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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세계

유머는 힘이 세다

지친 일상의 해독제 유머 광고

  • 김홍탁 <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유머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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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외국 유머광고의 특징으로 엽기 성향의 유머를 들 수 있다. 2001년 칸 광고제 TV커머셜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폭스 스포츠(Fox Sports) TV 광고는 다이빙대에서 낙하한 다이버가 물이 아니라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장면을 보여준다. 화면 하단에는 5.8 5.6식의 점수까지 등장한다. 일관성 있게 폭력적인 유머광고를 집행해온 폭스 TV에게 마침내 그랑프리의 영예가 돌아간 것은, 스포츠에 내재한 폭력성을 드러내 인간 내면에 존재한 야수성을 대리분출시키되 그것을 유머로 감싸안아 폭력으로 느껴지지 않게 줄타기를 시도한 크리에이티브에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유머는 힘이 세다

그림⑧ 브라질의 헬스클럽 광고. 각각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이 한자리에서 운동을 할수 있다는 의미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네거티브 접근이 눈에 띄는 것은 인간 내면의 선한 감정 못지않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악한 감정을 건드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필할 수 있는 이유는 남이 못되는 것을 겉으론 안됐다고 표현하면서 은근히 고소하게 느끼는 감정이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것이 인간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악마주의의 요체일 것이다.

이밖에도 유머의 유형은 다양하다. 제품과의 아무런 관련 없이 툭 던져진 채로 광고 자체를 즐기게 하는 넌센스형 유머가 있는가 하면, 앱설루트 보드카 광고처럼 제품의 형태를 기호화하여 표현하는 예술품 수준의 유머도 있다(그림9).

유머는 힘이 세다

그림⑨ 엡설루트 보드카 광고는 제품의 형태를 기호화한 예술품 수준의 유머를 선보이고 있다.

유머광고는 주의를 집중시키기 때문에 광고 인지도를 높이고 거기에서 얻어진 좋은 감정을 제품에까지 이입시키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약점으로 노출될 수도 있다. 광고의 표현이 눈에 띄다보니 메시지에 대한 집중이 떨어지고 그 결과 정작 메시지의 이해를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품이 지닌 독특한 소구점을 알리는 것을 광고의 역할로 생각한 클로드 홉킨스는 “소비자는 익살꾼이나 광대로부터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유머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음악의 바하처럼 광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 역시 “훌륭한 카피라이터는 유머를 광고카피에 도입하지 않는다”며 유머광고에 대해 ‘안티한’ 태도를 견지했다.



광고의 과학적 기초를 세운 그들이지만, 그들의 발언에 수정을 가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마케팅의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광고의 트렌드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눈에 띌 수만 있다면, 그래서 브랜드만 확실히 인지시킬 수 있다면 무슨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유머광고 수준이 국민 수준

홉킨스나 오길비의 시대는 비교적 제품의 가짓수가 많지 않았던 시대다.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오늘날 상황은 상당히 바뀌었다. 엇비슷한 성능을 가진 제품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보량도 늘어나다 보니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마치 스팸 메일처럼 읽기 귀찮은 것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 광고가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가버린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우선 광고가 눈에 띄어야 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시켜야 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각종 프로모션활동이 측면 지원되면서 물건을 팔게 되는 통합적 마케팅 기법이 통용되는 시대다.

이처럼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시키고자 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중심에 유머광고는 자리한다. 이미 유머광고는 세계적인 추세다. 칸, 클리오 같은 세계 유수의 광고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대개가 유머를 활용하고 있다.

왜 유머 광고는 힘이 센가? 간단하다.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웃음이 싫은 사람이 있을까? 1998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전국 남녀 27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소비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8%가 유머광고를 좋아한다고 답해 여러 광고유형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밖에서 참담한 하루를 마치고 지쳐 돌아온 후 집에서마저 광고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신문을 펼쳐 보면 우울하고 잔혹한 기사만 득실거리는 현실이다. 이제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 않는다. 현실이 허구보다 더 잔혹하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광고에서의 유머는 현실의 악몽을 잊게 만든다. 달리 말하면 사회가 유머광고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광고를 통해 단순히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 광고 자체가 유희의 수단이 되고 있는 지금, 제품의 성격과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면 유머로 소구하는 것은 충분히 소득이 있는 일이다. 비교적 유머광고를 꺼리던 은행광고나 기업 이미지 광고에서도 유머광고를 시도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이제 광고 카피가 개그맨의 입담 소재로 활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유머성 카피가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머광고를 접할 때면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말장난과 과장된 몸짓의 향연에 초대된 느낌이다.

물론 재미있다. 그러나 박장대소 뒤에는 늘 허무함이 따른다. 보고 난 후에도 여운이 남는 유머를 구현할 수 있었으면 한다. 광고의 유머가 국민 유머의 수준을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까지 광고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야말로 수준 높은 유머를 향유했던 민족 아니던가.

신동아 200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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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탁 <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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