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충격 리포트

도난당한 핵탄두, 맨해튼 강타한다

뉴욕타임스 ‘핵의 악몽’ 시나리오

  • 번역·정리이흥환 < 미 KISON연구원 > hhlee0317@yahoo.co.kr

도난당한 핵탄두, 맨해튼 강타한다

3/6
무장한 테러리스트 특공대가 핵 벙커에 침입한다는 것은 다분히 영화 같은 이야기다. 오히려 내부 소행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게 더 그럴 듯하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군복무에 염증을 내고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일단의 장교들이, 또는 그저 단순히 돈에 눈먼 장교들이 핵탄두를 테러리스트에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은 러시아군을 관찰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시나리오다(병원에서 잡은 인질들을 무자비하게 대해 악명이 높았던 체첸의 군부 지도자 샤밀 바샤예프는 핵 탄두 창고에서 핵무기를 살 기회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포자기하다시피 한 러시아군 내부의 이런 일화는 얼마든지 있다. 소름 끼치는 일이다. 러시아 언론에는 19세의 한 수병이 아쿨라급 핵잠수함에서 난동을 부려 승무원 8명을 죽이고 잠수함과 원자로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든지, 핵무기 실험기지에 근무하는 5명의 병사가 경비병을 살해하고 인질을 잡은 후 비행기 납치를 기도했다든지, 탈취한 공격용 헬리콥터 5대에 무기를 가득 실은 장교들이 이 무기를 북한에 팔아넘기려 했다는 등의 기사가 해마다 실리고 있다.

그러나 만약 어떤 테러리스트가 손에 핵탄두를 넣었다 하더라도 그 무기를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남는다. 미국이 만든 핵탄두는 인가자가 아닌 사람들이 쉽게 폭발시킬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다중 잠금장치(PAL)와 암호, 자체 분해장치가 돼 있다. 하비거 장군은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를 점검해본 결과 보안 수준이 미국과 맞먹을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핵무기 속의 내용물을 가지려면 무기를 해체해야 한다”면서 “핵탄두를 손에 넣은 후 폭발시키지 않고 그 안에 있는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을 추출해내는 시나리오가 더 그럴 듯하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훔쳐낸 핵탄두를 폭발시키기보다는 연료만 빼내 완전히 다른 무기로 만드는 게 더 쉽다는 것이다.

하비거 장군은 물리학자도 아니고 무기 디자이너도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하비거 장군에게 중요한 정보를 잘못 가르쳐주었을 만한 확실한 이유도 없다. 이 점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난공불락이라 확신하던 암호화된 컴퓨터시스템에 해커가 얼마나 자주 침입하고 있는가. 알 카에다 조직은 얼마나 많은 컴퓨터 해커를 거느리고 있을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도무지 해답이 나오질 않는다.



전술 핵무기는 ‘사각지대’

러시아의 무기 보안 수준을 평가하는 데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 바로 어뢰와 수중 폭뢰, 유탄, 지뢰 같은 소규모 단거리용 무기인 전술용 핵탄두다. 워낙 숫자가 많고 크기가 작아 훔쳐내기에 적격인데도 이 무기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장거리용 무기와 달리 그 어떤 공식 협정으로도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부시 전 대통령(현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비공식적이나마 이 전술용 핵무기 문제를 토의했고, 옐친 대통령과는 수천개의 전술용 핵을 파괴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비축분에 대한 재고조사나 외부 감시, 검증 등 절차가 합의문엔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나를 믿으라’는 식의 협상이었다. 9·11 테러를 겪고 난 지금 그런 합의는 고작 우리의 안전에 수많은 블랙홀을 만드는 것일 뿐이란 사실이 분명해졌다.

러시아가 갖고 있다는 핵탄두 1만5000개 중에는 폭격기·미사일·잠수함용 외에 일반적으로 8000개의 전술 핵도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전술 핵 숫자를 적게는 4000개에서 많게는 3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보유한 전술 핵무기의 정확한 숫자를 우리는 모르고 있으며, 러시아는 그런 숫자를 기록에서 삭제하는 데 유명하기 때문에 러시아 스스로 과연 정확한 숫자를 알고 있는지조차도 우리는 모른다.

민간 핵 비확산단체인 러·미 핵 안보 자문위원회(RANSAC)의 책임자 케네스 루온고는 “러시아인들은 단 한 개의 핵무기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라며 “정확히 말하면 그들도 잃어버린 핵무기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른다. 미국은 핵무기 숫자를 계산할 때 한 개라도 빼놓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라고 한다.

그러면 러시아의 이 핵무기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일부는 주코프카 같은 콘크리트 벙커에 저장돼 있고, 일부는 이미 배치됐으며, 또 일부는 각종 공식·비공식 군축협정에 따라 해체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도 모른다.

이 전술 핵과 관련해 또 하나 염려스러운 것은 사용 방지 장치가 그다지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전술 핵무기들은 전쟁터에서 사용되도록 고안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지금도 전술 핵무기 비축분을 상대방 방문자에게 공개하기를 꺼린다. 1998년까지 러시아 원자력에너지부의 책임을 맡았었고 핵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조롱하기로 유명했던 빅토르 미하일로프는 러시아의 핵무기를 보호하려는 미국의 프로그램은 여전히 비밀정보 수집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 핵무기 보호를 위해 자신들이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호주의에 따른 정보 공개를 망설이고 있다.

러시아 핵무기 보안을 위한 넌-루가 프로그램의 전 상원의원 샘 넌은 이렇게 말한다. “러시아가 더 투명해지길 과연 우리가 원하고 있는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나는 이걸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투명성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는 우리 자신도 더 많이 공개해야 한다. 결국 요점은 러시아나 우리나 심리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3/6
번역·정리이흥환 < 미 KISON연구원 > hhlee0317@yahoo.co.kr
목록 닫기

도난당한 핵탄두, 맨해튼 강타한다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