복잡한 속사정과 이해관계 등이 얽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SK텔레콤이 입찰 마감시간 5분을 남겨놓고 1개사 청약 한도인 5%를 몽땅 신청해버린 것이다. 삼성 또한 전략적 투자가 아닌 ‘재테크’ 관점에서 삼성생명을 통해 1%를 청약했으나 주식은 한 주도 가져갈 수 없었다. 전략적 투자자의 청약 물량이 배정 총량(5%)을 넘을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은 후순위로 밀린다는 게임의 규칙 때문이었다.

KT 지분 5%는 전략적 투자자 중 선순위인 세 업체에 신청 비율에 맞춰 배분됐다. SK텔레콤이 3.78%, LG전자가 0.75%, 대림산업이 0.47%였다. 세 업체는 각기 자사가 획득한 지분의 두 배만큼 EB를 가져갈 수 있으므로 SK텔레콤은 한순간에 KT의 대주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주식청약 결과가 발표된 5월19일부터 EB 매각 완료일인 5월21일까지 정통부와 KT, SK텔레콤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그러나 사실상의 선택권은 SK텔레콤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SK텔레콤이 얼마만큼의 EB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민영화 KT’의 주주 구성도 결정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조6천억원으로 3조원 막았다”



SK텔레콤의 과감한 베팅을 두고 KT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SK텔레콤은 “생존 차원의 방어였다”며 진화에 나섰다. 삼성 견제와 주가 관리를 위한 선택이란 설명이었다. SK텔레콤은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통해 3%만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삼성그룹 내 구조조정본부와 삼성전자는 마지막까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안다. 또 3%만 가져간다 해도 KT 이사회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SK텔레콤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 큰 목적은 주식 물량 부담 해소라고 했다. KT는 지분 9.27%(2조5000억~3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의 2대 주주다. 그 동안 KT가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SK텔레콤 주식을 ‘곶감 빼먹듯’ 내다 팔아 주가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 따라서 우선 배당된 EB 7.56% 중 5.77%만 청약해 양사가 갖고 있는 상대 회사의 지분율을 똑같이 맞추겠다고 공표했다.

이미 받은 3.78%에 5.77%를 합하면 9.55%가 된다. SK텔레콤은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판 신주인수권부사채(BW :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를 MS가 주식화할 경우 9.55%의 지분율은 KT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지분율(9.27%)과 똑같아진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5월20일 실시된 추가 주식청약에서 EB 배정량 5.77%를 원주 형태로 취득했다. EB가 아닌 원주를 택한 것은 “주식을 오래 갖고 있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은 “1조6000억원(KT 지분 9.55% 확보를 위해 지불한 액수)으로 2조5000억~3조원을 막았다”며 흡족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통부와 KT는 “SK의 대주주 등극이 예상 밖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특정 기업이 10% 안팎의 지분을 획득해 대주주가 되는 것은 게임의 룰에 따라 예견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정통부와 KT로서도 노골적으로 공세를 펼치거나 불쾌감을 표시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가능해 보이던 KT 민영화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었다. 경쟁률도 기대 이상이었고 가격도 높았다. 이는 분명 평가할 만한 업적이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대주주가 된 사실을 두고 “민영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지만, 민영화가 완결된 시점에서 이는 자칫 공허한 울림이 될 수 있다. 민영화 성공을 위해서는 투자자 유인책이 필요했고, 정부는 ‘견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선’에서 ‘당근’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통부와 KT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통부 측은 “무엇보다 SK텔레콤이 한번에 그 정도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차입도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분 인수 자금의 약 30%를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다소 곤혹스러우나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 악화된 건 SK텔레콤의 경솔한 행동 때문이었다. “더 이상의 지분 인수는 없다”는 약속을 깨고 5월21일 실시된 EB 청약에서 자사에 주어진 잔여배정 물량 1.79%를 모두 청약한 것. 이로써 SK텔레콤은 KT 지분 11.34%(약 1조9300억원어치)를 보유하게 됐다. 이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SK텔레콤 내부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5월19일까지도 더 이상의 지분 인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었다. 그런데 20일 아침회의에서 최고 경영진이 ▲정당한 권리이며 ▲KT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규모의 물량이 분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상황이 바뀌었다. 삼성 견제와 오버행 해결을 위해서는 추가 청약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말을 뒤집었다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지만, KT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것만큼은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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